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10월 7일

멋지다! 김샘! 2020. 10. 7. 17:30

교장 선생님과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교장 선생님과 나누는 언어와 교직원들과 나누는 언어의 차이가 있다. 교감이 중간 조정자의 역할을 잘하기 위한 수단이다. 한때는 그 차이가 주는 불편으로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그 차이를 잘 조절하는 것이 솔직하지만 잘못된 언어 선택으로 등을 돌리게 하는 것보다 낫다는 생각이다.

학교 앞 의원에서 전교생 독감 접종을 했다. 시골 작은 학교의 장점이다.


가을을 탄다.
갑자기 친구가 보고 싶다.
아슬아슬한 삶의 고개를 말없이 잘 넘겨준 선배들이 생각난다.
어설픈 초보 교감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고 기쁘게 도와준 선생님들이 생각난다.
한 번도 두 아들의  미래를 걱정하지 않았는데.

내일보다 어제의 삶이 오늘을 지배한다.
삶의 의미는 가득하지만 삶의 끝을 생각하면 오늘의 의미가 희석된다.
허구적인 삶으로 허무적인 삶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긴긴 고난과 인내의 결실이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가을 하늘을 선사했건만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허전함으로 깊이를 알 수 없는 시퍼렇고 날카로운 바다 구멍이 되었다.
내 삶이 빨려 들 것 같은 그 구멍.
가을을 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