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선생님에게 근심과 걱정이란?

멋지다! 김샘! 2015. 8. 23. 11:48

 항상 짧은(?)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설렘과 근심과 걱정이 교차한다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선배선생님도, 동료도, 후배선생님도 개학에 대한 감정은 비슷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예전에 비하여 설렘보다 근심과 걱정이 더 많은 듯 합니다. 그리고 근심과 걱정이 아이들을 잘 가르치려는 욕심에서 발현된 것이 아니라 교권 추락, 과도한 행정업무, 제멋대로 변하는 교육정책, 비민주적인 학교의 의사결정, 학교 구성원들간의 공감과 소통 부재, 승진에 대한 부담 등에서 기인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근심하고 걱정해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잘 해결되지 않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기 위한 근심과 걱정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서울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음란 만화 수준의 성추행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육기관과 언론에서 비민주적인 학교문화와 승진제도의 역기능을 원인으로 거론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EBS에서는 요즘 젊은 선생님들이 승진에만 눈이 어두워 승진가산점 얻는 방법에 대한 근심과 걱정이 앞서서 비민주적인 학교문화에 대한 개선의지와 아이들을 잘 가르쳐 보겠다는 근심과 걱정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진단도 내렸습니다. 이런 논리가 성립하려면 대한민국 대부분의 학교는 성추행이 만연해야 하며 승진가산점을 얻기 위해서 혈투가 벌어져 민원과 고소와 고발이 난무해야 됩니다.

 실제로 다른 직업생활을 하다가 늦게 선생을 시작한 고등학교 친구가 있는데 사적인 모임에서 심심찮게 학교에서 불륜이 많고, 근무평점을 받기 위하여 성접대를 하고, 관리자는 이를 악용하여 선생님을 성추행하는 것이 예사라고 떠들고 다닙니다. 어떤 경우에는 이 친구와 친한 친구가 실제 학교가 그렇냐고 물어오기도 합니다. 21년 조금 넘게 선생을 하고 있지만 일본 포르노를 많이 본 사람들의 창작물일 뿐입니다. 물론 어느 조직이나 비주류의 비정상적인 사람들이 존재하듯 학교도 간혹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당연한 것처럼 절대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현재의 학교문화와 승진제도가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과 발전을 위해 늘 근심과 걱정해야 합니다. 학교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위해 근심과 걱정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배려, 협력, 소통으로 근심과 걱정을 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교육정책은 선생님들을 아이들과 분리시키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 근심과 걱정을 많이 하는 선생님에게 승진의 멍에를 자꾸 씌우려 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에 대한 걱정보다 승진을 위해 근심과 걱정을 많이 하도록 강요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논리가 학교를 지배하는 통치이념으로 고착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수의 선생님들이 부당하다고 생각은 하지만 '큰 강물을 막지 못한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헤게모니에 순응하고 있습니다.

 

 행정업무 경감도 선생님의 근심과 걱정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위해 필요한 업무는 선생님이 하지 말아야 될 행정업무가 아닙니다. 그런데 혼돈하는 관리자와 선생님들이 있습니다. 동창회 업무, 교육단체 업무, 방과후학교 강사 계약과 수당 챙겨주는 업무, 선생님이 학교 방역하는 업무, 학교재산 관리 및 보안 업무 등은 선생님은 관리자의 눈치를 살피고 관리자는 행정실의 눈치를 보느라고 해결하지 못하면서 정작 아이들에게 필요한 업무는 편의적으로 통합하고 융합하여 줄이려 합니다. 선생님이 하지 말아야 할 행정업무를 과감하게 없애기 위해 체계적으로 통합하고 융합하려는 근심과 걱정이 앞서면 좋겠습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도 말만 하지말고 선생님들이 피부에 느낄 수 있는 현장 밀착형 정책으로 답해 주면 좋겠습니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담임선생님에게 승진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발표를 했습니다.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열정적이고 지혜로운 담임선생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논리입니다. 옳습니다. 하지만 현재 초등학교는 대부분이 담임선생님입니다. 그리고 교과전담선생님, 업무경감을 위한 선생님 등도 전체적인 학교의 균형을 위해 필요한 선생님들입니다. 아이들에게 모두 필요한 선생님입니다. 이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모든 면에서 불필요한 학교폭력승진가산점에 이어 또다시 담임승진가산점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위한 근심과 걱정을 하려하기 보다 직책이나 보직으로 승진가산점을 획득하기 위한 근심과 걱정을 하라는 것과 무엇이 다릅니까?

 교육부가 학교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가 의문입니다.  

 

 개학을 두려워하는 선생님이 많은 어떤 학교, 충격적인 성추행과 성폭력으로 얼룩진 어떤 학교, 승진만을 위해 근심과 걱정을 하는 선생님과 이를 장려하는 관리자가 있는 학교, 학교폭력을 은폐하려는 어떤 학교, 교직원의 비리가 발생하는 학교 등은 현행 제도의 모순으로만 불거진 것들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을 위해 걱정과 근심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들어 주지 않고 관심과 걱정을 엉뚱한 곳으로 유도하는 어떤 학교의 문화에 잘못이 있습니다.

 학교 문화는 관리자를 포함한 선배선생님들의 작은 말과 행동에서 출발합니다. 후배선생님에게 동료선생님에게 엉뚱한 근심과 걱정을 하게 하는 말보다 아이들을 위해 근심과 걱정할 수 있는 말을 자주 건네면 좋겠습니다.

 교육부와 도교육청도 아이들을 위해 근심과 걱정하는 선생님들을 위한 인세티브를 제공하는 정책을 펼치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꼭 승진가산점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그리고 현실에 안주하고 편안함만 찾으면서 아이들을 위하는 척, 걱정하는 척, 흉내만 내는 가짜 선생님이 아닌 정말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근심하고 걱정하는 참 선생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습니다.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