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6월 21일
‘LH를 응원합니다.’
우리 지역의 여러 단체가 내건 현수막이다.
충격이었다.
인원 감축하지 않는, 해체하지 않는 개혁안과 LH를 응원하는 것은 다르다.
직원이 내부 정보를 이용하여 불법적으로 땅장사를 하고,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하는 일이 없고, 국민에게 주택을 싸게 공급하려는 노력도 없고, 그나마 국민을 위한 주택 공급에는 직원들이 부정하게 관련되어 있고,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을 어떻게 응원할 수 있나?
애초에 혁신도시가 들어오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조용하고 편리하고 사람 만나기와 살기 좋은 곳에 사람이 모여들면 교통 혼잡하고 환경 파괴는 필수며 덩달아 집값도 올라가서 집사기가 힘들다. 나에게 이익이 없는데 반길 수가 없었다.
일자리 창출-엄격히 말하면 지역 대학 출신자의 취업과 세수 증대에 따른 복지 증진과 집값 상승에 의한 재산 증식을 내세웠다. 국가는 큰 틀에서 국토의 균형 발전을 내세웠다.
내 주장과 어긋난다고 하여 잘못이라며 억지 부리지 않는다. 그래도 따질 것은 따져보자.
우리 지역 대학 졸업자가 우리 지역 출신의 지역 인재가 맞나? 그러면 밖에서 성장한 인재는 배척하는 게 우리 지역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인가? 우리 지역 고등학교 우수 졸업자가 LH에 입사하기 위해서 우리 지역 대학에 몇 명이나 입학할까? 무엇보다 LH가 우리 지역에 본사를 옮긴 후 지역 인재를 몇 명이나 뽑았나? 두 공공기관이 합쳐진 LH는 인원을 줄여야 하는데 어떻게 신입사원을 더 뽑을 수 있을까?
LH가 얼마만큼의 세금을 우리 지자체에 내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세금으로 내 삶이 나아진 것은 전혀 없다.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LH의 복지를 누린다고 말하지만 그럴 요령으로 혁신도시가 생기지 않았으니 그 논리는 옳지 않다. 오히려 그 논리는 균형 발전보다 집중을 부채질하는 꼴이다. 은연중에 혁신도시에 산다고 자랑하며 혁신도시 거주 자체를 상층 계급으로 인식하고 그런 대우를 받기 위해 손실을 안고 입주한다. 입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원주민들이고, 지역 전체 집값이 올라서 세금만 더 내는데 어떻게 복지이고 재산 증식인가?
LH 직원은 주중에 혁신도시에서 잠만 자고 주말에는 수도권으로 돌아간다. 그래서 혁신도시의 비싼 상가 임대료만큼 수익은 생기지 않고 건물주는 땅값이 비쌌으니 임대료를 무작정 내릴 수도 없다.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가게의 손님 대부분은 원주민이다. 원주민이 비싼 곳에서 비싼 소비를 하는 꼴이다. 왜 그래야 할까?-원주민이라는 용어를 쓰지만 아주 기분 나쁘다.-
수도권의 쏠림현상으로 나타나는 환경문제, 수도권에 쏠린 사람들 중심의 국가정책으로 전 국토에서 소외당하는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는 국토의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 하지만 공공기관 몇 개 옮기면 해결될 것이라는 그 발상이 잘못이었다. 직장만 옮겨 놓으면 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는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내가 학교가 있는 곳에 살지 않고 굳이 출퇴근하는 이유와 같다.
혁신도시가 들어서서 어머니가 아주 조금 가지고 있는 땅값도 조금 올랐다. 전혀 고맙지 않다. 땅값이 원래대로 돌아가더라도 LH의 개혁을 희망한다. 내 세금이 LH로 흘러가는 게 아깝다. 같은 지역에 사는 사람이 어떻게 배신할 수 있냐고 무작정 비난하지 마라. 내가 잘못 알고 있는 부분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받겠다.
찾아가는 청렴 연수를 오늘로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