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우울한 에피소드

멋지다! 김샘! 2013. 8. 8. 20:36

 제가 근무하는 곳은 초등학교 5학년을 대상으로 수련활동을 하는 곳입니다. 다른 수련원과 다른 점은 도교육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직속 기관입니다. 그래서 프로그램과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는 전문분야의 선생님을 도교육청에서 공개선발하여 파견교사로 근무하게 합니다. 선생님의 신분이지만 직속기관의 복무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교육이 없는 비교육 기간에는 41조 연수를 사용하지 못합니다. 선생님에 따라서 연가를 신청하기도 하고 장기간의 비교육기관에는 연수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기간의 비교육기간은 보통 초등학교의 방학과 거의 일치합니다. 비교육기간이 되면 여러 곳에서 교육원을 빌려달라고 청탁이 들어옵니다. 참고로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여기는 도교육청 직속기관(관공서)이기 때문에 개인이 임대할 수 없고, 교육기관, 관공서, 학교단체, 도교육청에서 인가된 연구회 등만 소정의 임대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이 저희와 같은 파견고사나 과장, 원장 및 지원과(학교의 행정실)를 통하여 빌려달라고 청탁을 많이 합니다.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문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거절합니다. 그러나 주말을 이용하여 여기에 근무하는 구성원-파견교사, 과장, 원장, 지원과-들의 가족에 한하여 허용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도 학생들이 사용하는 건물은 사용하지 않고 개인이 가져온 용품으로 야외에서 캠핑을 하고, 부득이한 경우에는 파견교사들의 숙소동의 조리실에서 음식만 조리하여 야외에서 식사를 하는 형태를 취합니다.

 숙소동의 조리실이 필요한 이유는 파견교사들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근무를 하기 때문에 출퇴근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파견교사 선발 조건에도 숙식이 가능한 교사로 제한되어 있습니다. 교육기간에는 급식소에서 학생들과 같이 식사를 하지만 비교육기간에는 조리실에서 직접 식사를 해결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위에 가게가 없기 때문에 월요일 출근일에 일주일 동안 먹을 음식을 가져와서 냉장고에 보관을 합니다. 물론 술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것때문에 민원이 발생했습니다. 어떻게 숙소동에 들어왔는지 술을 보관하는 창고가 따로 있고 창고에는 술병이 산더미 같이 쌓여 있다고 도교육에 민원을 제기한 것입니다. 주변에 가게가 없으니 한꺼번에 사 놓은 것이고, 재활용을 하기 위하여 창고에 빈병을 보관한 것인데 민원을 제기한 분은 이것까지는 생각을 못하신 것 같았습니다. 얼마뒤에 도교육청의 담당관이 직접 지도를 왔습니다. 여러가지 지도를 하고 가셨지만 복무에 관한 내용도 엄격하게 지키라고 강조를 하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힘들 정도로 철저하게 복무규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비교육기간이지만 연수출장을 제외한 나머지 파견교사들은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숙소동과 숙소동의 조리실은 외부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통제하기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약속을 지키려다가 억울한 일을 당하였습니다.

 주말에 지원과에 신고하고 승인을 얻어 아내와 아들 친구들과 함께 교육원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들 친구들에게 교육원에서의 주의사항에 대해 안내를 하고 저녁을 준비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는데, 후배가 어떤 분을 모시고 왔습니다. 이 후배도 교육원에 파견교사로 함께 근무하는데 주말을 이용하여 가족들과 유학원에서 캠핑을 하고 있었습니다. 모시고 온 그 분은 같은 학교에서 근무는 해보지 않았지만 꽤 유명한 분으로 실명을 거론하면 금방 알 것입니다. 저는 지나가다가 들른 줄 알고 반갑게 인사를 하고 어떻게 오셨는지 여쭈었더니 가족끼리 원장님 관사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말에 교육원을 본인이 사용하기로 했는데 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느냐는 식의 말을 했습니다. 황당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제가 토요민원근무를 했는데 아무 연락을 받지 못하였다고 하자 본인은 원장님과 친구이고 파견교사로 나와있는 어떤 분에게 미리 안내를 다 받은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각자의 일을 하고 있었는데, 숙소동과 숙소동의 조리실로 와서는  본인들이 가져 온 식표품들을 넣겠다고 했습니다. 난색을 표하다가 어쩔수가 없어서 허용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일을 동료들이 안다면 제가 겪어야 하는 심적인 부담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사용한다면 무슨 큰 일이 일어나겠냐하는 마음도 들었기 때문에 일단은 그렇게 넘어 갔습니다.

 야외에서 아들 친구들에게 고기를 구워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숙소동의 좁은 현관으로 이동하여 저녁을 마무리 할 즈음에 그 분의 사모님이 저에게 와서 이 장소(숙소동 현관)에서 지금 아이들이 사용하고 있는 테이블로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이 장소는 파견교사들이 출입을 하는 곳이고, 자기 전에 문을 잠그기 때문에 안되겠다고 했더니, 테이블만 사용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이 때에 받은 느낌은 제가 테이블을 정해진 장소로 이동하여 설치해 주기를 바라는 듯했지만 아내도 있고 아들들도 있는데 그렇게 하기 싫었습니다. 이렇게 저녁식사를 마무리 하고 아내와 둘이서 조리실에서 막걸리 한잔과 저녁을 먹고 있는데 그 분들의 손자와 따님이 꺼리낌없이 조리실로 불쑥 들어 온 것입니다. 제가 그분들의 집에 온듯한 느낌을 받았을 정도로 무안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아니다 싶어서 조리실 냉장고 사용의 부당함과 저녁에 숙소동의 현관문을 안에서 잠궈기 때문에 음식물을 가지러 올 수 없다는 내용을 전하면서 냉장고에 있는 식표품을 가져가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어떤 물건이 본인들의 것인지 잘 몰라하다가 사모님이 오셔서 가져가시다가 저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기가 이런 시스템인 줄 몰았다. 원장님과 남편이 친구라서 교육원을 시설을 모두 사용해도 되는 줄 알았다. 다른 수련시설에 가니까 너무 친절하게 잘 해주더라 등과 같이 본인들이 받은 특혜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저는 원칙적인 이야기만하고 그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교학과에 볼일이 있어서 가는 길에 그분들이 식사하는 앞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술을 권하기에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본인들의 가족들 앞에서 술잔을 받으면서 굽신거리기도 싫었고, 술을 먹을 기분도 아니었습니다.

 교학과에서 일을 한참하고 있는데 제가 아는 교장선생님이 전화를 했습니다. 평소에 저에게 전화를 하는 분이 아니었고 친분이 크게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교장선생님이 하시는 이야기가 현재 교육원에 머물고 있는 그분 섭섭하지 않게 해드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섭섭하게 해드린 것도 없고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안내하고 있으며 원칙을 어기면서까지 잘해 드릴 수 없다고 했습니다. 전화를 끊고 나서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분의 어른스럽지 못한 행동이 너무 섭섭하고, 같은 교육계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한때 교육장까지 한 분의 그릇이 그것밖에 안되는지에 대한 실망감에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로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사실 아직까지 다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동 주변을 정리하고 아이들 아침 준비를 하다가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인사를 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제 앞으로 와서 그런 사정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본인들이 실수를 했다고 인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는 사정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본인에게 만큼은 그렇게 대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모르고 한 부분의 실수에 대해서 인정을 했으면 깔끔하게 끝내면 되는데 왜 여운을 남기는지, 표현은 안했지만 쓴웃음이 났습니다.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10일간 연수기간이라 연수출장을 제출하고 시작하는 월요일에 교육원에 근무하는 후배에게 주말에 있었던 일 때문에 다른 상황이 발생했는지 궁금하여 전화를 했습니다. 원장님이 과장님을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 별일은 아닌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연수를 마치고 교육원으로 가겠다고 했더니 그럴 정도는 아니라고 해서 전화를 끊었습니다. 얼마 후에교육원에 올 계획이면 오늘 오라고 과장님이 말씀을 하신다는 후배의 전화를 받고 바로 출발하였습니다. 집에서 교육원까지 1시간 정도 소요되는 거리였는데 마음에 급하니 너무 멀게만 느껴졌고, 안전운행을 하기 위하여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였지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도착하여 원장님과 과장님 후배와 같이 저녁을 먹었습니다. 과장님이 먼저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잘 마무리 되었으니 원장님께 간단하게 사과만 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겪은 일을 자 할테니 과장님이 듣고 그래도 제가 사과해야 되면 사과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다했습니다. 과장님은 특별한 말씀을 하지 않았습니다. 저도 사과할 뜻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그분들 때문에 제가 불편한 주말을 보냈는데 아무런 잘못이 없는 제가 사과를 해야 되는지도 모르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분들과 만나는 자리가 있으면 어른으로서 바른 대접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다음날 일찍 후배가 해주는 밥을 먹고 1시간 거리의 연수장으로 갔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곳에서 그 분을 또 만났습니다. 일년에 한번 보기도 힘든데 정말 이상했습니다. 점심 먹으러 가는 길에 로비에서 만났습니다. 가볍게 인사를 하고 일행과 같이 점심 먹으러 가려고 하는데 이야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일행 때문에 마음이 급했지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응했습니다.

 '너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같아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그 부분이 섭섭하다. 예를 들면 교학과의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 주었으면 좋았을 것이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야간에 경비업무를 맡고 있는 용역이 건물을 잠그고 보안센서를 작동시켜 놓는데, 어떻게 교학과의 냉장고를 사용할 수 있는지,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사용할 때마다 경비 용역을 하시는 분에게 연락을 하여 출입을 허가받아야 되는데. 학교에 계셨던 분이라면 알만도 한데,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때 눈치를 챘습니다. 내가 먼저 '죄송하다'라는 사과 하기를 원하고, 본인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나'니까 이해해 주면 좋겠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말을 마칠 때 '나에게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잘못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과를 할 일도 없고, 억지를 부린다고 생각하니 일일이 설명하기도 싫었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다가 기다리던 일행들의 점심 재촉으로 그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이 일로 몇일 밤을 설쳤습니다. 그리고 다짐을 하였습니다.

 '나는 퇴임을 하고 나면 절대로 현직에 있는 분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지 않겠다.'

 '나의 잘못에 대하여 깨끗하게 책임지고 사과할 것은 후배라도 주저하지 않겠다.'

 '같은 교직에 있는 후배는 동료이지 나를 받드는 사람은 아니다.'

 

 아들들의 친구들과 아내와 행복한 시간을 갖기 위해 준비하며 기다렸던 시간을 망친 것도 억울한데, 오히려 잘못을 한것처럼 생각하게 하는 그 분들의 태도에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그 분들을 탓하기 위해 이 글을 남기지는 않습니다. 그분보다 높은 자리를 꿈꿉니다. 그때에 똑같은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다짐의 글로 남깁니다. 그리고 우울한 에피소드로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