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간질보다는 협상을...
생각할 때마다 아찔합니다.
처음 발령을 받으니 여러가지 모임에 참여하라는 강제적인 권유가 여기저기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보통 발령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배구를 비롯한 운동 모임이나 친목모임이 주였지만, 출신학교 모임도 있었습니다. 모임에 참여하니 많은 선배 선생님들의 여러가지 조언도 있었지만 타모임에 속한 선배 선생님들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학교생활에 대한 사리분별력이 많이 부족했기에 선배 선생님들의 이야기가 전부 옳고, 선배 선생님들이 평가하는 다른 선생님들에 대한 생각도 동일시 하였습니다.
몇 년이 지난 후-그래도 경력이 얼마 안된 시기-에 동문 모임에서 비난하든 어떤 선배 선생님과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회식을 마친 어느 날, 그 분과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그 동안 들은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하게 되었습니다. 노발대발하였습니다. 그리고 많이 격앙된 상태에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술이 취한 상태였지만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한 방향에서만 바라 본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리고 용서를 받았지만,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응어리로 한쪽 가슴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그 분을 인간관계와 자기계발에 대한 멘토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넘치와 유머와 위트로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선생님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전 교직원이 있는 모임에서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선생님들끼리 모여 있는 자리에서 주로 관리자를 비난하는 유머와 위트를 발휘합니다. 특히, 관리자에 대한 평가가 좋지 않은 학교일수록 그 분은 우상화가 되어 '신'의 반열에 오릅니다. 그 분이 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선생님들의 힘든 점을 관리자에게 건의를 했는데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옛날에 전교조 활동을 제일 열심히 했는데 전교조가 정치적인 성향을 띄는 바람에 탈퇴하게 되었다는 자기 변명', '음담패설을 비롯한 잡다한 유머를 어색하지 않게 각색한 이야기' 등입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관리자들이 그 분을 싫어하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그 분을 치켜세우는 태도를 보입니다. 하지만 관리자가 치켜세우는 그 분에 대한 능력과 학교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그 분의 능력을 동일시 하는 오류로 인하여 관리자나 학교 구성원들은 그 분을 전혀 의심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분은 자신의 근무평점을 비롯한 각종 가산점을 챙기고 홀연히 학교를 떠납니다.
전자의 이야기에서는 동문 선배 선생님들이 이간질을 한 것이고, 후자의 경우는 그 분이 이간질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전자는 이간질의 영향력이 개인간에만 머물지만, 후자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관계로 얽힌 학교 공동체에 영향력을 끼칩니다. 그리고 전자는 개인의 책임있는 태도에 의해 회복이 가능하지만, 후자는 학교 공동체를 파멸-대표적인 것이 학교 구성원 대부분이 다른 학교로 옮기는 것입니다.-로 몰아서 회복하는데 많은 시간과 감정을 지불해야 합니다. 물론 회복되는 동안 그 피해는 아이들의 몫입니다. 이간질을 경계해야 되는 이유입니다.
이간질을 극복하는 방법은 협상입니다.
협상의 목적은 개인의 욕심이나 욕망 충족이 아니라, 개인 대 개인, 개인 대 다, 다 대 다 관계에서 서로 상생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입니다. 이간질이 특정한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분열시키는 것이라면, 협상은 서로가 상생하기 위해 의견을 공유하고 토의하고 토론하는 소통의 공동체 문화를 지향합니다.
이간질꾼은 상생보다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거나 자신의 인기에 집착하여 검증할 수 없는 과거의 무용담에 흥분하지만, 정작 현실의 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며 회피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이익이 걸린 문제라면 뛰어난 선동가적 자질로 구성원들을 현혹하여 그 목적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협상의 기술을 발휘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문제나 갈등상황의 본질을 파악하십시오. 문제나 갈등이 발생한 원인을 찾으십시오. 원인이 욕심과 욕망, 치부로 의심된다면 단호하게 묻고 판단하여 사실이라면 대화를 단절하십시오. 그래야 동조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발전과 성숙을 위한 제안이라면 상생을 위해 허용되는 울타리-서로가 손해를 보지 않는 한계점-를 먼저 설정하십시오. 그리고 실천 위주의 현실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실천하십시오.
꽃샘추위가 있어서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촉촉한 봄비와 꽃눈과 잎눈을 깨우는 봄바람의 봄이 더욱 빛나듯이, 문제와 갈등을 협상의 지혜로 해결한다면 정말 행복한 학교 되지 않을까요?
꽃샘추위가 닥친 을미년 삼월의 어느 날, 나른한 봄날을 기다리며 이간질 보다는 협상이 일상화된 학교를 꿈꾸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