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9월 2일

멋지다! 김샘! 2020. 9. 2. 17:32

어제는 하루 종일 바삐 움직였더니 저녁까지 진정이 잘 되지 않아서 아내와 막걸리에 고등어구이를 더했다. 이런저런 이야기의 맥이 끊겨서 텔레비전을 켜니 KBS 창원 1TV 시사 프로그램 감시자들을 하고 있었는데 내용은 코로나 19 사태에 의한 방과 후 학교 강사의 애로점이었다. 애로점이라기보다는 패널들의 한정되고 치우친 정보에 의한 오해와 편견의 날카로운 창을 학교로 향해 마구잡이로 던지는 방과 후 학교 강사들을 대신 한풀이였다. 너무나 짜증이 나서 프로그램 게시판에 비판의 글을 남기려니 아내가 극구 말리면서 술이 깬 내일 하라고 했다. 아내 말 듣기를 잘했다. 어제 게시판을 대신하여 오늘 일기로 남긴다.

코로나 19 사태로 인하여 방과 후 학교 강사들의 어려움에 처한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가능하면 그분들을 도와야 된다는 취지에는 백 번 공감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문제를 마치 학교가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면서 국가의 방침대로 코로나 19 사태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는 학교를 방과 후 학교 강사에게 패악질을 하는 집단으로 왜곡하는 것은 뭘 몰라도 한참을 모르는 소리다.
1. 방과 후 학교가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숨길 수없는 학교 활동이다. 그런데 학교 활동이라 하여 그것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정규직화 시켜야 된다는 논리는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면 학교와 관계된 모든 사람들이 학교의 정규직원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인가? 방과 후 학교 강사는 자영업자다. 그런 분들이 방과 후 학교 강좌를 하게 된 이유는 교습소나 학원을 하게 되면 임대비를 비롯한 유지와 관리비가 따르지만 학교의 방과 후 학교 강좌는 그런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 방과 후 학교를 위한 업체나 일부 지역에선 얼마의 관리비를 받기는 하지만 학원이나 교습소의 운영으로 지출하는 비용에는 훨씬 미치지 못한다. 이런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학교 방과 후 학교를 선호한다. 결코 학교가 원해서 그분들을 끌어들인 것이 아니다.
2. 방과 후 학교 강사의 여건이 천차만별이다. 극단적으로 비싼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여러 학교의 방과 후 학교에서 강의하는 분이 있는 반면 수강생 한 명이 아쉬운 생계형 강사도 있다. 마치 모든 방과 후 학교 강사가 생계형 강사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잘못이다.
3. 학교가 강사에게 갑질을 하는 것이 아니라 역갑질을 당하고 있다. 방과 후 학교 교실의 관리를 학교가 하고 있으며 강사는 잘해야 청소 및 정리정돈이고 학급 교실을 방과 후 학교 강좌에 내어준 담임교사는 강사에게 말도 못 하는 가슴앓이를 하는 실정이다. 에너지 절약을 위해 학교의 모든 공간이 냉난방을 절제할 때 해방된 공간이 방과 후 학교 강좌가 이루어지는 교실이다. 에너지 절약에 동참을 호소하면 민원을 제기하고 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은 마치 학교가 큰 잘못이나 한 것처럼 노발대발한다. 그래서 방과 후 학교 강좌가 이루어지는 교실은 강사가 어떻게 하든 쳐다보지도 않고 강사가 요구하는 것-감히 교사도 요구하지 못하는-은 무리하게 다 들어준다.
강사의 임금도 담당교사가 정산하고 강사는 출결 확인만 한다. 정산에 따른 책임도 담당 교사와 관리자가 진다. 심하게 말하면 강사는 강의만 하고 돈만 받아간다. 이에 따른 행정절차는 모두 교직원들이 한다. 그리고 학교 정규직이 해야 될 일을 방과 후 학교 강사에게 시킨다고 하는데 미안하지만 방과 후 학교 강사가 학교 정규직이 해야 되는 일을 시키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강사들이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짐작하건대 강좌가 끝난 후 정리정돈 및 청소, 쓰레기통을 비우도록 한 정도를 가지고 그런 불만을 토로했을 것이다. 하지만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주장 못할 것이다.
4. 코로나 19 사태로 학생 등교 인원도 1/3로 제한해야 되는 시국에 어떻게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가? 이 시국에 그렇게 방과 후 학교를 운영할 수 있다면 차라리 학생들의 등교 인원을 늘리는 편이 더 교육적이고 학교의 고유 역할에 부합되는 것이다. 학교 교육활동의 목적은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이다. 교육활동이 학생들의 안전을 저해하면 당연히 그만둬야 하는 것이 아닌가? 강사들의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 학생들의 안전을 허물어야 하나? 한 패널은 막연하게 몇 개의 학교의 거론하며 지혜롭게 해결하고 있다고 하는데 왜 그 지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나? 학교에 그런 지혜가 있다면 온라인 학습의 불편을 왜 감당하고 있겠는가?
5. 생계형 강사들의 사정은 정말 딱하다. 그래서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이 있으면 적극적으로 돕고 싶은 학교의 마음이다. 학교가 코로나 19 사태의 큰 피해자이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대응해야 되는 집단이기에 매우 피곤하다. 그런 학교를 향해 대책을 내놓으라는 것은 정말 화살을 잘못 날렸다. 학교를 향해 수만 발의 화살을 날려도 학교는 강사들이 만족하는 대책을 마련할 수 없다. 피해자끼리 상처를 주고받는 행위 중단하고 화살을 방향을 다시 설정하기를 바란다.
6. 문자로 방과 후 학교 중단을 알려서 자괴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학교는 교육부 장관의 기자회견으로 코로나 19 사태에 대응하고 있다. 그리고 수시로 달라지는 코로나 19 사태의 시국을 국가가 상세하게 알리고 있다. 이런 시국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그런데 그런 시국에 의한 변화를 강사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나? 온라인 등교의 결정도 교사들에게 통보했지 일일이 양해와 협조를 구하지 않았고 교감인 나도 전체 교사들에게 달라진 복무를 알릴 때 문자로 알린다. 강사들에게 자괴감을 주기 위해 문자로 알리지 않았다. 그 어느 집단보다 사람을 위한 마음이 강한 학교 구성원들이다. 개인적인 아쉬움과 불만이 불법과 부당으로 둔갑되지 않기를 바란다.
7. 코로나 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는 우리 학교와 같은 작은 학교는 학교가 원하는 방과 후 학교 강좌를 개설하지 못하고 강의를 할 수 있는 강사에 의해 강좌가 개설될 정도로 강사들의 선호도가 떨어졌다. 강사비는 수강생의 수와 관계없이 시간 단위로 정산되어 더 안정적이었다. 작은 학교가 선호되기를 바란다.

태풍 마이삭에 의한 학생 안전을 위하여 도교육청의 학생 등교 시간 조정 권장이 있어서 오전 10시로 조정한 후 각 가정에 빠짐없이 안내했다. 태풍에 의한 학교의 피해가 없도록 할 수 있는 사전 조치를 다했다. 우리의 조치가 무의미해도 좋으니 조용히 지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