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9월 6일

멋지다! 김샘! 2021. 9. 6. 17:12

교감이 되고 난 후 제일 힘든 게 편애하지 않는 거다. 사람을 공평하게 대하는 게 뭐가 어려워 제일 힘든 거냐며 반문할 수 있다.

나에게 뭔가를 바라며 계산적으로 말하고 행동하는 게 눈에 보여, 내 앞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태도와 뒤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게 너무 달라, 그 다름을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를 채는데 나는 모를 것이라는 생각으로 나에게 계속 그래, 직책을 믿고 말했는데 다른 이에게 악의적으로 전달하여 오도해, 뭐로 보나 나의 생활을 당당하게 평가할 위치가 아닌데도 주저 없이 나의 말과 행동을 평가해, 내가 그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기의 잘못을 덮기 위해서 내가 그런 말과 행동을 했다고 억지 부려, 자기는 뛰어난 사람이고 능력도 출중하며 그런 대우를 받기를 원하지만 학교에서의 실제 생활은 딴판이야, 정말 힘들어할 때 성심성의껏 도왔는데 도운 것을 나 몰라라 하며 더 힘들게 해.

이런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처럼 똑같이 대할 수밖에 없지만, 마음은 언제나 언짢다. 교감의 권위와 법령이 정한 지위로 지적하기엔 애매하고 요즘 같은 분위기에서 까딱 잘못했다간 큰일 나고.

나보다 경력이 많은 사람은 충고한다. 평소 웃고 지내는 사람들이 내 편을 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만큼 실망으로 돌아오는 게 다반사여서 절대로 과한 친절을 베풀지 마라. 법령으로 교감이 정한 역할만 충실하고 다른 어떤 기대도 하지 마라. 그게 편하다.

나는 이런 충고가 불만이다. 교감으로서 그런 사람이 학교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런데 뾰족한 방법은 없다. 그래서 혼자 온갖 상상력을 발휘하여 주변의 상황을 편집하며 때로는 분노를 표출하고 때로는 큰 위안을 얻는다. 마음속에서만.

편애하지 말자고 주장하며 편애하지 않으려는 삶이 정말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