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9월 24일

멋지다! 김샘! 2020. 9. 24. 17:38

행복학교 문화 확산을 위한 교(원)감 연수가 있었다.
지난번에도 밝힌 것처럼 행복학교의 철학에 맞는 연수가 아니라 흔히 말하는 힐링 연수였다. 굳이 행복학교와 관련짓는다면 행복교육지구의 행복마을학교 체험 업체에서 학생들이 하는 체험을 한 것이다. 담당 장학사도 행복학교에 대한 연수와 토론보다 행복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학교에 가서 학생들에게 홍보를 잘하여 많이 참여하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했다. 담당 장학사와 아무 감정이 없고, 내 고집대로 연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될 이유가 없어서 즐겁게 참여했다. 오래간만에 후배 교감들과 선배 교감들을 만나서 기분이 좋았고, 이런저런 학교 소식과 경남 교원 인사제도 혁신안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절대다수가 부정적이었다. 내가 행복학교에 근무하니 행복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행복학교가 교원이 힐링하는 학교가 절대 아니고 행복학교의 철학을 교육활동으로 실천하려면 더 힘들다고 했다. 행복학교 관련 연수가 아니더라도 행복학교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행복학교의 철학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교원들이 많고,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 해도 실천에서 지식에 기반한 학생들의 성장과 발달이 등한시된 낭만적이고 감상적인 교육으로 둔갑되어 있음을 확인한다.

행복마을 학교만 하더라도 체험을 주로 하는 업체에 교육지원청이나 학교가 나서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예산까지 지원하는 형태이다. 이렇게 접근하면 배정된 예산을 손쉽게 집행할 수는 있지만 지역에 있는 체험 업체를 돕는 것보다 교육적 효과가 더 크다고 볼 수 없다. 행복마을 학교를 통한 삶이 학생들의 앎으로 이어지는 것이 원래의 의미다. 그래서 체험을 위한 재료와 도구도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앎을 이끄는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오늘 두 군데를 체험했는데 업체 경영자의 교사의 지식이 편향적이고 비과학적이고 극단적이었다. 표면적으로는 학생들을 위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는 경제활동이 주이기 때문에 업체 체험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알려서 계속적인 체험 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다. 극단적인 경각심을 일으켜야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종합편성 채널의 사이비 건강 프로그램들과 맥을 같이하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런 업체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경영인이 주류를 공격하여 권위와 부를 창출하는 대체 부류에 속하는 분들이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못한 유튜버들의 지식에 많이 의존한다. 오늘도 강의 근거로 유튜브의 내용을 언급했다. 앞에 있는 분이 해마다 체험을 한다길래 학생들에게도 저렇게 강의하는지 물었더니 좀 약하다고는 했다. 많이 우려되어 지적하려다가 힐링 연수 분위기를 흐릴 것 같아서 꾹 참았다.

학기 중에 이런 연수를 위해 학교를 비우는 것도 교사들에게 미안하다. 물론 학교에 교감이 없으면 교직원들이 많이 좋아할 것이지만 이런 연수를 위해 출장을 갔다고 하면 좋아하면서 참 팔자 좋네라고 할 것이다. 내가 교사 시절에 그랬으니까? 이런 연수를 꼭 해야 된다고 하면 방학을 이용하면 좋겠다. 교사들에게는 방학을 이용하여 연가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면서 교감이 예외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이런 예외의 것들이 교감의 권위를 무너뜨린다.

누구를 탓하려는 오늘 일기가 아니다.
세상이 변하는 만큼 학교의 관습도 바뀌어야 한다.

연수 말미에, 오늘 관내의 한 학부모가 온라인 수업 시간인 10시경에 시내 커피 전문점에서 교사들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교육지원청으로 민원 전화를 해서 장학사들이 현장에 가보니 교사가 없었다고 했다. 그 학부모는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이 아이의 담임을 했기 때문에 교사가 맞다고 확신한다고 했단다. 나는 그 학부모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정년퇴직을 했거나 기간제 교사로 근무한 것을 모르거나 얼굴이 많이 닮았을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었다. 담당 장학사가 내일 학교에 가면 재택근무를 비롯한 추석 연휴 전후의 복무규정을 잘 지키도록 안내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런 민원 전화가 아니더라도 늘 강조하는 사항이라서 안내는 할 것이다. 하지만 오늘 일은 좀 믿기 힘들다. 내 상식으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