2020년 7월 13일
어제부터 내린 비가 지칠 때도 되었는데 멈추지 않는다.
일전에 학부모들이 건의한 내용을 교장선생님, 담당교사와 협의하여 수용하기로 했다. 우리 학교만이 주는 혜택인데 학부모들에겐 당연한 것이 되었다. 학교마다 이런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제는 되돌리기 힘들다. 행동하기 전에 깊은 통찰이 필요한 이유다. 학급 사정도 비슷한데 자기희생과 열정이 과한 담임교사의 다음 학년의 담임교사는 학기초 얼마 동안은 학부모에게 불쾌한 비교를 당한다. 열심히 하지 말자는 주장이 아니라 상식적인 한계는 있어야 한다.
호우주의보에 따른 피해가 없도록, 학생들의 안전에 영향에 있으면 즉시 담임교사에게 연락하라는 문자를 각 가정에 보냈다.
도교육청에서 무료로 제공한 교원 힐링을 위한 클래식 음악 관련 연수를 마무리했다. 사설 원격연수기관인데 연수 접속자가 많아서 중간에 서버를 분산했음에도 불구하고 버퍼링이 심해서 강의 내용을 반감시켰다. 요즘은 도교육청이나 국가 기관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연수원이 더 안정적이고 알차며 시스템 개선도 빠르다.
학교와 마을학교 담당자와의 간담회를 퇴근 후에 했다. 6월 학부모 다모임에서 나온 여러 의구심 해소와 건의 사항에 대한 학교의 조치를 나누었다. 학부모와 학교를 대립 관계로 설정한 후 소통을 하지 말자고 했다. 학교와 학부모의 소통의 목적은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달이다. 그래서 관점에 따른 차이는 존재할 수 있어도 내 관점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니므로 즐겁게 소통하여 최선의 선택을 하자는 취지였다. 학교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교무실로 전화하면 투명하게 알려 주겠다고 했다. 불확실하고 왜곡된 정보로 학교를 오해하는 일이 없으면 좋겠고, 자녀는 부모님의 영향을 가장 받으니 자녀에게 올바른 관심을 많이 갖는 것이 자녀를 잘 키우는 방법임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학부모의 편리를 위해서 무조건 학교에 무리한 요구를 하지 말고 학부모가 해야 될 일은 당연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는 가정에서 자녀에게 아무 관심도 표명하지 않으면서 학교에만 자녀 교육이 걱정된다며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부모를 위한 변명일 뿐이다.
여름방학 동안의 마을학교 운영에 대해서 논의했다.
간담회를 참가하기 전의 생각은 오늘 참석한 학부모가 내가 이야기한 내용을 7월 학부모 다모임에서 전체 학부모에게 전달하면 좋겠다였는데 마땅하지 않아서 내가 그날 다시 전달하기로 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메모를 해 두고도 미처 말하지 못한 부분이 갑자기 생각나서 뇌의 노화를 한탄하고 있는데 불현듯 7월 학부모 다모임에서 이야기하면 되겠다는 생각에 가닿자 이런 내가 기가 차서 웃었다.
자기 전에 생각나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여러 활동의 한 단면만을 보거나 순간적인 현상만으로 짐작하거나 추측하면 전체를 호도할 가능성이 많으니, 의구심이 생기면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나에게 서슴없이 물어달라고 했다. 부모님들이 어렴풋이 불안하게 시골학교 교사는 도시학교 교사보다 덜 열심히 할 것이라는 걱정은 접어두시라고 했고, 만약 그러한 의구심이 드는 상황이 있으면 학부모 다모임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제기하면 꾸밈없이 답변하겠다고 했다. 우리 학교는 그런 교사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오해할까 봐서 이런 상황을 설명한다. 우리 학교는 행복학교로 비교적 학교, 학부모, 지역사회와의 관계가 좋다. 다른 이들은 아주 좋다고 할 것이고 나도 작년에는 아주 좋다고 일기에 남겼는데 오늘 비교적이라고 표현한 것은 일 년 동안 학교를 관찰하면서 느낀 결론이 좋은 관계만큼 실속이 덜하기 때문이다. 그 실속이라 함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이다. 좋은 관계가 학부모가 내고 싶은 목소리를 방해하면 안 된다. 친목 도모 행사와 같은 모임으로 끈끈한 정을 많이 쌓아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차마 하지 못하는 위장된 관계에서 상호 보완적인 신뢰의 관계를 구축하여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모임으로 발전해야 한다. 거수기 역할만 하는, 무조건 학교의 잘못이라 우기고 상식에 어긋나는 요구가 정상이라 여기는 학부모가 아닌 학교 공동체의 당당한 일원이 되기 위한 노력을 동등하게 함께 찾고 있으며, 현재 학부모와 학교의 관계는 어느 학교보다 좋고 더 발전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나의 이런 행위가 불편한 학교 구성원도 있을 것이다. 학교와 학부모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기 위해 조정하는 과정에서 잠시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분명히 나아갈 방향임은 확실하다. 실망하면서도 쉬지 않고 행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