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8월 30일

멋지다! 김샘! 2021. 8. 30. 21:07

군대 제대 후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복학하는 아들이 최대한 경제적 독립을 하겠다며 과외를 비롯한 학내 인턴-경제적 이득보다 연구 경험의 성격이 강함-을 했다. 엊그제 집에 와서 조용히 밥을 먹다가 공부에 집중하겠다며 용돈 원상회복을 요구했다. 아내가 수용했다. 둘째가 제대하면 내가 책임져야 하는데…….
말이 용돈이지 건물 임대료를 뺀 객지 생활비인데 만만찮다. 그래도 시절이 그러한데 다른 수가 없다. 내 부모님이 농사지어서 벌인 돈을 아끼고 아껴서 나를 이나마 만들었듯이 나 또한 그런 마음이다. 그 당시 나는 하고 싶은 게 있어도 마음 놓고 말하지 못했고, 방법을 진지하게 알려주는 이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잘못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찾았다면 달라질 수 있었다. 아니다, 그 방법이 힘들어서 스스로 포기하며 안위(安慰)의 만족을 택했다.
아들과 제자들, 내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고 싶은 것의 성공을 확신하며 한 발 두 발 걸으라는 게 아니라, 하고 싶으니까 한 발 두 발 걸으며 세상을 향해 ‘하고 싶다’라고 외치라는 것이다. 걷고 외치다가 다리와 목이 아프면 쉬기도 하고. 원하는 결과가 아니면 뭐 어때서 내 삶을 산 것인데.

나는 확신한다. 자기 삶을 사는 게 인간의 삶이고 남이 성공이라 부르며 부러워하는 삶이다.
9월 1일 자 인사를 보고 잠시 흔들렸다가 아들의 용돈 원상회복 요구에 재차 내 삶을 살기로 다짐했다.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젝트가 전국적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심각한 저출산의 상황에서 아이 낳는 인간이 적은 지역의 학교는 작은 학교가 될 수밖에 없다. 작은 학교를 방지하거나 적정 규모의 학교로 회복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아이 낳는 인간이 항상 유입되어야 한다. 현재 일부 농산어촌에서 주거와 직업 지원을 통해 아이를 가진 가구를 유치하여 적정 규모 회복을 꾀하는 학교가 있지만, 이 역시 아이 낳는 인간이나 아이 가진 가구가 지속해서 유입되지 않으면 시가만 늦출 뿐이지 실패한다.

아이 낳는 인간이나 아이 가진 가구를 지속해서 유입하는 방법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경제적 지원과 학력 향상-내 아이 공부 잘 시키는 학교이다. 중·고등학교의 기숙형, 특성화, 흔히 좋은 대학을 많이 보내는 자사고를 제외한 작은 학교는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학력 향상보다 경제적 지원에 더 이끌린다. 광역 학구로 지정하여 통학구역을 넓히는 방안이 있지만 경제적 지원과 학력 향상에 대한 보장이 없으면 굳이 먼 거리를 자녀가 힘들게 학교 다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공교육을 대안학교의 역할로 간주하거나 혁신학교를 선호하는 교원과 학부모들이 광역 학구로 지정된 특정한 작은 학교에 모여서 적정 규모의 학교로 회복하는 경우는 일반화 모델이 아니다. 작은 학교가 다 그럴 수 없다.
경제적 지원은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학교가 지자체와 활성화 할 수 있다. 인구 소멸에 대한 걱정은 학교보다 지자체가 더 많아서 마다할 이유가 없는데, 지자체 내에서의 인구 이동에는 소극적이다. 인구 유입 없이 지자체 내에서의 학생 이동은 지자체로선 별 의미가 없다. 다른 지자체에서 전입하는 경우, 지자체의 인구가 늘어나는 경우에만 적극적이다. 현재 특별한 역량을 발휘하는 교육청, 교육지원청, 학교의 인사들과 지역 인사들의 의지가 약화하거나 이동하여 공백이 생겨도 유지될까에 대한 의문에 나는 회의적이다.

우리나라 학부모는 자녀가 공부 잘 할 수 있다면 웬만한 노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데 위에서 언급한 그런 학교가 아니면 특히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는 학력 향상을 손에 잡히게 할 수 없다. 초등학교의 경우 공부를 다른 학교보다 정말 재미있게 가르쳐서 같은 또래의 학생보다 학업 성취도가 높고 학교 만족도가 높아도 고학년이 되면 공부 잘 시키기 위해 학교를 옮긴다. 간혹 농어촌 전형의 수능을 바라보고 이웃 중학교로 진학하지만, 이웃 중학교가 적정 규모의 중학교라는 조건일 때이다. 그래서 작은 초등학교보다 작은 중학교의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저출산에 의한 작은 학교의 가속화는 막을 수 없다. 다만 막대한 지원을 통해 늦출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주장한다. 한 학생이 다니더라도 작은 학교에 대한 지원을 유지하라는 거다. 학생 수가 적다고 건물과 교과 과목과 내용이 줄어드는 게 아니고 건물의 수명이 줄어드는 학생 수처럼 느려지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를 선진국이라 주장하려면, 학생 인권과 복지를 강조하려면, 교육으로 나라의 미래를 설계하려면 이제는 교육이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학생 수 감소에 의한 교원 수 조정의 하나로 신규 교사 임용을 줄인다는 보도를 접했다. 어느 시점에서는 무한정 신규 교사 임용을 줄일 수 없으니 교원 구조조정-인원 감축-을 정치권에서 먼저 시작할 것이다. 많은 교원이 반대하고 효과도 없는 교원성과금과 교원능력개발평가를 교육부가 굳이 존속시킨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나의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지 않기를 바라며, 이 모든 게 자본으로 교육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교원성과금의 월급 전환과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가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 포함되도록 전방위의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