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1월 5일

멋지다! 김샘! 2021. 1. 5. 18:00

다가오는 금요일은 아버지 기일이다. 우리 집에서 유일한 제삿날이다. 어머니의 잔소리가 없어도 으레 정성을 다한다. 어머니는 내 말보다는 동네 사람들의 말을 더 믿고, 오락 프로그램을 포함하여 텔레비전에서 한 말은 무조건 믿는다. 그리고 당신의 경험이 더해지면 천하무적의 논리가 된다.
어머니의 진지한 말에 짜증스럽다가 절로 폭소가 터지는 경우도 있는데 뉴스와 드라마, 오락 프로그램의 내용이 뒤섞이는 경우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웃음을 흘리며 자리를 뜨지만 아내는 웃음 띤 얼굴로 애드리브와 추임새를 넣는다. 당연히 어머니는 나보다 아내에게 자주 말을 건다.

"이번 제사에는 아무도 오지 마라 해라."
"안 그래도 그럴 생각입니더."
"음식도 하지 말고 작은 상에 밥 한 그릇과 물 한 그릇만 떠놓아라."
"간소하게 차려서 우리끼리 제사할낍니더."
"근데, 코로나가 왜 이리 이리도 안 떠나가고 지랄이고? 사람도 많이 죽는다고 하는데 무슨 난린지 모르겠다. 총만 안 쏘지 전쟁보다 더 한기다."
"그래서 우리도 아무 데도 안 가고 조심해서 다닌다 아입니꺼! 이번 제사에도 아무도 못 오게 했고."
"근데, 코로나 이거는 음식에서 오는 것이 맞다. 옛날에도 음식이 잘못돼서 사람이 마이 죽었다 아이가! 넛들도 음식 조심해라."
"음식이 아이고 사람과 사람끼리 코와 입으로 옮겨서 마스크 꼭 쓰고 다니는데 무슨 소리를 합니꺼?"
"아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 소리고, 틀림없이 음식이 문제다. 중국에서 음식이 잘못 넘어 온기 맞다."
"예, 맞아예! 음식 조심해야 됩니다. 어머이도 아깝다고 음식 자꾸 아끼지 말고 버릴 것은 버려야 됩니다."
"내사 집에만 있는 사람이 중국 음식 먹을 일이 있나? 너나 조심해라."

내가 그나마 교육대학교 졸업하고 학교에 근무하는 것은 어머니 덕분이다. 이상주의자 아버지를 만나서 얼마나 처절한 현실을 살았는지 안다. 그래서 어떤 말이든 따르려고 하는데 여전히 잘 안된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삶으로 소설을 쓰고 싶은 마음이 간혹 생긴다.

신입생 한 명이 늘었다. 어떤 소식보다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