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학교 이야기
중소 도시의 신개발 지역에 두 학교가 나란히 있습니다.
그 중 한 학교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에게는 촌지가 많은 학교, 인사를 잘해야 되는 학교, 편하게 놀 수 있는 학교,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은 학교 등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 학교의 구성원들은 이 도시에서 제일 좋은 '일번지 학교'라는 강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 관리자
교장선생님은 인품과 덕망이 높고 학교 경영 능력이 뛰어난 분이다. 그런데 퇴임을 앞두고 교감에게 권한을 많이 위임한 상태이다.
의사 결정시 행정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교사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다.
복수 교감으로 한분은 퇴임을 앞두고 있으며 실제적인 업무는 다른 한분이 하고 있다.
특정 관리자에게 인사를 해야 원하는 학년과 업무를 배정받는다는 수문이 무성하다.
학부모가 학반이나 동학년에 간식을 제공하는 것을 알고도 묵인한다. 주변의 빵집과 떡집은 이 학교를 위해서 존재한다고 소문이 날 정도이다.
구성원의 발전과 성장에 관심이 부족하다
그러나 학구가 좋은 '일번지 학교'라고 교사들에게 강조를 자주 한다.
2. 교사
경력이 무척 높다.
경력이 높은 분들이 저학년을 계속하고 있다.
몇년째 이 학교에 근무함에도 상대적으로 경력이 적다고 고학년을 몇년째 하고 있고, 업무도 많다. 그래서 불만도 많다.
구성원의 성비 불균형이 심하다.
부장교사의 임명 규정이 모호하다.
부장교사의 능력과 리더십이 부족하여 부장업무를 부원들에게 떠 넘기는 경우가 많아 불만이 많다.
연구학교를 운영하는데도 젊은층과 남교사의 유입이 적고, 높은 경력의 교사가 선호한다.
촌지를 받는 교사가 많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연구대회 및 경연대회 참여도와 입상실적이 현저히 떨어진다.
학생 지도 실적이 떨어진다.
'학력이 최우선이다.'라는 생각이 강하다.
'일번지 학교'에 근무한다는 자부심이 강하다.
3. 학부모
학력이 높은 편이다.
전문직 종사자가 많다.
교육열이 매우 높으나 자기 아이만을 위한 것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만이 많다. 특히, 경력이 높은 여교사가 많고, 간접적으로 촌지를 요구하는 교사가 많다고 생각한다.
학력지향적이다.
예체능 대회에 자기 자녀가 학교대표로 나가는 경우 끝까지 반대한다.
학교의 명예보다 자녀의 명예를 더 높게 생각한다.
4. 학생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부모에게 많이 의존적이다.
학력이 아주 높다.
희생정신과 봉사정신이 아주 낮다.
교사를 무시하는 언행을 자주 한다.
요구가 많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
질서의식이 부족하다.
애교심이 부족하다.
5. 분위기
의사결정시 관리자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관리자의 결정에 이의를 제가하는 교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학생들의 인성지도와 생활지도에 소극적이다.
학부모의 눈치를 많이 본다.
발전을 위한 새로운 시도를 싫어한다.
사회의 변화에 둔감하다.
편안하게 학교생할를 할 수 있는 반면 발전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일과중에 동학년 연구실에서 과할 정도의 간식을 먹는 것을 즐긴다.
구성원의 단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학교 옆에 비슷한 규모의 다른 학교가 있다.
관리자는 흔히 능력이 있다는 분이 오지만 욕심이 많아 구성원들로부터 불만을 사는 경우도 있다.
경력이 낮는 젊은 교사의 비율이 높고, 연구학교를 하지 않음에도 저경력의 남교사의 유입이 많다.
학년과 업무배정에 큰 불만이 없다.
각종 교사 연구대회와 학생지도 실적이 높다.
촌지를 비롯한 동학년 간식 등의 학교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
교사 단합이 잘된다.
학생들의 생활지도가 비교적 잘되어 있어 실내가 정숙하다.
스스로 '일번지 학교'라고 말하지 않는다.
학구가 비슷한 곳에 있는 두 학교가 이렇게 차이나는 원인이 무엇일까요?
'원칙'입니다.
한 학교는 학교내규가 있어도 형식에 불과합니다. 특정 관리자에 의해서 학내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그래서 그 학교의 근무 경력, 연구실적, 학생지도 실적이 높아도 원하는 학년과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원하고 잘하는 분야에 열중해야 성장과 발전이 있는데 싫어하는 분야를 계속하니 의욕없이 불만만 가지고 세월만 보내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학교는 학교내규에 의해서 인사가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좋은 '빽'을 가진 분이 전입을 와도 일정한 학교 경력과 실적이 있어야 본인이 원하는 학년과 업무를 배정 받을 수 있습니다. 당연히 의욕 넘치는 교사들의 유입이 많겠죠? 학교의 교육력이 높아지겠죠?
'관리자의 결단'입니다.
촌지에 대한 민원제기와 학부모의 동학년 간식 제공에 대한 부당함을 역설해도 관리자는 묵인합니다.
1교시 시작전 방과후 학교의 프로그램의 병폐를 여러번 건의해도 묵인합니다. 오히려 방과후 강사의 의견을 존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문제교사'에 대한 적절한 대처와 강한 매세지를 전달하지 못합니다.
동학년 협의회와 부장협의회를 좋은 식당(?)에서 자주 합니다. 회의 내용과 결과는 일반 교사들에게는 비공개이며 비용은 참여한 교사와 부장이 부담합니다. 개선을 건의해도 묵살합니다.
다른 학교는 촌지와 학부모의 동학년 간식 제공을 관리자가 공식적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화분과 꽃 선물도 관리자가 돌려보냅니다. 학부모가 심하다고 할 정도로 철두철미하게 지켜집니다.
어느 학교가 진정한 의미의 '일번지 학교'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