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신규교사 멘토링

한번에 한가지만!

멋지다! 김샘! 2013. 6. 8. 08:21

 김선생님은 무척 바쁩니다. 학교의 모든 일을 혼자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학교에서 화장실 갈 틈도 없을 정도입니다. 그래도 수업만큼은 제대로 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아이들과 열심히 수업을 합니다. 그런데 형성평가나 수행평가를 보면 분명히 공부한 내용인데, 아이들이 모르고 있습니다. 짜증이 납니다. 아이들에게 배우지 않았느냐고 따지지만 아이들은 시무룩하게 배우긴 배웠는데 잘 모르겠다고 합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김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밀린 업무를 보느라 교실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습니다. 이 때 한 아이가 할 말이 있다고 합니다. 김선생님은 아이에게 선생님이 컴퓨터를 해도 다 듣고 있으니 이야기를 하라고 합니다. 아이의 입이 삐죽거립니다. 그래도 아이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야기를 다 들은 김선생님은 이야기를 해주어서 고맙다며 아이를 돌려 보냅니다. 다음날 한 아이가 결석을 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아이에게 물어보니 전학을 갔다고 합니다.

 화가 난 김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전학을 가면 미리 이야기를 해야지, 아무말 없이 가면 얼마나 황당하냐고 하면서 여러분들은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합니다. 이 때 한 아이가 어제 수업을 마치고 선생님께 이야기를 했다고 알려줍니다. 그제서야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전학을 간 아이인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김선생님은 왜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박지성 선수를 멀티플레이어라고 합니다. 여러 영역을 잘 소화한다는 뜻이겠죠?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박지성 선수라고 해도 최전방 공격수를 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를 동시에 하지 못합니다. 야구에서 2루수와 유격수를 잘하는 선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선수도 2루수와 유격수를 동시에 잘 할 수 없습니다. 아이와 선생님 역시 동시에 여러 일을 하지 못합니다. 이유는 사람이 그렇게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학교일로 바쁜 김선생님이 학습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수업시간에 아이들에게 여러가지 일을 한꺼번에 시킨 것이 아이가 학습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 이유입니다. 지금 가르치는 내용이 마친 후에 다른 내용을 가르쳐야 되는데, 마음에 급하니까 앞의 내용을 미쳐 확인-마무리-도 안하고, 다른 내용을 가르쳤기 때문에 아이들은 어느 한가지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전학을 간다고 이야기를 한 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선생님의 업무에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충분히 들을 수 있다고 판단했겠지만 실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빠쁜 일이 있으면 다른 일을 깜빡하는 것도 인류가 한가지 일에 집중하도록 진화해 왔기 때문입니다. 농담으로 '치매'의 초기 증상이라고까지 하는데 극히 정상적인 경우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기능만을 필요로 하고 오랫동안 훈련된 결과는 다를 수가 있습니다. 결혼을 갓 한 엄마는 밥하면서 뺄래하고, 남편 깨우고, 출근 준비를 잘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 가능합니다. 단순한 일이라서 일의 강도가 약하다는 것이 아니라, 비교적 단순한 기능을 오랫동안 훈련한 결과라는 것입니다.

 

 정신을 집중해야야 하는 고차원적 일수록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하지 못합니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공부는 고차원적인 사고를 필요로 하는 활동입니다. 선생님들이 하는 학교 업무에 실수가 생기면 결재과정에서 수정이 필요하고 때로는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물론, 아이들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심할 경우는 행정처분을 받기 때문에 집중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이나 학교의 업무가 단순한 기능을 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시에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수업을 하면서 상담을 할 수 없습니다. 업무를 보면서 아이들의 이야기 제대로 들을 수 없습니다. 한 선생님이 동시에 여러가지 교육활동을 잘 할 수 없습니다. 요즘, 학교가 힘든 것 중의 하나가 예전에 비해 다양하고 많은 교육활동이 동시에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가지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으니 마음은 바쁘고 걱정은 앞서지만 제대로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무리 진도가 느려도 확실하게 마무리를 하고 다음 학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입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아이와 눈을 맞추고 귀를 여십시오.

 아이들에게도 선생님의 이야기, 부모님의 이야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지도를 하십시오.

 

 가장 효과적이고 빠른 방법은 한번에 한가지 일을 하는 것입니다. 선생님과 아이는 엄마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