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17일
17을 쓰는 순간 "오늘이 월급날이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집에 가까운 학교로 옮기기를 강력하게 희망하게 하지만 경력 1년밖에 안 되는 관내 희망 전보여서 가능성은 희박하다. 출퇴근 차 안에서 좀 더 희망을 갖기 위한 이런저런 궁리를 해서 희망을 갖지 말고 확률이 높은 학교를 선택하라고 했다. 전보는 일직선이 상호 주고받는 단선이 아니라 온갖 변수에 의해 다수의 타자들이 움직이는 현상이다.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복잡해서 그 내막을 꿰뚫어 볼 수 없다. 남들이 하는 이야기는 그냥 참고만 하면 된다. 우리 학교의 교사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참고 자료는 바로 안내를 하지만 선택은 본인들이 하도록 한다. 혹시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본인들이 선택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서운한 감정이 쉽게 회복되지만 남이 시켜서 한 선택에 대한 후회의 감정은 두고두고 남는다. 그래서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해보고 후회한 일들보다 하지 못한 일을 꼽는다고 한다. 호모 사피엔스가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기 위해 진화시킨 본인 선택 중심의 감정 조절장치이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교사 다면평가가 시작되는 시기- 성과상여금에 대한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다가 겨울방학과 사그라들었다가 다음 해 봄-성과상여금이 지급되는 시기-이 끝날 무렵 다시 피어오른다. 나를 포함한 대다수의 교원-내 주변에는 성과상여금을 찬성하는 교원이 한 분도 없다.-은 성과상여금 차등 지급을 철저히 반대한다. 원래 변별력이 없었지만 올해는 코로나 19 대유행으로 더 변별력을 갖기 어려운 성과 상여금의 균등 지급을 주장하는 선출직 공무원과 교원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월급 인상분이니 만큼 수당화 되기를 희망한다. 그런데 성과 상여금을 코로나 19로 힘든 사람들을 위해 기부하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는 이도 있다. 성과 상여금은 월급 인상분을 지급하지 않고 공권력의 폭거로 차등 지급을 하고 있는데 최하위 등급을 받는 교원은 사실상 월급이 삭감되는 것이다. 그래서 성과 상여금을 기부하고 말고는 교원 각자의 생각으로 결정하면 된다. 아무 잘못된 없는 교원을 죄스럽게 만드는 포퓰리즘식의 주장은 하지 말자.
울산교육청이 노조와 합의한 돌봄 교실 운영 방식을 반대한다. 우리 학교는 울산교육청의 합의처럼 돌봄 전담사가 돌봄 업무를 이미 전담하고 있다. 단순히 돌봄 전담사를 업무전담팀에 배치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발상은 학교의 사정을 정말 모르는 행위다. 더욱이 합의 조항 중 긴급 돌봄이 필요한 경우는 학교 자체에서 해결한다로 되어 있는데 결국 돌봄 업무를 학교에 종속시켰다. 돌봄 시간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다. 돌봄 전담사의 근로 계약 시간에 벗어난 시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돌봄 인원의 증가에 따른 물리적인 공간 마련, 인적 자원 충당, 지금보다 더 가중되는 행정 업무는 오롯이 학교의 몫이 될 것이다. 근본적인 치유보다 대증요법을 선택하면 차후에 일어날 병세는 더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돌봄 업무 주체를 지자체로 하자고 줄기차게 주장해 오지 않았는가? 우선 아픔을 멈추고자 한 행위였다면 빠른 시일 내에 근본적인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번의 문제 해결 방식은 갈등의 본질을 학교와 돌봄 전담사의 문제로 전환시켰다. 노조의 전술에 휘말린 것이다. 돌봄 문제는 지자체 이관이 근본적인 대책이고, 돌봄 전담사의 안정적인 고용 승계와 노동환경은 이관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될 문제이다.
표창장을 정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취득하는 것이 문제이지, 표창장을 안 받는 건지 못 받는 건지 모르겠지만 결코 받지 않겠다며 거부하는 행위가 자랑할 일은 아니다.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근거로 받아두면 요긴하게 쓰인다. 동료 교원이 추천하면 교감과 상의하여 신청해라. 사실은, 신청하지 않으면 교감은 더 편하다 챙겨주려는 교감을 폄훼하며 젠체하지 마라.
바닥공사로 짐을 정리하는 중에 복고풍의 라디오를 겸한 앰프를 발견했다. 등재되어 있지 않은 물품이어서 버리려는 것을 작동시켜보니 음질이 괜찮았다. 등 뒤에 클래식 음악방송 채널을 켜 두었더니 꽤 괜찮았다.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들을 때보다 더 좋았다. 복고가 주는 운치도 있고.
교육연구정보원 수전 설비 이전 공사에 따른 전기 공급 중단으로 업무포털, NEIS, K-에듀파인, 업무관리, 기록관리, 원격업무지원시스템(EVPN), NEIS 대국민서비스가 오늘 23:00부터 21일(월) 08:30분까지 중단된다. 업무포털에서 공지사항으로 알렸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전교직원에게 캡처한 공지사항 창을 메신저로 알리며 대비하도록 했다. 지난 월요일에 중단 원인을 점검이라고 잘못 알렸었다.
걱정거리 하나 때문에 내내 힘들었다. 그래도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