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성장하는 프로젝트 수업에 대한 갈망
촌놈이다.
학교 도서실이 있어도 제 역할을 못하던 촌학교를 다녔다.
선생님에게 뒤통수를 얻어맞을까 봐 숨죽이며 종소리를 반갑게 맞이한 기억밖에 없다.
어쩌다가 신간(?)을 파는 책 트럭이 오면 신기한 표지의 책을 골랐다. 해저 2만리...
학원도 없었다.
노래도, 그림도 학교에서 배웠다.
담임선생님이 '나'처럼 음악에 재주가 없으면 제대로 배우지도 못 했다.
크레파스, 물감, 리코더, 멜로디언 귀했다.
돌려가며 겨우겨우 수업에 맞추었다.
상품화된 학습준비물도 없었다.
산에서 들에서 채집하거나 수집했다.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우리 학교와 같은 환경인 줄 알았다.
시내의 중학교에 진학했다.
상식, 독서량, 교과 공부, 예체능 모든 면에서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넘어지고 깨지고 왕따도 당하고 선배들에게 화장실 뒤에서 돈도 뜯겼다.
선생님에게 모함도 받았다.
억울하고, 화도 나고, 부끄럽기도 하고...
어머니가 어떻게 아셨는지 고구마 한 포대를 선생님께 드렸다.
조금 달라지는 것 같았다.
... ...
선생이 되었다.
초임지의 시골학교에서 많이 부딪히고 깨졌다.
학생일 때는 선생이 그렇게도 좋았는데...
선생이 되어도 마음대로 하지 못 했다.
내가 받은 서러움 내가 가르치는 시골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싫었다.
그래서 수업에 다양한 변화를 주고 싶었다.
책도 같이 읽어 보고, 컴퓨터도 같이 하고, 글쓰기도 같이 하고...
그런데 교과서를 신봉하는 문화와 싸워서 이길 수가 없었다.
교과 시수 따로, 실제 운영 따로 편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일방적인 가르침만 있었고 상호작용은 없었다.
도시 학교에서 근무하다가 다시 아주 작은 시골학교로 갔다.
학교 도서실, 컴퓨터실, 학습준비물, 방과후 학교 등은 정말 좋았다.
그런데 수업은 도시의 학교와 똑같았다.
3명의 아이와 큰 텔레비전, 선생님의 얼굴을 가리는 모니터, 큰 칠판...
칠판 앞에 우뚝 솟은 선생님을 턱을 들어 바라보는 아이들...
바꾸고 싶었다.
학급도 허물고, 교과도 허물어 아이들의 살고 있는 터전으로 뛰쳐나가고 싶었다.
반쯤 뛰쳐나갔다. 희망을 보았다.
요즘 많은 학교에서 텃밭 가꾸기를 많이 한다.
병아리 키우기를 비롯한 사육도 많이 한다.
숲 가꾸기 및 숲 탐방활동도 많이 한다.
생태학습 측면에서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고 싶다.
즉흥적으로 하지 말고 학기 시작 전에 학교 구성원들과 충분히 소통하여 여러 교과에 걸쳐 있는 내용을 추출하여 새로운 교과로 탄생시켜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교과에서 체득한 것은 교과에서 생략되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수업시수도 부족하지 않고. 선생님도 바쁘지 않다. 평가도 새로운 교과에서 과정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프로젝트 학습이다.
여러 교과의 내용, 인성교육, 진로교육 등이 융합되거나 통합된 텃밭 가꾸기, 병아리 사육하기, 숲 탐방활동이 되도록 해야 한다.
선생님들이 머리를 맞대고 교육과정 분석하고 우리 학교의 환경에 맞는 새로운 학습법을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이 이끌고 아이들이 따라오는 수업에서 선생님과 아이들이 상호작용하는 우리 학교의 교수법 만들어야 한다.
선생님들의 장점을 공유하고 단점을 보완하는 집단지성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나 같은 선생을 만나도 음악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할 수 있으니까?
프로젝트 학습은 공부하는 방법을 배우는 활동이다.
시골학교 아이들에게 최고의 배움 활동이라고 자부한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일회성 이벤트나 홍보로 전락시키는 잘못은 범하지 말자.
충분한 소통 없이 새로운 일거리로 인식시켜 프로젝트 학습에 대한 오개념을 심지 말자.
이런 것은 그냥 배움으로 치장한 이벤트다. 프로젝트 학습 아니다.
그냥 이벤트 하자고 하자!
프로젝트 학습을 우리 학교화 시킨다면 우리 학교 아이들의 미래 핵심 역량이 될 수 있다.
지금! 도시학교 아이들보다 지식, 상식 조금 부족해도 자라면서 더 행복하게 채울 수 있다.
지금! 영어, 컴퓨터, 예체능, 글쓰기 조금 못해도 자라면서 아이들의 삶이 이것들을 다듬을 수 있다.
지금! 많은 직업을 모르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 수 없어도 자라면서 가치 있고 보람된 일을 찾을 수 있다.
우리 학교의 프로젝트가 멈출 위기에 있다.
충분한 소통과 공감을 얻지 못한 결과다.
힘들다.
정말 힘들다.
학기 시작 전에 교육과정 재구성하고, 학교 환경 조사하고, 교실과 학교의 벽을 허무는 작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수업 마치고 공문서 처리하고 프로젝트 준비하려면 힘들다.
말이 쉬워 소통하고 공감이지 동료를 먼저 배려하고 수용하는 것이 한두 번은 고민 없이 가능하지만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그래도 끝까지 갈 때까지 함께 하면 좋겠다.
그래서 아이들과 선생님이 함께 성장하는 학교문화가 뿌리를 내리면 좋겠다.
얼굴은 땀으로 범벅되지만 입가에 미소가 넘치는 기분을 함께 맛보면 좋겠다.
함께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