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직의 전문성과 방해꾼들!
임용고사 면접문제로 '교사관'에 대해서 물었다. 그러자 한 예비교사가 '성직자는 세금이 면제되는데 교사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성직자는 아니고, 전문직관은 연구수당이 지급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전문직관 또한 아니며, 정부에서 노동자가 아니라고 하니 노동자관도 아닌 것 같습니다.'라고 대답하자 면접관이 '그러면 선생님의 생각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되물으니 '저는 이것 저것 다하는 잡직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기분 나쁘고, 어떻게 생각하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지만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무리한 대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교사연수나 워크샵, 세미나에 흔하게 '전문성 신장'이라는 문구를 사용합니다. 이 문구때문에 행사가 한층 알뜰한 것 같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행사의 당위성이 인정받는 듯한 생각입니다.
전문성의 사전적 의미는 특정 분야에 대한 연구와 실천으로 깊이 있는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것’이란 뜻입니다. 이것을 교직에 접목하면 '교육 분야에 대한 연구와 실천으로 깊이 있는 지식과 풍부한 경험을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육 분야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요? 해석하기에 따라서 교직에서 요구하는 전문성이 달라질 듯 합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홈페이지에 탑재된 pc통신 하늘을 날으는 학교에서 토론된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토론 자료를 보면 '교육에 있어서는, ‘전문성'이라는 개념보다 ‘종합화'라는 개념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할 더 중요한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대상인 아이들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들을 지적, 정서적, 성격적으로 골고루 발달시켜 낼 수 있는 종합적인 사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 속에서 전문성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본다. 결국 이렇게 보면 ‘교사의 전문성'이란 다른 분야와 비교해볼 때 그 영역이 훨씬 다양하고 폭넓다. 그리고 그 전문성을 실현하기도 무척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만큼 현재 자신의 처지와 조건을 잘 정확히 파악해서 먼저 어떤 영역에서부터 전문성을 키울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리라 본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습니다.
즉, 아이들을 가르치는 수업기술, 생활지도, 인성교육, 상담, 진로 등 교육에 관한 전반적인 부분에서 비교육자 이상의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며, 이 다양한 영역에서 한꺼번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니 자신의 처한 환경이나 능력, 관심분야에서 출발하여 영역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독서에 관심이 많다면 독서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아서 독서를 통한 생활지도, 상담활동, 학습지도 등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사의 전문성을 신장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전문성 신장을 저해하는 방해꾼들이 있습니다. 방학기간이 다가오면 많은 단체에서 특수분야 직무연수를 신청하라는 공문이 쏟아집니다. 너무 많아서 도교육청에서 목록을 만들어서 안내를 하고 있으며, 읽는 것이 지루할 정도로 강좌도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을 보면 교직과 아무 관련이 없는 강좌가 많으며, 이것을 이수해도 학점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교직의 전문성과 관련된 강좌보다 훨씬 다양하고 차지하는 비율도 훨씬 높습니다. 정작 교직의 전문성과 관련된 강죄는 사이버 연수(원격연수)로 대체되고 있습니다.
물론 집합연수를 하면 인기가 없어서 신청자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교육과정이 바뀌거나 교육정책의 변화, 교육 헤게모니의 변화에 관한 것은 전 선생님들에게 의무적으로 실시되어야 합니다. 교육부에서 이러한 점을 등한시 한다는 것은 전문직으로 성장하는 교직을 방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풍요로운 삶 추구, 일자리 창출, 부의 재분배 등의 관점에서는 특수분야의 직문연수가 당위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교직과 관련이 없는 연수를 학점으로 똑같이 인정한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편하고 좋아하는 것만 선호하지말고 전문성을 쌓기 위해서 교직이 원하는 것을 추구하는 강한 의지를 표현하고 참여해야 합니다.
학생지도와 각종 교무업무에 능통한 제가 아는 선배 선생님이 교감으로 승진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학교의 교장선생님이 교감에게 시킨 첫 업무가 운동장에 잔디를 심어라는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있었던 극단적인 예이지만 교직의 전문성과 관계없는 학교 꾸미기와 행정실에서 해야 될 업무를 선생님들이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정보관련 업무와 돈과 관련된 상당한 부분을 선생님들이 하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에 질의하여 명백한 근거가 있음에도 관리자는 행정실의 직원을 관리하기보다 선생님들의 관리가 편하다는 이유로 옛 관행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단순하게 업무를 많이 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선생님들은 재정과 관련된 지식을 획득할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많이 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희생은 학생들의 몫입니다.
행정실과 대립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협조체제를 갖추자는 것입니다. 업무분장은 분리하되 긴밀하게 협조하여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야 되는 이유는 사회가 다양화되고 복잡해짐에 따라 교직에 요구하는 전문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옛 관행을 그대로 유지한 체 폭주하는 사회의 요구를 수용하기는 포화상태를 넘었습니다. 과포화상태의 선생님들의 업무에서 교직의 전문성과 관련된 부분들만 선택하고 재분류하여 분장하려는 노력이 관리자와 선생님들에게 필요합니다.
영재교육원 강사를 오랫동안 했습니다. 승진가산점이 필요해서 한 것이 아니라, 영재교육에 관심이 많아서 다른 선생님들이 회피할 때 스스로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른 뒤에 담임에 한해서 승진가산점이 생겼습니다. 갑자기 많은 선생님들이 영재교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영재교육을 바라보는 관리자나 장학사의 시선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모든 영재강사를 점수를 얻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영재강사의 전문성과 관련이 없는 대회에 학생들이 좋은 수상 실적을 내도록 독려를 하고, 심지어 강사 선발에도 학생지도 실적을 포함시켰습니다. 더 나아가 영재강사를 하면서 학생 지도실적이 미비하면 자격을 박탈하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 모든 사태의 원인은 관리자나 담당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 관료들이 영재교육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를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재교육을 각종 평가에 대비하여 실적을 내기 위한 도구로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재원 강사를 희망하는 선생님은 많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갑자기 많은 영역의 영재교육이 실시되기 시작하면서 영재교육에 대한 바른 이해를 가진 분보다 관련 분야의 학생 지도 실적과 개인 연구실적에 치중하다보니 일어난 일이기도 할 것입니다.
교직의 전문성은 지위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관심과 노력의 결과입니다. 선생님보다 관리자나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관료가 반드시 전문성이 더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해당되는 업무를 맡고 나면 전문성을 가진 선생님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관리와 통제를 하거나 다른 목적으로 악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들보다 모른다고 무시하지 않습니다. 모름을 인정하고 서로 협의하여 더 나은 방향으로 안내하는 것이 관리자나 교육관료들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는 성숙된 교직문화를 기대합니다.
일제고사 초등학교에서 사라졌습니다. 정말 환영합니다.
일제고사는 단순하게 교과서의 지식을 점수화시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결과를 서열화시켜 각종 인센티브와 제약의 근거로 삼았습니다.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객관식 평가에 의존해야 합니다. 경제력과 생활 환경, 문화적인 차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객관적인 평가였습니다. 전국의 선생님들이 철저하게 평가에 대비한 학습지도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인적인 교육은 될 수가 없었습니다. 선생님의 전문성은 오직 아이들에게 문제 많이 풀려서 점수를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객관적인 서열화와 경쟁교육은 선생님들의 전문성의 영역과 폭을 제한시킵니다. 사회와 학생들의 다양한 변화를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교직의 전문성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교육정책은 교직의 전문성을 확장하여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에 도움이 되도록 펼쳐야 합니다.
교직의 전문성 방해꾼들을 제거하고 신장하기 위해서는 선생님의 강한 의지와 참여가 필요하고, 학교업무를 선택과 재분류를 통하여 협력하는 체제로 전환해야 합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관리자, 장학사를 비롯한 교육관료들은 서로의 전문성을 인정하여 상생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학생들의 전인적인 성장을 위해서 교직의 전문성을 확장시키는 교육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교육자의 양심! 당신의 마음입니다.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