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2년 12월 28일

멋지다! 김샘! 2022. 12. 28. 17:21

2022학년도 마무리와 2023학년도 교육과정과 학년과 업무, 예산 수립으로 바쁘다.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교사 때부터 주장했고 교감이 되어서 나름대로 실천하는 게 있다. 직접 그 일을 할 사람, 해야 할 사람이 주도하여 협의하고 결정하여 실천하자는 것이다.
전교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전교직원이 주도하고, 교원이면 해야 할 일이면 교원이 주도하고, 교사가 해야 할 일이면 교사가 주도하고, 행정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행정직원이 주도하고, 교육공무직원이 해야 할 일이면 교육공무직 주도로 협의하여 결정하고 시행하자는 것이다.
교감이나 교장은 그런 결정이 교육본질에 맞는지, 퇴행이 아닌 진보를 지향하는지, 시대와 화합하는지, 법령과 지침 매뉴얼에 어긋남이 없는지를 살펴서 지원하자는 것이다.
다양한 이유로 모두 기피하는 일이 있다. 그 일을 누군가는 해야 한다. 해당하는 사람끼리 모여서 협의하면 보통은 결정을 못 내리거나 마음이 여린 사람이 떠맡는다. 어떤 이는 이를 두고 결정권자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민주를 가장하여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짓거리라 한다.
내 생각은 다르다.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이면 해당자끼리 모여서 그래도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이 하도록 결정하고 그 사람에겐 그 힘든 일을 조금은 수월하게 하도록 다른 일을 부여하지 않고 그 힘든 일을 공유하여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단순히 그 일을 도맡아 할 사람만을 결정하는 협의를 하면 폭탄 돌리기와 같아서 아무도 폭탄을 받으려 하지 않아서 마음 여린 사람이 하거나 결정권자가 해당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결정한다. 결정권자가 당신에게 그 일을 하라고 결정하면 군소리 없이 수용할 것인가?

나와 너 우리의 주체성이 학교 민주주의의 지속가능한 힘이다.

나를 편하게 해 달라는, 나만 편하면 된다며 주체성을 너무 쉽게 이양할수록 학교 민주주의는 더디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우리 문제를 우리가 해결하지 않으려 하면서 어떻게 우리 중심의 학교 민주주의가 가능하겠는가?
당신이 생각하는 학교 민주주의 그렇게 쉽게 남이 만들어주지 않는다. 남에게 학교 민주주의 만들어 달라고 읍소할 때마다 그 남에게 종속된다. 학교 민주주의는 현재의 불편을 극복하려는 당신의 용기가 결정한다. 연대하면 더 수월하고. 

2023년 1월 1일 자로 행정실장이 바뀌어 학교에서 송별회를 했다. 봄을 찾아 떠나는 행정실장의 따뜻한 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