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12일
설 연휴에 먹은 것을 소화할 요량으로 진양호물빛둘레길을 천천히 걸었다.
걷다가 가끔 올려다본 소나무 우듬지가 만들어 낸 비정형의 파란 하늘, 소나무 가지 사이로 희끗거리는 진양호 윤슬은 초미세먼지 나쁨의 공기질과는 딴판이었다.
작은 계곡 아주 작은 계곡 그냥 도랑 같은 물웅덩이의 물돌에 또롱또롱 물들이 떨어져서 자잘하게 흘러갔다.
여기저기서 또롱 거리는 물소리에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다가 2024학년에는 뭘 할 것인지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생각조차 하지 않음에 대한 가벼운 후회, 학년도를 맞이할 때의 강박에서 벗어날 기회를 박탈당한 아쉬움, 여하튼 2024학년도에 뭘 하며 어떻게 살까로 뾰족 거리는 생각을 다 끄집어냈다.
일하는 날 쉬는 날 구별 없이 읽고 쓰고 걷자.
자기 욕심대로 학교 생활하는 교직원에게 좀 더 확실하게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그러면 안 된다고 말하자. 어쩌면 모레 당장 이렇게 말해야 될지를 모르는데, 괜히 생각했나. 걱정거리 하나 늘었다.
걱정하는 것을 즐기자. 걱정을 왜 하는지 걱정하지 말고 걱정이니까 걱정하는 것이라고 즐기자.
도와달라고 하기 전에 먼저 돕지 말고, 도와 달라고 하면 진심으로 돕고, 도와달라고 말하는 사람이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면 실컷 다 도와주고 꼰대라는 소리 듣겠지.
인사와 표창 관련 일은 공정하게 규정대로 하자. 사람을 정해놓고 그 사람에 맞추는 인사 기준으로 해마다 오락가락하는 인사에 대해서는 호되게 다그쳐 책임을 묻자. 지금 생각은 이런데 그때 가서 회피의 변명을 찾고 있지 않을지, 그런 일이 벌어지면 그때 가서 내가 어떻게 하는지 한번 보자. 지금은 제대로 한판 붙고 싶은데.
순간순간 힘들 때 명예퇴직을 떠올리며 위안삼지 말자.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걸어볼 작정이다.
페이스북 그룹 교감일기 오프라인 모임을 한번 해볼까? 말까?
아내가 학습연구년제를 마치고 복귀하는데 때때로 한숨소리 들릴 텐데, 그냥 가만히 듣자.
겸손하게, 확실하게 말하기 사이의 조절이 가능할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기억, 잃어버린 기억의 혼란과 불화실성에, 상대방의 기억을 인정하기 전에 그 기억을 확실하게 묻자. 노화를 부끄러워하지 말고 노화로 뚫린 구멍으로 사람과 세상을 잘 들여다보자.
또 생각한 게 있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