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하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경쟁력이다.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갔었다. 전입교사 환영회에서 교사 소개를 하는데 '000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제일 파워가 있는 분입니다. 교장선생님도 꼼짝을 못합니다.'라고 했다. 처음에는 오해를 하여 '통제가 안되는 꼴통선생님'이라고 생각하여 피하였다. 그런데 알고보니 그 선생님은 국악분야의 대가였다. 일반 전문가보다 월등한 능력을 가진 분이였다.
대회에 대비하거나 학생들의 전문분야 능력향상을 위하여 한시적으로 코치를 고용하는 일이 있는데, 자주 문제가 되는 것이 교사들보다 능력이 뛰어나다 하여 말썽을 피우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선생님의 경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국악분야에서 선생님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서 선생님에게 잘못보였다가는 코치가 손해를 보기 때문이었다.
물론 학생들도 열정적으로 가르치니 관리자가 간섭할 필요가 없었다.
만약에 이 분이 관리자의 길을 걸었다면 국악분야의 전문가 되었을까? 그리고 훨씬 많은 존경을 받을까? 또 노후가 좋을까?
얼마전에 같이 근무하는 선배가 눈물을 보인 적이 있었다. 그 이유를 물어보니 예전에 같은 학교에서 평교사로 근무하든 분이 교장의 자격으로 학생들 잘 부탁한다고 교육원에 인사차 방문하였는데, 현재 교사인 자기와 비교해 보니 순간 초라하게 느껴지더라는 것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 선배의 능력도 대단하여 제자를 가르칠 정도였는데 의외라고 생각했다. 옆에 계신 분들의 이야기에 의하면 우리가 생활하는 곳이 학교라서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다 하여도 평교사로 가지는 서운함이 많다고 하였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단순히 나이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제일 심하다고 하였다.
'선배가 교장이 빨리 되었다고 하면 현재의 능력을 갖추었겠습니까?'
'선배가 교장이 빨리 되었다면 현재와 같이 좋아하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선배가 교장이 빨리 되었다면 많은 제자들을 가르칠 수 있었겠습니까?'
'선배는 정해진 길로 아주 훌륭하게 잘 가는 것 같습니다. 힘 내십시오.'라고 위로해 드렸지만 큰 도움이 되지 않은 것 같았다.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선생님이 종종 있다. 그런데 이 분들이 어느 시점에 가면 대부분 관리자의 길로 빠져버려서 그 능력이 사장되어 버린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분들이 관리자가 되어서 존경을 받지 못하고 비난을 받을 때이다. 물론 변함없이 잘 하시는 분들도 있다.
관리자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관리자의 능력도 전문 분야이다. 법으로 정해진 형식적인 자격이야 갖출 수 있겠지만 관리자가 되어 그 책임을 다하여 존경받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교과부가 경력이 많은 평교사를 푸대접하고 퇴출 대상인 것처럼 전 국민에게 홍보하는 것이 두려워 관리자가 되라고 강요하는 것 또한 관리자의 전문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다.
수영을 잘하는 오리에게 달리기를 강요한다면 물갈퀴가 찢어져 수영조차도 하지 못할 것이다. 물갈퀴를 잘 관리하고 발달시켜 수영을 잘하는 훌륭한 오리가 되도록 하는 학교 풍토가 만들어지면 전문가로 구성된 경쟁력 있는 학교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그 시작이 내 옆에 계신 선생님들의 능력부터 인정하는 것이면 더욱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