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4월 16일

멋지다! 김샘! 2021. 4. 17. 06:36

어제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 교감 협의회가 있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대규모 협의회를 해야 하였느냐와 같은 문제 제기는 차치하고 협의회의 성격으로만 한정하여 경험과 느낌을 적는다.

일기와 기타 글에서 꾸준히 주장하고 있지만, 행복학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람들의 자기중심적인 계몽적 사고가 빨리 바뀌어야 한다. 행복학교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원 동아리, 배움의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교원들은 기존의 학교는 비민주적이고 수업은 학생 중심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러면서 본인들의 상념과 관념이 얽힌 감점을 정형화하여 마치 희망의 절대 빛이라는 식으로 강요한다. 본인들의 주장대로 절대 빛이 그렇게나 좋으면 본인의 교실과 학교에서 실천하고 그 결과가 바람직하면 공유하면 된다. 그런데 정책이나 제도로서의 검증이 안 된 절대 빛을 왜 수용하지 않느냐며 행정력을 동원하여 이행 여부를 제출하라고 강제한다.
어제도 사례 발표자로 나선 행복학교 교장의 발표 양식이 그들의 기존 양식에서 전혀 벗어나지 않은 구태였다. 내용도 신선하지 않았다. 요즘은 대중매체의 강의 프로그램과 SNS와 유튜브 등의 자기 계발 강연 프로그램이 차고 넘쳐서 웬만한 강의 방법으로는 시청자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 교원은 그 정도의 강의 역량을 갖기 힘들므로 내용을 진솔하게 드러내어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텔링 기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억지로 끌려 온 참가자들에게 이것저것 귀찮은 것 시키면서 내 생각과 방법이 옳으니 따라오라는 식의 계몽적인 태도는 저절로 한숨 짓게 한다.

담당 장학사는 참가들이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살펴야 했다. 도 교육청이 교무행정팀을 운영하라며 어설프게 학교를 들쑤셔놓았는데 그 상처와 갈등을 교감들이 봉합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많은 학교는 내년 2월까지만 일시적으로 봉합된 상태다. 이에 따른 불만을 벼르고 있었던 교감들이었다. 어제 협의회 전에 일선 교감들과 조금만 소통했다면 협의회 분위기를 다르게 이끌 수 있었다. 일선의 혼란과 갈등을 먼저 들추어내고 해결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위로할 수 있었는데, 어설프게 ‘교사에게 월급을 올려주면 수업을 더 열심히 하겠느냐?’와 같은 설문 수준으로, 교무행정팀 운영이 교사를 학생 곁으로 가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일방적 귀결로 잇는 전략이 화만 키웠다.


질의응답에서 방과후학교 업무를 전담하는 교육공무직의 배치에서 빠진 전체 행복학교와 행복나눔학교의 문제가 불거졌을 때, 기존 교육공무직에 방과후학교 업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답변을 하면서 향후 방과후학교를 전담하는 교육공무직도 배치할 계획이 없으니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이면 행복학교와 행복나눔학교는 교원이 그 업무를 담당할 수밖에 없고, 도 교육청은 교사가 방과후학교 업무를 맡고 있는지를 점검하겠다고 하는데 그러면 행복학교와 행복나눔학교의 방과후학교 업무는 교감이나 교장이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정상적인 뇌를 가진 교감이나 교장이라면 행복학교와 행복나눔학교에 근무하려 하겠는가?

교무행정팀 운영 상황을 협의하여 발표하는 과정에서, 어느 행복나눔학교 교감이 교육공무직이 독도 교육을 계획하여 학교장의 결재를 득한 후에 교사들에게 뿌려주면 교사는 그것을 근거로 수업한다고 했을 때, ‘교육공무직이 교사 위에 있는 학교네’, ‘조금 있다가 교육공무직이 교사로 전환을 요구하겠다.’, ‘도대체 교사는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와 같은 성토를 할 때 담당 장학사와 장학관이 똑 부러지게 ‘그런 방법은 교무행정팀의 바른 운영이 아니다.’라고 왜 제지하지 않았을까? 너무 황당하여 제지할 순간을 놓쳤을까?

교사는 수업행위만 해야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교사론이 인기영합주의자들과 결합하여 극단으로 치달아 학교의 갈등과 교육의 후퇴를 가져올 우는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교장 자격이 없는 내부형 교장 공모를 통해 교장이 된 행복학교의 불만도 들렸다. 교사의 시선으로만 학교를 운영하려 드니 소통이 제대로 되겠는가? 업무분장부터 독단이고 여기저기서 일을 벌여놓고는 교직원더러 마무리하라는 식의 독선적인 태도는 ‘내가 하는 일은 옳은데 왜 사사건건 방해하느냐?’는 식이다. 본인의 입으로 떠들고 다니는 행복학교의 기본 철학에 도취하였을 뿐 실천으로 이어질 역량인 사람의 공부가 안된 결과다.

어제 내가 듣고 본 상황이 일부고 특수할 수 있으나 내용은 가볍지 않다.
어제 상황을 일반 학교 교원들이 관람했다면 행복학교를 신청하려 할까?


과거의 감상적인 소회에 젖은 주관적인 경험이 정책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 만약 꼭 정책으로 추진하고 싶다면 여러 사람의 온갖 걱정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를 위한 정치, 부동산 정책, 교육 정책은 정답이 없다. 정답이 있다는 접근은 근본주의와 극단주의로 정답이 있으니 소통과 협상을 불허하는 태도로 이어진다. 이 태도가 인기영합주의자와 결합하면 갈등과 부작용은 절정에 달한다. 그래서 보다 나은 정책을 하려면 그 정책이 필요한 현장의 솔직한 목소리를 찾아야 한다. 일부러 반대의 목소리를 듣고 대책을 마련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도 필요하다.

 

그렇게나 말을 잘 듣던 교감들에게서 어제와 같은 반응이 왜 나왔을까?
우스운 분석인지는 모르겠으나 예전 같으면 교감 경력 4~5년이면, 빠른 경우는 3년이면 교장 자격연수를 받았다. 인내의 임계점에 다다르기 전에 교장으로 승진했다. 하지만 이제는 6년은 기본이 되어서 임계점에 다다를 수 있는 충분한 기간이 확보되었고, 예상되는 시일 안에 승진도 되지 않는데 굳이 참으려 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시대와 사회의 변화와 요구로 교육을 바라보는 교사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듯이 교감도 관료제를 지탱하는 수동성을 거부하는 비판의식이 싹트고 있다.

 

어제의 상황을 가볍게 여기지 않으면 좋겠다.

상황을 오판하여 더 자극하는 강제 행정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강력하게 소망한다.

이왕 일은 벌어졌다. 학교 현장의 특성상 학교마다 나름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런 과정에서 불만과 갈등이 분출되고 항의성 민원 전화로 이어질 것이다. 정책의 목적을 찾아가는 현장 사례에 집중하고 정답이 없음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어제 누군가가 물리게 갈등이 진보라고 했다.

그 약속 지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