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간섭

첫 아이들과의 밥 이야기

멋지다! 김샘! 2017. 2. 9. 15:59

  교감을 하는 후배가 겨울방학 동안 선생님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 이야기를 페이스북으로 전했습니다. 나름대로 많은 고민을 한 결과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을 파고든 아쉬운 현실이 쉽게 떠나지를 않았습니다.
  밥 주위를 둘러앉을 때만큼은 현실의 치열함을 잠시 내려놓고 도란도란 웃음꽃을 피워야 되는데, 서로에게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애를 쓰는 현실이 달가워 보이지만 않습니다.

  그리고 잠시 돌아보니 학교와 밥에 관한 이야기들이 제법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겠습니다. 

 

  첫 발령이 9월 1일이었습니다. 1학년 담임이 되었습니다. 183cm, 94kg의 거구가 1학년의 담임이 되었습니다. 그 당시 인기 있었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유치원에 간 사나이"와 비슷한 상황이었습니다. 제 덩치를 보러 학부모님들이 구경을 올 정도였으니 짐작이 되실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학교 급식이 실시되기 전이었습니다. 그래서 1학년은 1주일에 한 번 점심 도시락을 가져와야 되었습니다. 자취를 하고 있어서 밥 도시락과 수저만 들고 기다리던 점심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선생님과 함께 서로 먹으려 할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도시락 반찬 하나 먹자고 하면 서로 주려할 줄 알았습니다. 냉랭했습니다. 겨우 김치 몇 조각을 얻어먹고 다짐했습니다. '다음 점심시간에는 반찬을 가져와야 되겠다.'

  다음 점심시간에 책상을 둥글게 한 후 같이 먹었습니다. 그리고 반찬 공유도 했습니다. 서먹서먹하더니 이내 1학년 특유의 웃음이 터졌습니다.

  첫 점심시간을 맞이 했을 때, 혼자 추억의 점심시간을 상상한 후 아이들도 당연히 그렇게 하겠지라고 생각한 것이 제 착오였습니다. 아이들은 점심시간이 처음이고 자기 도시락 혼자 먹는다고 생각한 것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초등학교(그 당시는 국민학교) 아이들은 대부분이 첫 경험이기 때문에 교사는 좋은 경험으로 추억과 지혜를 선물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밥으로 얻은 어리석은 초임 교사의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먹었던  그때의 점심밥이 영화나 드라마 속처럼 낭만적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간간히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입을 통해 가정환경과 동네 사람들의 관심사를 알 수 있었고, 아이들의 밥을 보며 마음 아픈 아이들을 한층 더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서 학급 급식이 시작되었고, 무상급식으로 전환도 되었는데,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밥으로 아이들에게 형벌을 가하는 부끄러운 어른들이 있다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아이들의 밥이 모두 행복으로 바뀌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