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1월 6일
일기를 쓰지 않으려다 페이스북에서 호도된 글을 보고 급하게 쓴다. 감정이 가는 대로 글을 쓸 생각이어서 다소 격앙된 글이 될 수 있지만 뜻은 격앙된 그대로 일 것이다.
교무행정원이 비대면 쌍방향 연수일이어서 재택근무를 하게 되어서 교무실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좋아하는 라디오 채널 낮게 깔아서 잡다한 업무와 어제오늘 학교에 일어난 일을 정리하여 내부기안을 했다.
공모 교장을 추진하는 어떤 교감이 공모 교장 추진 과정에서 참고가 될 말한 사항을 묻는 전화가 공문에는 없는 여러 사항과 도교육청은 상식이라고 하는데 학교에서는 상식이 아닌 주의사항을 알려드렸다. 고맙다고 하면서 또 연락해도 되겠느냐고 해서 언제든지 경험한 일을 알려드릴 수 있다고 했다.
중학생을 둔 고등학교 선배의 진로 상담 전화가 있어서 내가 겪었거나 알고 있는 사실, 그런 과정에서 느낀 점을 소상하게 알려드렸다. 내 아이는 학원을 다니지 않아서 실패한 경험한 있고 그 경험이 자산이 되어서 자기 꿈을 좇고 있다. 하지만 남들은 그런 사정도 모르고 흔히 말하는 좋은 대학에 갔기 때문에 이런 상담을 가끔 해 온다. 이 선배의 아이가 가야 될 길은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실패한다. 학교에서는 이 아이가 가야 할 학교의 준비를 해주지 못한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그게 선생님의 잘못이 아니라는 여럿 이유를 말했다. 그런 학원을 좀 알아봐 달라고 해서 주변 사람들을 통해서 알아보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오후에는 어떤 생각도 지니지 않은 채 돌봄 아이들과 신나게 놀았다.
남자 배구의 광고 시간에 페이스북을 보았는데 어떤 이가 이번 돌봄 전담사 파업에 일선 교장들이 자발적으로 교감이나 교장이 돌봄 수업을 하겠다고 흔쾌히 알려와서 그렇게 했단다. 중간에서 어떻게 보고했는지 모르지만 교육장과 교장들의 협의 과정에서 뚜렷한 대책이 없는 교육부와 도교육청에 불만을 쏟은 것으로 알고 있고 이에 교육지원청은 교감이나 교장이 돌봄 수업을 하지 않으면 장학사를 투입하겠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했다. 그래서 부득이하게 교장들이 수용한 것으로 안다. 이런 사정을 안 나였기에 군말 없이 내가 돌봄 수업을 하겠다고 했다.
보고를 받는 어떤 이가 이렇게 현장의 여론을 왜곡되게 알고 있으면 보고자나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다.
교육부, 도교육청, 교원단체, 전교조를 포함한 교원노조에서 돌봄 교실을 지자체 이관을 추진했거나 주장했다. 그런데 돌본 전담사 노조에서 파업을 하니 모두 어정쩡한 태도다. 어정쩡한 태도를 차근차근 짚어 보겠다.
1. 올초에 교육부가 돌봄 교실을 지자체에 이관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서도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교원단체에서 대책회의를 하자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대책회의만 했다. 노조를 설득하든지 파업에 대해서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며 계속 지자체 이관을 추진하든지 선택을 했어야 했다.
2. 오염된 정보로 돌봄 전담사 노조를 압박하려다 논점이 엉뚱한 방향을 튀었다. 교원단체의 자문 변호사에게 돌봄 전담사 파업 시 교사 대체 근무가 노동법에 위배되는지를 물었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단다. 그 한마디로 돌봄 전담사가 파업하면 돌봄 교실을 할 수 없고 그러면 학부모들의 원망이 돌봄 전담사로 향해서 파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논리였다. 이 논리에 도교육청까지 흔들려서 결국 교감이나 교장이 돌봄 교실에 투입된 것이다. 나는 결코 돌봄 교실 수업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는 분위기로 즐겁게 투입되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잠깐 뒤돌아보자 급식소 조리종사원들이 파업했을 때 외부인이 아닌 일상적으로 학교에 근무하는 교직원들은 학생 급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만 교직원들에게 부담을 주면 안 되기 때문에 간편식을 제공한 것이다. 그러면 이번 돌봄 전담사 파업에서 교감이나 교장을 포함한 교원이 대체 근무를 하는 것이 어떻게 노동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만약 외부 돌봄 전담사로 대체했다면 법 위반이 될 것이다. 결국 돌봄 전담사가 파업을 해도 파업 효과는 없었다. 오히려 열정적인 교감이나 교장들에 의해서 그 어느 날보다 알찬 돌봄 교실이 운영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본 교육청은 뿌듯했을 것이다.
3. 역시 해괴한 논리가 작용했다. 강자와 강자가 싸우면 약자가 손해를 보는 구조, 학교는 약자가 파업을 해도 사용자인 교장에게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애먼 학생들이 손해를 본다는 논리이다. 참 웃기는 논리다. 이번 파업의 효과로 학교장에게 타격을 주기 위함인가? 교육부의 정책의 재고를 위한 것인가? 지금 상황이 학교장과 돌봄 전담사가 강자이고 학생들이 약자인가? 이번 파업은 지자체로 돌보 교실이 이관되었을 경우 고용 불안이 원인이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요구가 지나쳤다. 그리고 노조 파업의 목표도 애초부터 아무 힘도 갖지 못한 학교를 향했다. 이관받을 지자체에게 완전 고용 승계를 요구해야 했고, 교육부도 행정안전부에 돌봄 전담사들의 완전 고용이 되도록 협상해야 했다. 교육부 장관이 발표만 하고 이에 따른 아무런 후속 조치도 하지 않은 잘못이 제일 크다. 무능하다는 것 말고 달리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4. 또 학교를 관리자와 교사의 대결 구도의 프레임을 씌워 무능력의 장애물을 잘 피해 갔다. 놀고먹는 관리자가 돌봄 교실 대체 근무하라는 논리가 여기서 출발했다. 근거와 출처를 알 수 없는 자문 변화사의 말 한마디가 관리자와 교사의 대결 프레임 기회를 제공했다. 교감인 내가 교육장이나 교육감 보고 수업 안 하고 놀고먹는 족속이라며 장학사들이 하는 학폭, 교권, 안전 관련 업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 웃기지 않겠는가? 교감이나 교장이 수업을 안 하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이 문제이다. 교감이나 교장을 하지 않는 교사도 수업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비난받아야지 교사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면 되지 않는 것처럼.
이번 돌봄 전담사의 파업 대책에 교감이나 교장이 대신 근무를 하라는 내용으로 협의가 시작되면 내가 교장이라면 차근차근 따져서 교장 협의회의 성명서로 교육부와 도교육청의 무능을 질타했을 것이다. 돌봄 전담사들에게도 파업의 방향이 잘못 설정되었음을 알렸을 것이다. 학부모에게 돌봄 교실의 파업을 알리고 학생 관리 수준의 최소 돌봄만 이루어질 것이라 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교장상이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서 교장의 역할이 드러나야 놀고먹는다는 소리 듣지 않는다.
5. 돌봄 전담사들이 파업을 하니 그렇게 자자체 이관을 주장하던 단체와 노조들이 하나같이 돌봄 전담사들의 법적 행위를 존중한다고 한다. 물론 존중되어야 하는데 니들은 교원, 학교, 학생들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집단들이 아니냐? 그러니까 니들도 돌봄 교실의 지자체 이관을 찬성하지 않았더냐? 지금의 태도가 도대체 뭐니? 너희들이 그렇게 싫어하는 회색분자가 아니냐? 그렇고도 교원들의 지지를 받겠다고 하는가? 그러고도 조합원과 회원들이 늘어나기를 바라는가?
6. 코로나 19로 전면 등교가 힘들 때 방과 후 학교 강사들이 방과 후 강좌를 열어 달라고 도교육청에 요구를 하니 도교육청은 학교장이 융통성 있게 운영하라고 했다. 학생 등교가 힘들고, 코로나 19 감염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어떻게 방과 후 강좌를 열 수 있겠니? 코로나 19 전파가 우려되어서 전면 등교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학교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면 학교가 무슨 백신과 치료제를 준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하라는 거니? 도교육청 차원에서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라고 냉정하게 판단하고 협상해라. 어떤 일만 생기면 학생들을 위해서 학교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데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청이 학생들의 안전에 위배되는 요구에 대해서는 왜 딱 부러지게 대처하지 못하니?
더 할 말이 있는데 정리가 안 되어서 다음에 생각이 나면 이어서 쓸 것이고 안 나면 그냥 넘어가련다.
늦가을을 좀 즐기면서 주말을 보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