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나는 체벌에 반대한다. 그러나!

멋지다! 김샘! 2010. 8. 2. 14:50

 진보 진영의 교육감이 얼마전에 어떤 체벌도 금지한다고 발표하였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반응이 엇갈린다는 것이다.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쪽과 체벌금지에 찬성한다는 쪽이다.

 체벌금지에 반대하는 쪽은 학생들에게 체벌을 해도 된다는 것인가? 실상을 알아보면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사랑의 매는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사랑의 매에 대한 생각도 사람마다 제각각이다. 마치 사랑의 매가 체벌이 아닌것처럼 포장되어 있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나는 1993년 9월 1일에 경남 고성군에 있는 모초등학교에 첫발령을 받았다. 나의 업무는 생활이었다. 지금도 역시 힘들지만 그 당시에도 생활업무가 보고 공문도 많고 방과후 학생 지도 업무도 많아서 기피하는 업무 중의 하나였다. 근무하는 학교에 도벽이 심한 아이가 있었다. 그 날도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걸어놓고 간 웃옷에 있는 지갑에 손을 댄 것이다. 어찌 어찌하여 담임선생님이 그 아이가 선생님 지갑의 돈을 훔쳤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아이의 당당함과 입에 달린 거짓말에 감당을 하지 못하여 생활을 담당하고 있는 혈기왕성한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처음에 그 아이의 입장에서 접근하려고 많을 노력을 했지만 흔히 나를 가지고 노는 것이었다. 결국 한번 만 더 나를 속인다면 용서하지 않겠다. 매를 들겠다는 최후 통첩을 보냈다. 역시 그 아이는 비웃듯이 쳐다보고는 전혀 행동의 변화가 없었다.
 며칠뒤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역시 그 아이였다. 그래서 그 아이를 심하게 때렸다. 물론 멍이 들 정도는 아니고 그냥 아픈 정도이었지만 때린 도구가 겁을 주기 위해서 몽둥이와 같은 수준을 든 것이 화근이었다.
 며칠뒤 그 교육청 교육장의 기사를 하는 삼촌이 전화를 했다. 내일 학교에 찾아갈테니 두고 보자는 것이었다. 나는 그 당시 교육경력이 거의 없었기때문에 사실여부를 떠나 내 문제가 학교장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 좋게 해결하려는 의미에서 다음날 아침 그 아이의 엄마와 전화 통화를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있었든 일과 내가 때린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치료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그때 그 엄마의 말 '칼을 가지고 찔러 죽이면 좋겠다'고 나에게 말하는 것이었다. 엄청난 충격이었다. 결국 그 아이의 삼촌이 학교에 찾아왔는데 그 아이가 쓴 것을 보여주는데 정말 소설이었다. 내가 그 아이를 의자에 묶어서 복도를 질질 끌고 다니면서 때렸다는 내용으로 3쪽 가량으로 적혀 있었다. 참고로 그 아이는 학습 부진아로 두 문장 이상을 적지 못한다. 순간 화가 나서 그 아이가 쓴 글이 아니고 어른이 적었으며 사실 확인을 위하여 글씨체를 대조하자고 했다. 이 때 교장선생님이 '김선생 이 쯤에서 서로 화해하고 없든 일로 하고 넘어 갑시다.'라고 했다. 그래서 결국 그 일이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이 일을 겪은 뒤로 나는 절대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제 학생의 뒤에는 문제 가정, 문제 부모가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아이의 부모의 속셈은 자기 아이의 도벽이 알려질까봐-사실은 이미 다 알려져 있었는데- 내가 그 아이에게 체벌을 한 것을 문제 삼은 것이었다.

 두 가지를 다짐했다. 첫째는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지 말자. 체벌을 하지 않고 교육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자. 두번째는 학부모와 다툼이 생길시에는 주위의 충분한 의견을 수렴한 뒤 당당하게 나의 주장을 말하고 책임질 일은 책임지고 상대방의 주장이 잘못된 경우 철저하게 사과와 그에 따른 법적인 책임을 지게하자는 것이었다.
 이 사건이 있은 뒤 불과 몇개월이 안되어 이 아이가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발생했는데 지도하는 과정에서 역시 삼촌이라는 분이 개입해서 협박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당하게 ' 이 아이때문에 피해를 입은 부모님들과 대면할 기회를 줄테니 학교에 오십시오.'라고 했더니 그 다음부터 일절 참견이 없었다.

 이 사건의 속의 '삼촌',과 '엄마'는 과연 체벌이 필요하다고 생각할까? 혹시 평소에는 주위분들에게 '요새 학생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좀 맞아야 된다고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 우리 주위에도 교육적인 체벌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들이 꽤 많다. 그러나 자기 아이가 체벌을 당하고 왔다면 옛날 부모처럼 '니가 얼마나 말을 안들었으면 선생님이 때리겠냐'며 아이를 혼내시면서 한편으로는 맞은 부위를 어루만져 줄 수 있을까?
 못 먹고 못 살든 시절에는 출세하고 성공하는 길이 공부밖에 없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좀 맞고 와도 그 성공을 위하여 참고 넘어간 것이지 체벌 자체를 인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공부만이 살길이 아닌 세상, 먹고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는 세상인 것이다. 이런 세상에서 옛날 '사랑의 매'의 향수에 젖어서 학생들을 체벌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물리적으로 매에 맞는 체벌보다는 말과 행동에 의한 체벌이 더 엄청난 충격을 준다는 사실을 부모님들도 알아야 한다. 교육적으로 단순하게 한 체벌은 눈에 보이니까 문제가 되고, 언어 폭력, 환경에 의한 폭력은 눈에 보이지가 않으니까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그러면 체벌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까?
 선생님들은 체벌을 하지 않고 세련되게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된다. 현재 부모님들의 생각, 학생들의 생각, 사회 분위기 등을 고려한 학생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잘못한 행위만 가지고 단순 체벌하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선생님들은 학생이 한 행위가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밝히고 그 원인을 해결하려는 꾸준한 노력을 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겠죠? 많은 수업부담, 과중한 업무, 필요 없는 잡무에 대한 것들이 변명처럼 쏟아지겠죠? 하지만 체벌 문제의 해결책이 나올때 마다 이 변명이 나왔다. 나는 체벌 문제가 법적으로 국가적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과연 학생들에게 체벌을 하지 않고 지도하는 교수법 연구에 과연 얼마만큼의 노력을 하고 있는가? 학생들의 입장에서 해결하려고 얼마나 노력했는가? 학생들의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얼마나 통제하지 않고 관용적으로 들어 주었는가? 학생들의 행동변화에 얼마만큼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주었는가? 작은 선생님들의 변화가 더디지만 체벌문화를 바꿀 가장 큰 힘이 될것이다.

 부모님들에게 여쭈어 봅니다. 당신의 자녀가 누구를 보고 배웠습니까? 부모님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었습니다. 사회, 친구, 선생님들을 탓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현재 당신의 자녀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선생님을 믿고 그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부모님들이 행각하는 것처럼 한가하지 않습니다. 실제 30명이 넘는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한분의 선생님이 수업과 생활지도, 교육업무, 학교행사, 연수활동, 손님맞이까지 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세세한 성장배경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특히 학년에 올라갈수록 더 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체벌을 금지한다고 하면 교정이 필요한 학생들을 방치하게 됩니다. 이것이 더 문제를 야기할 것입니다. 선생님들과 적극적인 상담활동에 응하십시오. 대한민국에서 가장 학력 수준이 높고 전문성이 있는 집단이 선생님집단입니다. 워낙 수가 많다 보니 선생같지 않은 인간도 있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극히 일부분입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학부모님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아이의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선생님과 대화하고 상담활동을 하십시오 그래서 원인을 해결하도록 하세요. 대부분의 원인이 선생님이기 보다는 자라온 환경에 의한 잘못된 성격형성일 것입니다.
 체벌에 대한 토론을 할때만다 외국의 사례를 인용한다. 미국의 어디 주는 학생들이 잘못을 할 경우에는 그 원인이 부모에게도 있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와 함께 상담치료를 받는다. 또 점수를 매겨 사회봉사활동을 시키다는 등

 하지만 그 나라의 민주주의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정도, 사회 성숙도, 역사적 배경이 다르다. 그 나라가 잘 된다고해서 우리나라도 그렇게 하면 잘 될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은 정말 금물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전혀 통하지 않는다. 단번에 바꿀 것이다라는 생각버려야 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노력하는 만큼만 노력해보자!
 체벌은 금지되어야한다. 그러나 체벌을 대신할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작은 움직임도 가정에서, 교실에서, 사회에서 태동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