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1월 11일

멋지다! 김샘! 2021. 1. 11. 18:00

청렴도 측정을 위한 명부를 제출했다. 공사, 물품 구입, 급식 관련 업체의 대표들에게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제출받아서 학교 자체 보관을 해야 한다. 문자나 모바일로 내용을 알린 후 '동의'나 '동의합니다.'의 회신도 동의로 인정한다. 그런데 업체가 워낙 많고 회신율도 현저하게 떨어진다. 이를 어쩌나! 업체들과 계약할 때 미리 개인정보 활용 동의서를 받아두는 것이 더 낫겠다.

중대재해 법에 학교가 해당된다. 내용을 자세히 살펴보진 않았지만 우선 드는 생각이 학교라는 공간의 범위가 물리적으로 고정된 학교인지, 교육활동과 관련된 모든 시공간인지, 대상이 교육공무직을 포함한 교직원에만 국한되는지, 학교장이 발주하지 않은 공사를 포함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공사가 해당되는지가 궁금하다. 법령, 학교장의 지시에 의해 사전 점검과 지도를 했음에도 중대재해가 일어났을 경우는 어떻게 되는지? 
이에 따라 학교 교육활동이 축소되거나 경직될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사회적 약자 계층의 학생들이 그 피해를 입는다. 산업현장의 억울한 죽음을 예방하기 위한 법이 학교의 역할 축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 산업현장에서는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을 철저히 막을 수 있도록, 학교는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개정되어야 한다.

'인간은 잘해주면 잘해준다.'가 신념이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이 신념이 흔들린다. 이제는 잘해주면 잘해주는 사람이 있고, 아무리 잘해줘도 전혀 잘해주지도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받아들여 당연히 해야 될 일을 더 잘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가 신념으로 자리 잡는다.

교사가 만족하는 업무 적정화는 영원히 될 수 없다.
첫째, 교사가 당연히 해야 될 일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 주장한다.
둘째, 교원, 지방공무원, 교육공무직이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이 다르다. 교육공무직이 아무리 많이 배치되어도 근복적으로 업무는 줄어들지 않고, 지원 분야마저  교육감과 노조의 합의에 의해 제한되고 있다.
셋째, 교사 업무 적정화만 생각하여, 관행으로 교사가 하고 있는 순수한 행정업무-시설물 관리, 임금 지급, 인력 채용 및 관리-를 하지 마라고는 하지만 어느 부서나 어떤 이에게 이양하라고 하지 않는다. 제시한 표준 업무 분장 안을 참고하여 민주적인 의사결정으로 학교장이 분장하라고 한다. 민주적으로 합의가 되는 사안이었으면 지금까지 떠밀려 왔을 리가 없지 않은가?
넷째, 민주적으로 원만하게 합의하여 업무 적정화가 이루어진다 해도 업무의 편중 현상은 어쩔 수 없다. 사회가 진보할수록 학교 업무는 증가하지 축소되지 않는다. 혹자들의 주장하는 업무 다이어트는 풍선효과의 다른 말일뿐이다. 풍선효과에 의해 업무가 한쪽으로 몰렸을 경우, 업무가 줄어든 교사는 예전보다 학생 곁에 확연하게 더 머물러야 한다. 그런데 업무 적정화에 의해 업무가 몰린 교사보다 업무량이 훨씬 줄어든 교사들이 계속해서 업무-교사가 당연히 해야 될 일까지도 교사가 하지 말아야 될 업무라고 생각함-를 줄여달라고 한다. 업무를 핑계 삼는 교사나 교육관료-본인의 사회적 활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교사의 구미에 맞는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해-가 사라지지 않는 이상 교사의 업무 적정화는 이상향으로만 남을 것이다.
다섯째, 업무 적정화를 주장하고 추진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학교의 다양한 업무를 맡지 않았거나 맡고 있지 않아서 내놓는 엉뚱한 주장성 대책이 관리자와 교사, 행정실과 교사 등의 갈등 구조를 생산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 전체가 힘을 모아도 업무량은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집단지성으로 효율적으로 분장해야 한다. 그래서 각 학교 구성원의 구성과 능력, 생각에 따라 업무 분장이 각양각색일 수밖에 없고, 일 년 단위로 유동하는 것이지 고정되는 것이 아니다. 이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면 차후가 걱정되어 민주적인 방식으로도 업무 적정화를 이룰 수 없다.
그래서 주장한다. 우선은 유연한 사고와 교사의 책무성으로 업무 적정화에 근접할 순 있겠지만 진정한 업무 적정화는 지방공무원과 교사의 충분한 고용이다. 그렇게 되어도 최소 노동에 의한 최대 임금이라는 자연 규범에 의해 업무 적정화에 대한 불만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교장선생님과 2021학년도 준비를 위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방학하기 전에 늘 하는 방학 중 복무 요령 및 준수, 학생 안전 지도를 철저히 해달라고 했다. 다음 주 화요일이 종업식, 졸업식, 방학식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 코로나 19 집단 감염이 발생하여 2.5단계로 격상됐다. 인간을 위한 종교가 인간을 해하는 현실이 정말 싫다. 학교와 집만 오가는 삶이 짜증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