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선생님입니다.
회식자리에서 술만 마시면 폭언과 성희롱성 발언으로 분위기를 망치는 분이 있었습니다. 심할 경우에는 간접적인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회식자리이 정해지면 동료 선생님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은 이 분이 '참가하느냐', '참가하면 술을 마시느냐'입니다. 이 분이 술을 마시는 날이면 모두 눈치껏 빠져나가 버리고, 이 분을 모시는(?)는 분들만 남아서 온갖 언사를 다 받아주면서 귀가 시킵니다.
어느 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여 정식으로 반론을 제기하였더니 온갖 과장된 행동과 말로 협박을 하면서 분위기를 공포로 몰아 넣었습니다. 주변에 있는 분들이 데리고 나가서 상황은 마무리 되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로 이 분은 회식자리에도 잘 참여하지 않았고, 참여해도 여러가지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고 일찍 귀가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난 뒤에 자연스럽게 이 분과 같은 행동을 하는 주변인들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공통된 이야기는 불합리하고 안타깝지만 피하는 것이 상책이고 어쩔 수가 없다는 얘기와, 일반 회사는 이것보다 더한 일도 있는데 그나마 우리는 선생이라서 다행이다는 것이었습니다. 괜히 나서서 불이익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덧붙혔습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말을 함부로 하는 분을 만난 적이 꽤 있습니다.
관리자와 선생님의 관계이지만 서로 배려하고 준중해야 할 최소한의 선은 지켜야 하는데 지위를 내세워 막하는 분들입니다. 동료 선생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면 '원래 그 분의 성격은 그렇지 않으니 참고 넘기라.'라고 이야기 합니다. 더 나아가 '괜히 불란을 만들어 학교 분위기 어지럽히지 말라.'고 충고까지 합니다. 관리자니까 선생이 이해하는 것이 맞다는 논리입니다. 전형적인 주종관계, 요즘 말하는 갑을 관계입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다 경험이 있을 것입니다. 겪은 후에 느끼는 절망감과 분노도 공감할 것입니다. 동료나 선배 선생님들의 미온적인 태도에 더 화가 났을 것입니다. 그리고 다짐합니다. '나는 절대 저런 인간 되지 않을 것이다.'
학교-특히 초등학교-에는 이상한 해결방법이 있습니다. 관리자와 갈등이 생기면 피해를 입은 선생님이 먼저 사과해야 마무리가 된다는 것입니다. 피해를 입은 선생님이 버티고(?) 있으면 주변의 동료나 선배 선생님들이 온갖 회유를 합니다. 다 겪어봤는데 '좋은 것이 좋다.'는 식입니다. 누구에게 다 좋은 것이 좋은지 뻔한데도 말입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절망감과 분노를 겪었다면, '나는 절대 저런 인간 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면 최소한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요? 그리고 '같은 인간' 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면 바르게 해결하려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또 다른 이상한 해결법이 있습니다. 학교의 인습과 모순을 다른 직장의 상명하달식의 관료화 된 문화에 비교해 좋은 직업의 혜택을 누리고 있으니 웬만한 것은 참고 넘기라는 것입니다. 창의적이고 생산성이 높은 어떤 회사가 관료화 되어 있습니까? 과거에 부귀영화를 누리던 상명하달식의 회사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직원들의 창의성 발현에 얼마나 힘을 쏟고 있습니까? 수직문화를 수평문화로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있습니까?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인재가 학교에 몰려 있습니다. 이 인재들을 자신의 제국을 건설하기 위한 방패로, 자신의 지성에 손만 드는 거수기 역할로 전락시킬 것인지? 창의적이고 수평적인 학교문화 조성으로 인재들의 지성을 발현시켜 학교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또 학교의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고 싶은 지성과 열정이 있는 선생님이라면 지금 학교의 문화에 만족하면 안됩니다. '나는 절대 저런 인간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다짐한 분들이 지금도 관리자가 되고 있습니다. 그 다짐이 행동으로 실현되고 있다고 느껴집니까? 지성이 퇴보되지 않는 열정이 식지 않는 선생님들의 부단한 노력이 절실합니다.
지난 주에 학교업무경감에 대한 여러 조치사항과 전교조 경남지부와 맺은 교섭내용이 공문으로 왔습니다. 이런 공문은 매일 와도 좋겠다는 희열을 느끼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동료 선생님과 후배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그렇게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까?'라는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희망이 절망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업무중심의 사고방식, 수직문화에 도배된 관료주의, '지위가 능력이다.'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승진문화, 실적위주의 학교경영 등을 걷어 내는 것이 싶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천하렵니다. 동료와 후배 선생님들과 함께 노력하여 가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었던 행복한 학교를 현실 속에 그리렵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진정한 선생님의 길로 돌아가렵니다. 미약하지만 선생님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과 열정을 되찾을 때까지 꾸준히 마주보며 대화하렵니다. 용기없다는 채찍보다는 용기를 갖도록 격려하렵니다. 그리고 지금 실천하렵니다.
우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과 열정을 가진 자랑스런 선생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