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와의 회식이 왜 싫은가?
친한 친구와 또는 그다지 친하지도 않은데 공짜로 식사하고, 공짜로 술 한잔하고, 공짜로 노래방이나 스크린골프에 데려가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전제 조건은 별로 바쁘지가 않을 때이다. 그러나 관리자와 회식을 같이 하자고 하면 많은 교사들이 썩 좋아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욱이 관리자와 같은 상에 앉을 때에는 더욱 그럴 것이다.
왜 그럴까? 무슨 이유일까?
내가 좋아하는 조선시대의 윤휴라는 대학자가 있다. 그 분은 '백성은 교화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 이외의 천하다.' 비록 자기는 양반이지만 자신과 백성 사이에는 계급적 차별이 없다고 했다. 즉, 상대방의 가치관과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조선의 사회에서 이런 가치관을 가진 양반들이 몇이나 되었을까? 그래서 백성들이나 의식이 있는 조선의 학자들은 이 분을 존경했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교사들이 회식을 피하는 것은 회식이 싫은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관리자가 싫은 것이다. 즉, 회식자리에서 관리자의 일방적인 생각 강요, 의견이 다른 교사에 대한 인격적인 모독과 뭘 모른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자기 주도형 여론 몰이, 자기 생각 위주의 결론 짓기, 자기 위주의 2차 장소 정하기 등이 싫은 것이다.
특히, 가입된 단체가 다르다고 정치적인 이야기를 꺼집어 내어서 극단적으로 모욕감을 준다든지, 자기의 교사 시절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대- 이야기를 꺼집어 내어 현재의 교사생활과 비교하며 면박을 주는 행위는 정말 회식 자리를 피하게 하는 주요인이다.
회식 자리는 학교생활에서 스트레스와 애로점을 서로 공유하며 용기와 격려를 해주는 자리이지 누구의 일방적인 생각을 강요하는 자리가 아니다. 회식자리를 왜 업무의 연장으로 정하고 있는 것일까? 관리자가 일방적으로 주도해서 일방적으로 몰고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하기 힘든 이야기를 서로 공유하며 교사의 성장과 학교의 성장 나아가 교육의 발전을 꾀하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를 착각하여 회식이 업무의 연장이라고 하니 관리자 마음대로 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관리자가 마음대로 하는 자리는 자신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하는 사조직이다.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교사를 업무능력이 떨어지고 책무감이 없다고 비판하는 것은 자기의 사조직에 왜 참여하지 않느냐고 나무라는 것과 똑 같다.
진정으로 교사들이 회식자리에 많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자신도 교사들과 함께 즐겁게 회식을 즐기려면 조선의 대학자 윤휴처럼 상대방의 가치을 존중하는 관리자, 의견을 결정하는 관리자 보다 의견을 존중하는 관리자, 교사들의 이야기를 오해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들어 주는 관리자가 되면 된다.
관리자와의 회식이 왜 싫은가? 이 답과 같이 행동하는 당신이 안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