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
흔히 똑똑한 사람들이 모이면 일이 더 잘 안된다는 의미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속담을 인용합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들이 많으면 일이 더 효율적으로 잘 처리되어야 하는데 왜 그렇지 못할까요?
유능하고 능력있고 관리자로서의 매력이 넘치는 분이 계셨습니다. 상황에 맞는 언행으로 즐거움과 교훈을 주는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분에게 스트레스를 받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그 친구의 말은 워크샵이나 세미나를 할 경우에 장소부터 일정까지 시나리오를 작성하도록 하고, 그 계획에 의거 진행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진행과정에서 선생님들의 웬만한 의견은 받아들이지 않고 소신껏 진행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경우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니 딱히 나쁘게만 볼 수 없고, 결과도 모두를 만족시키지는 못하지만 원래의 목적은 달성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친구를 비롯한 동료선생님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계획단계나 진행과정에 선생님들의 의견을 좀 더 반영해주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왜 고집을 피우는지 알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 다른 관리자가 부임하셨습니다. 그 분은 교육활동의 대부분을 선생님들이 결정하도록 하셨습니다. 선생님들이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쉽게 의사결정이 나지 않았고, 진행과정도 계획과 다르게 변경되는 경우가 종종 생겨서 불만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으로 워크샵을 가다가 장소가 변경되는 경우가 발생했는데, 더 큰 일은 변경된 장소를 구성원들 모두에게 알려주지 않아서,일부는 원래 장소로, 일부는 변경된 장소로 가게 되었습니다. 관리자부터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선생님들의 분노가 폭발했습니다. 장소가 변경된 이유와 변경된 정보가 공유되지 못한 부분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책임지는 분들은 없고 변명하기에 바빴습니다. 다행히 관리자가 책임 추궁보다는 향후 추진계획에 촛점을 맞추어서 원만하게 해결은 되었지만 그 여파는 서로의 불신으로 남았습니다.
전자의 관리자는 의사결정권을 선생님들에게 주면 결정을 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진행과정에서 불협화음이 많이 생겨 원래의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것을 예견하고 있었습니다.
후자의 관리자는 관리자의 독선적인 결정보다 구성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보다 해결을 촛점을 두는 분이었습니다. 조직(학교)를 이끌어 가는 관점의 차이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을 논하기는 힘듭니다.
그러나 우리(선생님)는 깨달아야 합니다.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관리자를 만나면 그 부당함에 불만을 가지고, 의사결정권을 선생님에게 주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의사결정권을 선생님에게 준 관리자를 만나면, 생각과는 달리 의사결정에서 선생님들이 불협화음을 만들었고, 이를 책임지고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태도보다 변명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이전의 관리자가 훨씬 나았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얼마나 위선적입니까?
우리(선생님)가 현명하게 의사결정을 하지 못한 것은, 교육활동의 목적보다 개인적인 감정과 사욕을 앞세웠기 때문에 의사결정에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고, 운영 과정에도 자신만의 편의를 우선했기 때문에 변경과 변동이 발생했으며, 이에 불만을 품은 동료(선생님)가 인정하지 못하면서 전체적으로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분은 이러한 현상을 보고 개성이 강해서 생긴 일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개성보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개인적인 감정 조절 실패와 사적인 이득을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동료를 설득하는 힘을 잃은 것이 원인입니다.
배가 산으로 가는 이유는 현명한 사공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적인 욕심과 개인적인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는 사공이 많기 때문입니다. 사리사욕을 앞세운 잘못된 의사결정을 모면하는 수단으로 옛날의 관리자를 그리워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개인의 욕심보다 남을 먼저 배려하고, 교육활동 본래의 목적을 먼저 생각하는 현명한 사공이 되어 학교(교육)에 닥치는 험난한 폭풍우를 함께 헤쳐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