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1년 9월 13일

멋지다! 김샘! 2021. 9. 13. 18:30

어제저녁부터 오늘 출근하기 싫었다.
별다른 이유도 없는데, 간간이 평온한 마음을 예리하게 찌르고는 불안을 주입한다.
빠뜨린 중요한 보고 공문이 있나? 학교 방문객이 있나? 회의가 있나? 출장이 있나?
마침내, 알 수 없는 불안한 일이 생길 것만 같다.
통제되지 않는 감정은 아무 생각 없이 흘려보내야 하는데 굳이 붙들어 매는 심보는 무엇일까?

클래식 음악에 주파수를 맞추고 분홍색 걸레로 책상과 주변을 깨끗하게 닦았다.
열린 창문 사이의 바람골에서 원두커피를 분쇄하며 맡는 향이 흐린 날씨를 운치 있게 만든다.
여과지 속의 커피 가루가 물방울에 부딪히면 향으로 피어나고 눈을 감는다.
똑똑 떨어지며 둥글게 말린 영롱한 커피 방울이 수면을 몇 번 구르다 잠긴다.
커피가 구르는 모양으로 하루를 점친다.
좋은 점괘다.

코로나19 방역 3단계까지는 1일 형 현장 체험학습은 학교장 자율이라는 공문이 왔다. 우리 학교는 예정되었던 현장 체험학습을 해당 기관에 일일이 전화하고 공문을 보내 취소했었다. 교무부장에게 필요하면 코로나19 유행 추이를 보고 10월과 11월 교육활동에 학교 자체적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교육공동체의 의견을 모아 추진하자고 했다.
자꾸 바뀌는 것도 문제지만, 학기 시작 전에 교육과정을 수정 변경하는 게 당연하고 특히 올해는 대체휴일에 따른 교육과정 변경을 학교운영위원회 심의까지 마쳤다.
도 교육청에서도 8월 중순부터 말을 2학기 맞이 중점 기간으로 지정, 운영하여 전면 등교에 따른 학사를 준비하도록 했다. 이 기간은 이미 바뀐 4단계에 의한 현장 체험학습 운영 지침이 안내된 상태여서 다시 바꾸려면 이 기간이 적당했다.
질병관리청의 대응 수칙 등의 변경을 비롯한 여러 이유가 있을 테지만 학교에서는 아쉽다.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교육과정 중심의 학교를 바라려면 교육과정 수립 전에 웬만한 교육활동이 확정되어야 한다. 계속 주장하지만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은 임기응변이 아닌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학생 교육을 적확하고 풍부하게 변화시키는 거다.

새로 부임한 교육장의 학교 처음 방문 공문이 왔다.

정당별 대선 후보 경선에서 교육 공약이 없다고 하는데 정당 경선이 끝난 후에 분야별 구체적인 공약이 발표되리라 본다. 공약을 먼저 발표했다가 상대 정당에 되치기를 당하지 않아야 하고, 정당 경선이니 도덕성을 비롯한 후보자의 능력 검증과 정당의 정체성 적합에 집중할 수밖에 없어서 정책이 두루뭉술하고 네거티브가 판친다. 국민은 검증과 네거티브를 구분하지 않는 아리송하고 천박하고 섬뜩하며 아니면 말고 식의 언어에 짜증만 나고.

교원단체나 노조가 그들의 정체성만으로 섣부르게 어떤 후보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라며, 향후 후보 지지 차원을 넘어 후보의 교육 공약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