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결정의 갈등 관점으로 해결하자!
교육방송과 학교방송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시절에 교육방송시범학교에 근무한 적이 있다. 지금은 교육방송 홈페이지를 통해서 지난 방송을 아주 쉽게 재시청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학교방송 담당자가 매일 테잎에 녹화하여 수업에 활용 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학교방송은 모든 교사가 회비하는 업무였다.
남들보다 관심을 많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전국의 학교에 학내망과 인터넷이 보급되기 시작하는 시점이었고, 이전까지는 꿈도 꾸지 않았던 동영상 캡쳐와 편집이 컴퓨터의 고성능화로 가능해 지는 시기였다. 그래서 관리자에게 이 부분을 설명해서 하드웨어를 구입하려고 하였다. 그런데 관리자는 콘텐츠의 효율적인 관리와 적용보다는 보고회 당일 참관자에게 녹화되어 있는 테잎을 보여주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다. 설득을 하고자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장비로 캡처하여 편집한 동영상을 학내망과 학교홈페이지를 이용하여 시간과 장소에 구애없이 사용할 수 있음을 시연을 통해 보여주었는데도 고집을 꺽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교육지원청의 담당 장학사가 시범학교 지도를 왔다. 이 기회를 살리고 싶어서 직접 시연을 통해 보여주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였다. 그런데 그 분은 동영상은 파일이 아주 커서 현재의 컴퓨터로 구동시키는 데에 무리가 있다고 반대하였다. 이것을 본 관리자도 맞장구를 쳐서 결국 보고서에는 빠지게 되었다.
너무 억울하여 테잎으로 녹화를 할때 컴퓨터로 캡쳐도 하여 학내망과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였다. 그리고 보고회 당일 프리젠테이션에서 동영상을 많이 사용했고, 실적물 전시장소의 한 코너에 동영상 캡처와 편집 시스템을 소개하였다.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2-3년이 지난 뒤 한국교육방송공사(EBS)에서 본격적인 VOD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여 이제는 학교에서 교육방송을 녹화할 필요가 없어졌다.
등교를 하는데 학교 안까지 들어와서 전단지를 배포하는 건강한(?) 청년들이 있었다. 문화예술회관에서 유명 교수의 강연이 있는데 부모들이 참가하도록 권유하는 내용과 함께 그 교수의 책을 판다는 내용이었다. 그래서 건강한 청년에게 학교의 허락을 받았느냐고 물으니 교감선생님께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평소에 아는 교감선생님과 다른 판단을 한 것이 이상해서 교무실로 가서 여쭈어 보니 처음 듣는 이야기란다. 그래서 교감선생님과 함께 건강한 청년에게 가서 확인을 하니 되레 이 좋은 정보를 제공하는데 학교의 허락을 왜 필요하냐면 삿대질을 하면서 소란을 피우기 시작했다. 그래서 학교안에서 전단지를 배포하면 아이들이 집에 가서 부모님에게 학교에서 나누어 준 것으로 잘못 전달할 가능성이 높으니 중단하고 학교 밖으로 나가라고 하니, 어디서 도끼눈으로 사람을 쳐다보며 이야기 하느냐고 당신같은 사람이 선생을 하니 교육이 엉망이라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나보다도 훨씬 어려 보이는 건강한 청년이 교감선생님에게도 막무가내로 막말을 하였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같이 언쟁을 하였는데 중간에 교감선생님이 먼저 교실로 가라고 해서 부글부글 끓어 오르는 마음을 참고 교실로 갔다.
점심시간에 교감선생님께 결과를 여쭈니 잘 타일러서 보냈다고 하면서 그 사람의 목적은 전단지를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이고, 우리의 목적은 전단지를 배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교무실에서 그 청년과 이야기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배포하지 못하게 함과 동시에 학교에서 내용을 읽어 보고 직접 배포할테니 전단지를 달라고 하여 수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이지, 일부러 감정을 자각하는 그 청년과 싸울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도 억울하여 경찰하는 친구에게 이 상황을 설명하니 경찰서에 신고하면 금방 해결된다고 했다. 그래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경찰서에 신고해야겠다고 다짐했지만 지금까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고 해결방법도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보면 교감선생님의 방법이 옳았음을 깨달았다.
첫번째는 사례는 형식적으로는 사회의 변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변화에 민감한 세대와 그렇지 못한 세대의 갈등처런 보인다. 그러나 그 내면에는 합리성과 논리성을 내세운 집단과 오랜 경험에 의해 쌓인 신념을 버리지 못하는 집단간의 갈등이다. 그리고 두번째 사례는 오랜 경험에서 얻은 직관과 지혜가 풍부한 집단과 논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나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집단의 문제 해결 방식의 차이다.
오랜 경험의 결과물인 직관과 지혜로 결정하려는 집단과 이론과 지식을 바탕으로 논리와 합리성을 강조하는 집단간의 충돌이 학교에서 자주 일어나는 갈등 중의 하나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적용하면 아무 갈등이 생기지 않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이상하다.
왜 그럴까? 신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서로를 인정하기 보다 자기 당에 유리한 것만 계속 주장하기 때문에 국회에서 싸움이 자주 일어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선거철마다 색깔론이 통하는 것도 신념 때문이라고 한다.
천성과 신념은 잘 바뀌지 않는다고 한다. 바뀐 것처럼 보이는 사람이 있는 것은 상황에 따라 관점을 달리해서 보는 내면적인 성숙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학교에서의 갈등도 상황에 따라 관점을 달리해서 보는 성숙이 이루어지면 쉽게 해결될 것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면 학생 생활지도와 수업 컨설팅, 멘토의 역할은 직관과 지혜가 풍부한 집단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능과 지식, 정보화 관련 분야는 논리와 합리성을 강조하는 집단의 의견을 존중하면 될 것 같다.
미리 짐작하여 상대방이 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마음을 갖지 말자!
상대방의 주장에 집중하여 고개를 끄덕여 보자!
나의 주장이 상대방의 의견을 무조건 반박하기 위한 신념에서 온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보자!
상대방의 주장이 옳아도 미리 정해놓은 결론을 바꾸기가 싫은 것이 신념에서 온 자존심이 아닌지 의심해 보자!
이기고 지는 이분법적인 생각보다 목적을 먼저 생각하자!
관점을 달리하여 상황을 보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노력한다면 작은 변화가 생길것이다.
나의 작은 변화가 학교문화를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