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0년 11월 4일

멋지다! 김샘! 2020. 11. 4. 17:30

어제 출장을 갔더니 확인해야 될 공문이 쌓여 있었다.
돌봄 전담사가 파업 참가 여부를 교육지원청에서 미리 파악했다고 하는데, 내가 알기로는 이는 노동조합법에 위배되는 행위이다. 출근한 돌봄 전담사가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알려오면서 마음이 불편하다고 했다. 연가나 병가를 제출하더라도 마음이 불편한데 파업에 참여하는 마음은 오죽하겠느냐며 개인감정 차원이 아닌 노동법에 의한 파업이니 개의치 말고 참여하라고 했다.
돌봄 전담사들의 요구와 쟁의행위가 못마땅한 것과 노동법에 의해 정당한 권리 행사를 하는 것과는 구분해야 한다. 파업에 참여하는 돌봄 전담사를 개인감정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교육장과 대책회의를 한 교장선생님과 파업에 따른 돌봄 교실 운영에 대해서 협의한 결과 내가 돌봄 교실을 운영하기로 했다. 파업 안내와 돌봄 희망 여부 안내장을 학부모에게 발송했다. 참여 희망 학생 수를 보고 돌봄 프로그램을 구안하여 내부기안을 할 계획이다.

 

극히 개인적인 고백이다.
나는 절대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강한 성향도 있다.
나는 내가 한 일이나 하는 일을 간섭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나는 남에게 간섭받지 않기 위해 많은 정보를 습득하려 한다.
나는 나의 실수가 지적되는 것이 싫어서 꼼꼼하게 일처리를 하는 편이다.
나는 교사할 때 관리자가 전체 회식이나 사소한 모임을 주도하거나 과한 추임새를 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2차나 3차에서 술기운에 의한, 성적인 의도성이 전혀 없는 신체가 접촉되는 과도한 여흥 행위가 더 싫었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 주는 학교 문화를 만들고 싶었다.
리더십, 자기 개발서, 인간의 마음공부 서적 등을 통해서 그 방법을 찾고자 했다.
말과 글로 약속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기 위해 공개적으로 약속하는 행위-블로그, 페이스북, 책 발간-를 했다.
강한 이성으로 타고난 본성을 억누려며 살고 있다.

술잔을 돌리지 않는다.
우리 지역에 오고 나니 술잔을 돌리는 것이 미덕이 되어 있는 문화였다.
개의치 않고 술잔을 돌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나에게 술잔을 들고 오라는 의미로 오해했다.
그 오해가 싫어서 여기저기 다니며 원하는 분들과 술잔을 주고받았다.
술이 한꺼번에 들어가니 부지불식간에 정신을 잃는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실수 없이 술자리를 잘 지켰다.

엊그제 내가 싫어했던 관리자의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강한 이성도 한꺼번에 치고 들어온 술의 양을 감당이 안 되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웃으면서 여기저기서 나의 비이성적인 행실을 이야기했다.
언짢았을 교직원에게 즉시 진심으로 사과했더니 모두 즐거운 자리였다며 개의치 마라 했다.
나 자신이 너무 싫었다.
지금도 그렇다.

어렵다.
교감과 교직원들이 소통하는 시간은 아주 적다.
아주 드문, 우연한 시간에 교감이 추태를 한 번 보이면 교직원들은 교감을 늘 그렇게 본다.
아주 짧은 그 찰나의 행실이 소문을 타면 그런 교감이 되고 만다.
그래서 늘 조심했는데.
어렵다.

다짐한다.
친화회를 포함한 공식적인 전체 모임에서는 가능하면 술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꼭 마셔야 할 분위기면 술잔 돌리지 않을 것이다.
여기저기 다니며 좋은 시간 가져라는 인사만 할 것이다.

교직을 떠날 때까지 본성을 억누르는 강한 이성이 작동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간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