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30일
참 오래간만에 아내와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영화 '승부', 흥행을 위한답시고 시답잖은 군더더기 장면 없는 깔끔한 영화, 그래서 더 아릿한 영화, 과장하여 영웅화하지 않은 사람의 본성을 잘 표현한 영화, 그래서 주제의 몰입력이 대단한 영화였다.
해마다 이때쯤에 삼천포 용궁시장의 회센터에 가서 줄(돌)도다리-일본어인 이시가레이를 우리나라에선 흔하게 이시가리로 부름) 일명 이시가리-회를 떠 와서 집에서 먹거나 횟집에서 챙겨 먹는다. 보통 횟값보다는 비싸지만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비싸도 꼭 먹는다. 작년에 집 근처 횟집에서 팔기에 아내와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서 올해도 그 횟집을 유심히 지켜보다가 저녁에 들렀다. 자리에 앉아서 주문하니 사장이 '올해는 더 비쌉니더 두 사람이 먹을라치면 15만 원입니더' 하길래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주세요'라고 했다.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면서 올해는 언제까지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더니 작년 여름의 고수온으로 이시가리가 많이 없다면서, 갖다 놓아도 비싸서 잘 안 먹는다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겠다고 했다.
가끔 상상한다. 나이 더 들어서 빛바랜 옷 단정히 걸치고 훤한 머리 감추는 중절모 쓰고 소문난 맛집이 아닌 먹고 싶은 음식을 하는 식당에서 아내와 술 한잔 기울이는.
오늘 빈술잔을 서로 채워주며 두 아들 이야기를 했다.
우리가 두 아들은 잘 키운 것 같소. 큰 아들은 자기 할 일 하며 독립하려 애쓰고, 둘째는 욕심 없이 자기 분수대로 자기가 하고 싶은 것 느긋하게 하려 하고, 그런 둘째 아들 채근하지 않고 미소 지으며 밀어주는 우리도 부모 노릇 제대로 하는 것 같소. 사실 우리는 집안 살림이 어려워서 그런 여유 한번 부리지 못했는데, 그런 여유 정도는 받아주는 부모가 되었으니 우리도 꽤 잘 산 것 같지 않소. 앞으로도 자기 할 일 잘 헤쳐나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지켜봅시다.
어쩌면 오늘 같은 날이 내가 꿈꾸는 아주 보통의 하루다. 그러나 그 아주 보통의 하루는 사실 아주 특별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