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5월 14일
멋지다! 김샘!
2021. 5. 17. 10:08
나하고 일이 등을 다투며 학교로 들어서는 형제가 교무실로 턱 들어오더니 소파에 자리를 잡고는 부정확한 발음으로 집안 사정을 주거니 받거니 경쟁적으로 말했다. 대충 이랬다.
‘아빠가 바쁜 엄마를 잘 돕는다.’
‘엄마는 낙지를 잡는데, 낙지가 다른 곳으로 가버려서 잘 잡히지 않는다.’
‘집에 수박이 있다.’
교무실 간식 바구니를 기웃하여 자연스럽게 사탕을 집고는 커피 맛이라고 투덜대길래 마이쮸로 바꿔줬다. 친구들 줘야 한다고 몇 개 더 달래서 마이쮸만 정성껏 골라줬다. 이러고 있는 내 모습으로, 예전에도 지금처럼 좀 여유롭게 아이들을 대했어야 했는데 라는 후회를 했다.
이런 후회로, 간혹 열정 넘치는 교사의 목소리가 교실을 넘쳐나면 혼자 흥분했던 과거의 내가 떠올라 빙긋이 웃는다. 열정과 전문성만으로 안 되는 가르침이 있다. 세월이 창조한 경험의 내공이 쌓여야 하는 가르침이 있다. 그때는 잘 모른다.
하기 싫어서 미뤄 두었던 일을 마무리했는데 찜찜하다. 어찌 되겠지 뭐.
아이들이 내일이 스승의 날이라며 축하를 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