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멘토에 대해서 냉정한가?
보통 신규 선생님들이 학교에 발령에 받아 오면 비슷한 나이의 선배 선생님이 있다. 그리고 나이 차이가 있는 선배 선생님들보다 이들과 더 대화를 많이 하고 많은 생활을 같이 한다. 어느 순간 전자의 선배 선생님의 생각과 행동을 같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선배 선생님이 자연스럽게 멘토가 된 것이다.
그러나 멘토인 선배 선생님이 선생님으로서의 갖추어야 할 바른 심성과 업무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특히, 선배 선생님이 교직에 대해서 부정적인 생각이나 그릇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더욱 심각해 진다. 대학생활을 갓 마친 초임 선생님에게 학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수업만 하면 될 것이다.'는 환상은 일주일만에 깨지고, 천사 같다고 생각하든 아이들에 대한 기대는 나도 모르게 골칫덩어리로 생각되어지고--- ---.
무엇을 어떻게 풀어 나갈지를 모르는 상황이다. 이때 선배 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약과 독이 될 수 있다.
돈에 민감한 선생님이 있었다. 물론 자신이 손해보는 일을 하지 않는 선생님이었다. 자신이 생각이 옳다고 판단되면 아무에게나 자기 주장을 스스럼없이 하는 선생님이었다. 문제는 이 선생님도 첫 발령에서 멘토를 잘못 만난 것이 문제였다고 보아진다. 그런데 더 큰 문제가 이 선생님을 멘토로 생각하는 후배 선생님들의 행동 변화가 더 큰 문제였다. 자연스럽게 닮아가고 있었다. 다행스럽게 그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다. 그런데 서로 친분이 있다보니 꾸준히 연락을 하고 있었고, 후배 선생님의 학교생활에 대한 다양한 멘토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한번은 내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며 당신의 멘토 생각이 잘못되었으니 멘토와 같은 생각과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메세지를 전달했다. 그 뒤 조금씩 행동들의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생기지 않았다. 오히려 나에게는 기분좋은 소리와 그 상황에 맞는 적당한 농담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끌고 갔다. 그러더니 학기말이 다 되어 내가 학교를 옮기는 시점에서는 원래대로 돌아가 버렸다. 자신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그 멘토에게 배웠고 똑같이 행동한 것이었다.
이 선생님의 자연스러운 멘토인 선배 선생님의 교직생활에 대한 주변의 평가는 좋지 않았다. 조금만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았다면 좀 더 진취적인 선생님이 되었을텐데--- ---. 자신의 멘토에 대해서 냉정하지 못한 결과로 자신은 교직생활이 편할 지 모르겠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 온 기회도 잃어버렸고, 이후 선생님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할 것이다.
신규 선생님일수록 학교는 어려운 곳이다. 그러나 이 어려운 곳에서 평생을 생활해야 한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면 천사같은 아이들과 행복한 교직생활을 할 수 있는 시기도 온다. 현재 나의 멘토가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선약을 처방하는 지, 당장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독약을 처방하는 지를 멘토의 주변생활을 통해 냉정하게 판단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