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23년 1월 11일

멋지다! 김샘! 2023. 1. 11. 18:32

술을 아예 입에 대지 않은지 두 달이 되었고, 운동을 못한지도 두 달이 되었다. 내 의지가 아니라 눈을 회복할 때까지 그렇게 해야만 되어서 그렇게 한다. 저녁 시간이 고역이다. 예전에는 퇴근 후에 진양호 공원이나 남강변을 한 바퀴 돌고, 씻고, 저녁 먹고, 습관적으로 텔레비전 잠시 보고, 책 잠깐 보고 나면 11시가 넘고, 다음날 오전 5시 정도에 일어나서, 잠시 책 보고, 씻고, 아침 먹고 출근하는 게 일상이었다.
눈을 다친 후, 저녁 운동을 못하니 퇴근 후 초저녁 시간을 보내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 일기 쓰거나 정리하고, 씻고, 저녁 먹고, 텔레비전 채널만 돌리다가 존다. 책을 보거나 글을 쓰려다가도 눈이 걱정되어 이내 포기한다. 클래식 음악 좀 듣다가 10시 정도에 자면, 다음날 새벽 3시에서 4시 사이에 어김없이 KBS클래식FM을 켜며 깬다. 씻고 책을 보다가 페이스북을 잠깐 본다. 음식, 여행, 가족 근황, 학교 교육활동, 자기 자랑이나 홍보 글은 대부분 대꾸하지 않는다. 그런 게 나빠서가 아니라, 내가 페이스북을 하는 이유는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다른 이의 생각-실천을 기대하지 않고-을 알고 싶고, 교감일기로 초등학교 교감의 일상과 생각을 드러내고, 나를 성장시키는 책을 가까이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독후활동을 포스팅하기 위해서다.

오늘 아침에도 잠시 페이스북을 보는데, 참 난감한 사진을 여러 장 봤다. 예전 같았으면 사진 다운로드하여 여러 곳에 공유하며 비난했을 것이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아니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군가를 우상화하는 스스럼없는 행동.
읽고 보고 들은 것과 내 생각을 섞어서 정리한다.
포털 다음(DAUM) 한국어 사전에서는 팬덤을 가수, 배우, 운동선수 따위의 유명인이나 특정 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로 정의한다. 여기에 정치를 이어서 팬덤 정치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사용한다. 이전에는 팬덤 정치보다 진영 논리 또는 진영 정치라는 말을 더 많이 사용했다. 진영 논리나 진영 정치가 개인화 된 게 팬덤 정치다.
진영 논리 및 정치는 진보나 보수 등으로 나누어 그 하나를 무조건 추정하는 행위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하면 불륜이라는 내로남불의 근원이다. 타협을 거부하는, 힘에 의한 승자독식의 정치가 판친다. 여기에 양 진영을 화합시켜 사회 진보를 이끌 능력이 안 되는 정치인과 정치 평론가들은 양쪽을 비판하는 양비론으로 본인들의 존재만을 과시한다. 양비론이 하등 도움이 안 되는 이유다. 요즘 어떤 이는 양 진영이 하도 마뜩잖아 양비론이라도 득세하기를 바란다, 한다.
이 논리가 정치인 개인에게 그대로 적용된 게 팬덤 정치다. 내가 추종하는 그 정치인은 무조건 옳기 때문에, 내 정치인을 비판하거나 비난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아니 않는다. 본인의 신념이나 철학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부끄럼 따위도 없다. 우상 숭배다.

어느 때부터, 교육에 팬덤이 동원되었다. 특정 무리가 공적인 영역에서 팬덤 교육을 조장하더니 이제는 그 범위를 가늠하기 힘들다. 팬끼리 아우성치는 함성과 메아리에 몽롱해진 머리는 반지성의 늪에 이미 처박혔다. 그들이 그토록 강조한 비판적 사고는 눈 씻고 보려야 볼 수 없다.
오늘 아침에 페이스북으로 팬덤 교육이 판 친 학교 현장을 보고 몹시 심란했다. 우리 수준이 그 정도밖에 되지 않나?, 자괴감이 밀려왔다. 그 한 장면만이 그 학교의 전체 모습이 아닐 것이라며 위안하려 했지만 좀체 위안되지 않는다.

내일은 2022학년도 졸업식과 종업식이 있다.
모든 교직원의 노력으로 한 학년을 잘 마무리한다. 어느 해보다 교장 선생님을 비롯한 교직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