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로 학교를 생각합니다.
몇 해전부터 3월 인사 발표가 2월 중순 이전으로 당기지 더니 올해(2017)는 2월 초순으로 대폭 당겨졌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인사이동에 따른 이사와 새로운 학년과 업무에 대한 설계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입니까?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돌아가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무엇을 위한 2월인지에 강한 의문을 던집니다.
신임지 학교에서 업무 메일로 학년 배정과 업무 희망서를 작성해 보내라고 합니다. 그리고 2월 셋째 주 어느 날 오면 학년과 업무 발표를 하고 이후로는 학년 교육과정(평가 포함)과 업무 파악과 계획을 수립하라고 합니다.
소중한 2월을 문서 작성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라는 것입니다. 그것도 현재의 학교문화로는 학기가 시작되면 의미가 퇴색되는 문서작성에 시간을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부담만 되고 의미가 없어지는 2월을 소중한 2월로 만들기 위해서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될 것을 제안합니다.
기득권 포기하고 동등한 조건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기존의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하고 전입하는 교사에게 나머지를 배당하는 관행 없애야 합니다. 업무 메일로 학년과 업무를 먼저 요구할 것이 아니라, 기존 교사와 전입교사가 한 자리에 모여 학교 현황을 비롯한 학생과 부모님들의 요구사항, 학교의 강점과 약점, 비전, 목표, 중점과제 등에 대한 설명과 논의가 먼저여야 합니다. 그다음으로 교사들의 강점과 희망에 의한 학년과 업무 배정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쉬운(?) 학년 쉬운(?) 업무 우선으로 기존 교사에게 배정하고 어려운 학년과 업무를 전입 교사에게 배정하면, 대부분 어려운 업무가 그 학교가 일 년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될 내용과 더 많은 신경을 써야 될 경우가 많은데 어떻게 되겠습니까?
우리는 성과금을 비롯한 각종 실적을 요구받을 때 교육은 딱 자를 수 없는 것이라고 항변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우리의 편리를 위해서 딱 자르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교사의 관행적인 기득권 버려야 합니다.
관리자의 약속이 우선되어야 되어야 합니다.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2월 알차게 보냈습니다. 그다음에는 알찬 계획을 꾸준히 실천하면 됩니다. 그런데 알찬 계획을 준비하는 2월에는 관리자 입 꾹 다물고 있다가 실천하는 단계에서 이것저것 간섭을 하기 시작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특히 관리자가 바뀐 경우라면 더 그렇습니다.
관리자도 2월에 동등하게 참여하여 함께 알찬 계획 수립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등하게 결정된 교육활동은 존중하고 실천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2월에 알찬 계획을 존중하고 지원하는 관리자의 약속이 있어야 합니다.
교육청(교육지원청 포함)의 노력이 있어야 합니다.
학기 중간에 이것저것 학교에 강요하면 안 됩니다. 도교육청에서 교육의 내실을 위해 부담스럽고 바쁜 2월을 만들었으면 그 목적을 일 년 내내 잊으면 안 됩니다. 오히려 2월의 알찬 계획이 잘 실천될 수 있도록 학교의 눈치(?)를 살피며 정책을 펼쳐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학기 중간에 불쑥불쑥 새로운 정책을 학교에 던집니다. 그러면서 융통성 있게 적용하라고 합니다. 융통성은 목적을 쉽고 더 내실 있게 이루려고 할 때 사용되는 용어이지 즉흥적이고 무계획을 변호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국가나 교육부에서 갑자기 요구하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이럴 경우에 학교의 눈치를 살피며 융통성을 발휘하고 국가나 교육부에 학교 현장을 설명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지금보다 학교 현장을 더 지원하고 보호하려는 더 적극적인 교육청의 변화가 있어야 바쁜 2월의 의미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어떤 이는 2월을 빼앗겼다고 합니다.
어떤 이는 2월의 참다운 모습이라고 합니다.
저에게는 바쁘고 부담스러운 2월이 되었습니다.
2월을 빼앗긴 이는 빼앗기지 않았을 때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2월을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생각하고, 2월을 참다운 모습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아이들을 위한 참다운 2월의 의미를 살리고, 저처럼 2월을 바쁘고 부담스러워하는 이들은 그 바쁨과 부담스러움이 문서 작성에만 머무르지 않고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새롭게 다가오는 2월!
기대와 부담감이 교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