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17일
교사가 한번 말한 것을 그대로 알아듣고 행동하는 학생은 거의 없다.
오히려 여러 번 말해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는, 알아듣지 않으려는 학생 수십 명을 일일이 챙기며 알아듣도록 해야 한다.
야외 활동을 나가는 학생은 항상 기분이 좋지만, 인솔하고 지도하는 교사는 교실보다 훨씬 말 안 듣는 학생 수십 명을 더 잘 챙겨야 한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 부모나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쉽지 않다. 한 번에 척척 말귀 알아듣는 학생 없다.
현장 체험학습을 떠나는 학년을 배웅하며 “날씨가 더워도 밖에만 나가면 학생들은 좋아하지만 더운 날씨에 선생님들은 정말 고생하시겠다.”라고 했더니, 학교에 근무하는 다른 직종 사람이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어른도 밖에만 나가면 기분 좋아요!”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한소리 하려다가 그냥 참고 이 글을 남긴다.
엄청나게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태어난 인간은 그 빠른 변화가 몸에 배어 있는데, 그 빠른 변화를 머리에만 담고 있는 인간은 빠르게 변한, 변하는 인간을 자신의 느린 유년 시절과 동일시한다. 당신의 그때와 지금은 천지 차이다. 그때로 지금을 판단하고 바꾸자고 하는 건 혁신도 변화도 아닌 수구의 연장이고 성장의 정체다. 지금의 상황으로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열려는 인간을 기대한다.
교감 자격연수 대상자 공문이 왔다. 우리 학교 교무부장을 비롯한 아는 분들이 있어서 전화, 문자, 메신저로 축하한다고 했다. 다들 고생하셨다. 고생 끝에 낙은 없지만, 보람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초여름의 시원한 먼 바닷바람이 사각의 창을 비집고 들어오는 점심시간의 교무실에서 헤드폰으로 교대 방송국 시절 틀어주었던 노래 들으며 라떼 한 잔 마셨다.
저녁에는 창원에서 교감 초임 발령 학교에서 마음을 나누었던 선생님들을 오래간만에 만났다. 왁자지껄하고 스스럼없이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정말 좋았고, 예전에 도 교육청 직속기관 파견을 희망하는 선생님을 컨설팅했는데 이번에 소원을 이루어서 고맙다며 인사를 하러 왔다.
좋은 자리 기분 좋게 마무리하고 밤 기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데 취기가 여흥을 오랫동안 붙잡아 옆 사람의 눈치를 보며 히죽거렸다. 날을 넘겨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자지 않고 기다리고 있어서 오늘 있었던 기분 좋은 일들을 털어놨더니 가볍게 맞장구만 쳐주고 조용히 잤다.
숙취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