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6월 18일
요즘 레거시 미디어를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에서 교육의 사법화 부작용을 제기하며, 마치 학교와 교원이 교육적 문제 해결을 포기했다는 듯이 보도한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런 보도가 부쩍 늘어난 듯하다. 그리고 보도의 결론은 법적인 해결보다는 학교와 교원의 교육적 문제 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어이없게도 문제 제기에 열과 성을 다한 것치고는 너무 초라하고 두루뭉술하게 끝맺는다.
참 어처구니가 없게도, 학교폭력을 비롯한 학생의 문제를 더 이상 학교와 교원에게 맡길 수 없다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세계 최초로 학교폭력예방법을 만들게 하지 않았던가? 교육 문제를 법으로는 제대로 해결할 수 없다며 학교와 교원의 교육적 권위로 학생을 지도하게 해달라고 얼마나 주장했던가? 그럴 때마다 학교와 교원이 문제를 은폐, 엄폐, 편애한다며 집요하게 보도하여 교육활동 침해를 부추기지 않았던가? 할 수 없이 우리도 자구책으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여러 법령 제정을 주장하며 일부는 성취하지 않았던가? 이제는 학생과 학교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는 교육의 사법화가 일상적이지 않은가? 그리고 우리는 교육의 사법화에 어쩔 수 없이 적응할 수밖에 없었고. 그런데 이제 와서는 마치 그게 학교와 교원의 직무유기인 것처럼 보도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그러나 요즘 보도의 내용을 냉정히 따져보면 이전의 보도와 성격이 조금 다르다. 이전 보도에서는 학교와 교원의 문제 해결 방법의 문제를 공격했다면, 지금의 보도는 법령이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를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돈 많은 사람이 흔히 말하는 법꾸라지인 법기술자들을 고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니, 돈과 권력 없는 사회적 약자와 피해자는 법적, 정서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하소연이다. 우리들이 교육의 사법화를 우려하며 제기한 문제였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학교와 교원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학교와 교원의 교육적 해결에 선뜻 동의할까? 나는 감히 확신을 갖고 주장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여러 문제를 예전처럼 학교와 교원의 권위로 해결할 수 있는 분위기로 회복하려면 교육의 사법화에 걸린 시간의 몇 배에서 몇십 배의 체계적인 극복 정책과 의지가 필요할 것이다. 감감한 세월이 흘러야 할 것이고, 그렇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예전 분위기로 회복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부탁한다!
학교와 교원이 교육의 사법화에 완전에 가깝도록 적응하여 좀처럼 허점을 보이지 않는다. 그러하니 문제를 법적인 절차로 해결하는 학교와 교원의 말과 행동을 공격하여 트집을 잡는다. 우리는 절대로 교육적 문제 해결에 기대를 걸며 분위기를 느슨해하거나 느슨해진 분위기로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해선는 안된다. 정치 토론에서 메시지를 공격할 수 없으니 메신저를 공격하는 것과 같은 꼴에 휘말리면 안 된다. 말과 행동 조심해야 한다. 흥분 상태이면 차라리 말하지 마시라, 천천히 이야기하는 게 훨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