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UP, 전문성 DOWN
지금은 관리자가 된 분이 명예퇴직을 한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교사의 전문성을 몰라주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생활지도, 학습지도, 학교 갈등 문제 해결 등은 책을 통한 지식보다, 현실과 부딪혀서 쌓아온 지혜가 더 필요합니다. 경력이 쌓일수록 이론과 경험에서 얻은 교훈이 결합되어 지혜로운 선생님이 되는 것입니다. 이런 지혜가 많은 선생님이 더 높은 전문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일정한 나이가 되면 관리자가 되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속에서 비교육적인 상황도 종종 발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승진에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너무 많은 생각과 의식을 승진에 집중하고 있기에,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상황을 승진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해결하려 하기에 지혜를 쌓을 시간을 갖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술자리에서 어떤 스타일의 관리자가 가장 힘드냐를 가지고 난상토론이 있었습니다.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관리자, 형식만 민주적이고 모든 결정을 본인이 하는 관리자, 쉴틈없이 업무를 만들어 내는 관리자, 비인격인 발언을 하는 관리자, 공평하지 못한 관리자 등을 꼽았습니다. 그러나 이 모두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한 관리자는 '관리자가 되어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관리자'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승진하기 위해서 노력만 했기에 학습지도, 생활지도, 업무 등에 관한 지혜가 없어서, 책을 통해 얻은 지식만으로 관리자의 역할을 하다보니 현실과 너무 괴리가 생겨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책대로 되지 않으면, 본인의 지혜롭지 못함을 인정하지 않고 선생님들이 능력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한다고 합니다.
어떤 관리자는 학교 외관을 아주 잘 꾸미는 관리자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분이 가는 학교마다 온갖 식물들로 화단을 새롭게 꾸밉니다.
어떤 관리자는 아이들과 선생님들을 동원하여 텃밭 가꾸기에 정성을 다합니다. 교육과정에 포함시켜 학습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좋아하기 때문에 또는 홍보를 하기 위해서 다른 교육활동까지 방해를 합니다.
이 밖에도 목부작, 석부작을 잘하는 관리자, 난을 잘 키우는 관리자, 산을 아주 좋아하는 관리자, 배구를 좋아하는 관리자 등은 많습니다.
그러나 선생님들은 학교에서 발생하는 여러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 주는 관리자, 상황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문제를 해결하는 관리자, 정치적인 바람으로 부터 학교를 보호하는 관리자, 아이들의 교육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관리자, 선생님이 수업을 잘하도록 격려하는 관리자, 부적격한 선생님에게 따끔하게 충고하는 관리자, 선생님과 학부모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관리자, 비인격적인 모독보다는 배려와 존중을 실천하는 지혜로운 관리자를 원합니다.
승진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압니다. 승진을 하지 않으면 전문성이 쌓인다는 것도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때를 놓치지 말라는 것입니다. 특정한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시기인 임계기가 있듯이, 교직에도 지혜를 쌓을 시기가 있습니다. 이 시기를 놓치면 아무리 경력이 높아도 전문성은 신장되지 못합니다.
지혜를 쌓기 위해서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을 찾아 보십시오. 그래서 선생님이 원하는 관리자 되십시오. 그리고 학부모와 다른 선생님들로부터 존경받는 훌륭한 평교사도 되십시오.
경력이 높다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편견을 지울 분은 당신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