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적으로 만들지 맙시다.
관리자가 회식자리를 좋아하는 것과 선생님들이 회식자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관리자는 분위기가 좋고, 선생님은 그런 분위기가 싫은 것입니다. 그러면 분위기를 그렇게 만드는 분들은 누구일까요?
교육청에서 회의가 있었습니다. 담당하시는 장학사가 공문해석을 잘못하여 엉뚱한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러자 용기있는 선생님이 공문해석이 잘못된 것을 지적하며서 방향을 바꾸어야 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장학사의 얼굴과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굳었습니다. 그런데, 한 선생님이 장학사의 공문해석이 맞고 선생님이 지적한 부분이 틀렸다고 장학사를 두둔하였습니다. 참석한 선생님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그 선생님이 잘못 지적한 것처럼 끝나고, 참석한 선생님들은 몇일 뒤 장학사의 잘못된 해석때문에 업무를 두번해야 했습니다.
장학사를 두둔한 그 선생님이 정말 장학사의 실수를 몰랐을까요?
다음 학년도의 학교육과정을 수립하는 워크샵을 가졌습니다. 많은 다양한 이야기가 왔다갔다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관리자가 우리학교의 실정과는 맞지 않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적용해 보고 싶다고 제안을 했습니다.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자 회의를 주관하는 연구부장이 우리학교의 사정을 이야기하며 올해 희망을 하는 몇학년만 시범적으로 운용해 보고 다음해에 실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한 선생님이 대한민국의 학교는 모두가 똑같지 뭐가 다르냐? 다른학교에서 했다면 우리학교도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하며 전면적으로 실시할 것을 주장하여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일년내내 실정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 적용한다고 선생님들이 너무 힘들었고,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효과가 더 많았습니다. 여전히 선생님들은 그 탓을 관리자보다 융통성있게 적용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연구부장을 탓했습니다.
회식자리에서 습관적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습니다.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와 뜻이 같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 무조건 근거없는 이야기라고 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하며 우깁니다.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까지 본인이 믿는 정치적인 색깔이 옳다고 우깁니다. 심지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파격적인 이야기와 형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과감한 이야기도 서슴없이 합니다.
한 선생님이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반대합니다. 회식 분위기가 두 사람의 이야기로 전개되고, 이렇게 전개되는 회식을 모두 싫어는 하지만 거부하는 표현을 하지 않고 오히려 그 분을 옹호하는 이야기로 흥을 더 돋구는 역할을 하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다음날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 분보다는 그 선생님의 고집으로 회식분위기가 엉망으로 변한다고 그 선생님에게 모든 책임을 돌립니다. 다음 회식부터 그 선생님이 반박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피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어떻게 되었겠습니까?
분명히 위계질서는 있어야 합니다. 학교 구성원은 관리자를 존경하고 그 권위를 인정해야 하며, 관리자는 학교 구성원에게 공정해야 하며, 넓은 아량으로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위계가 깨어지면 혼란으로 학교는 더 이상 교육을 하는 공간이 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 위계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면 문제가 생깁니다. 흔히 '아부'라고 하며 관리자나 권력자에게는 무한 신뢰를 보내고 동료인 선생님은 철저하게 무시를 하는 경우입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아부가 아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전반적인 교육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특히,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할때 작동하면 학교는 엄청난 부작용에 시달리는 것입니다.
관리자의 권위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관리자의 품위에 손상을 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의견을 제시할때는 정중하게, 반대 의견이 있으면 객관적으로 조리있게, 외부로부터 품위에 손상을 입을 일이 발생하면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돕는 것입니다.
선생님들도 동료로서의 역할을 해야 합니다.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가 맞다면 동조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무조건 관리자를 옹호하는 것은 삼가해야한다. 그리고 선생님마다 신념이 있습니다. 뚜렷한 교육적 철학이나 가치관이 있는 분들도 많습니다. 아무리 관리자라 하더라도 그런분들의 신념이나 교육적 철학, 가치관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나무라거나 평가절하하는 것은 큰 상처를 남깁니다. 그리고 그런 분들도 뚜렷한 소신이 있기에 평가절하 받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민감한 시사적인 이야기나 가치관이 다를 수 있는 이야기가 주제가 된다면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그 이유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성향이 다르고, 그 성향에 따라 이미 마음속에 결정을 지어 놓은 상태에서 모든 사실을 자기가 결정한 것에 유리하도록 해석하고 주장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대화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자리가 회식자리라면 서로간에 큰소리가 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한쪽의 잘못이 아니라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야깃 거리로 대화가 시작된 것이 잘못입니다.
그래서 분위기가 안좋아진 다음에 누구의 잘못을 따질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그런 이야기가 주제로 안되게 하면 됩니다. 어느 한쪽에서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지금 분위기와 맞지 않으니 우리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이야기로 전환하자고 제안하거나, 그 분이 잘알고 있는 분야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질문을 하여 분위기를 바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함께 지내는 선생님을 진정한 동료라고 생각한다면 그 선생님의 생각과 주장이 옳으면 맞장구를 쳐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 사심을 채우기 위해서, 아부하기 위해서, 경직될 분위기가 싫어서 그 선생님의 의견이나 주장을 묵살하거나 옳지 않다고 하는 것은 동료라고 생각안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선택에 따른 책임도 나에게 있는 것이므로 그 선생님을 탓하면 안됩니다.
오랫동안 몸에 익은 관습이기에 바꾸기가 힘들 것입니다.
동료 선생님의 이야기에 고개 끄덕여 주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동료의 이야기가 옳다면 '동의한다'는 말 한마디가 변화의 시작이 될것입니다.
동료를 적으로 만들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