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리더십

민주주의를 모르는 우리들...

멋지다! 김샘! 2017. 3. 5. 13:46

  교사가 민주주를 모른다는 주장에 비분강개 [悲憤慷慨]할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민주주의 뜻은 알지만 실천은 문외한[門外漢]입니다.

  학교도 우리나라의 축소판이니 민주적인 학교 문화도 권력자가 의해 좌지우지되었습니다. 권력자(관리자)가 이것이 민주적인 문화이니 이렇게 하자고 강조하면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그 학교는 관리자에 의해 민주적인 학교 문화가 꽃피는 학교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그 문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강조하는 이 시대에 더 강화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외치는 관리자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은 교무실을 세분화했습니다. 사무기기 공간, 민원인과 소수의 사람을 위한 작은 휴게 공간, 교감을 비롯한 교무행정원의 사무공간으로 분리했습니다. 그나마 전교직원이 모여서 이야기할 유일한 공간이었습니다. 이제 과학실을 비롯한 다른 공간을 찾아다니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불안한 공간에서 어찌 자유로운 의견이 나오고 평등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전체가 모여서 편안하게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간이 없는 학교에서 어떤 민주적인 학교가 꽃피겠습니까?

  모든 결정을 혼자 하는 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직원 회의를 할 때는 음료수와 약간의 간식을 가져다 두고 원탁 비슷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그러나 진행방식은 상명하달이며 협의보다는 업무지시와 업무 공유 중심입니다. 어쩌다 토의 주제가 던져지면 해결을 위한 자유로운 토의와 토론보다는 '돈이 없다. 불가능하다. 우리 학교는 원래 그렇다. 지금까지 잘 견뎌왔다.' 등으로 싹둑 잘라버립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는 놀이를 교사에게 강요합니다. 이 분에게는 이 놀이가 민주주적인 학교 문화입니다.

 

  관리자에 의해 주어진 학교의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우리 교육을 방해하고 있습니다.

  교사의 자유로운 학급경영과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한 상부 기관의 공문이 하달되어도 관리자는 끄덕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쓸데없는 형식적인 계획서와 보고서를 강요합니다. 내실보다는 외형을 강조하니 학부모를 비롯한 공간적인 외부인에게는 정말 잘 보입니다. 일회성 관람객에 의한 칭찬으로 중독됩니다. 그래서 평소의 교육활동에는 큰 관심이 없습니다. 오직 일회성 관람객을 위한 교육활동에 학교 구성원들을 집중시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교육활동이 관리자의 검열에 의해 재단됩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말처럼 학교 교육도 관리자의 질을 절대 넘지 못합니다. 많은 관리자가 교사를 관리와 교화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장학지도처럼 못한다는 전제를 깔고 교사를 대합니다. 교사의 교육내용이 좋아도 선뜻 지원하기보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본인의 의도대로 유도하여 누더기를 만듭니다.

  대한민국의 교육의 변화를 원하는 많은 교사들이 이 검열을 극복하기 위하여 고군분투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의 바른 성장과 발전을 위한 많은 동호회와 소모임에 참여하여 전문성을 신장시키지만 이 검열의 장벽을 넘는 교사는 소수입니다.

 

  관리자에 의해 주어진 학교의 민주주의는 분명한 한계성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그 한계성을 눈으로 보고 온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어느 심리학자가 우리나라가 사춘기에 접어들어 한참 동안 희망적인 혼란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학교도 사춘기에 접어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희망적인 사춘기가 되기 위해서는 교사를 포함한 학교 구성원들에 의한 학교 민주주를 이루어야 합니다. 옆반 선생님과 연대하고 아픈 선생님을 위로하며 바른 성장과 발전을 위한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화를 우리가 주도해야 합니다.

  우리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연대 조직을 만들어야 학교 민주주의가 탄탄한 뿌리를 내립니다.

 

  적극적인 책임과 참여를 강조하는 시의 패러디로 마무리합니다.

 

  교무회의에서 부당함을 호소하는 동료를 보았을 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부당함을 감내할 수 있으니까

  관리자가 그 부당함을 주장하는 교사를 노골적으로 비난할 때

  나는 침묵했다.

  나는 관리자의 비난을 모면했으니까

  관리자가 전교조 조합원을 교묘하게 압박할 때

  나는 항의하지 않았다.

  나는 전교조 조합원이 아니니까

  관리자가 학교를 이리저리 농단해도

  나는 방관했다.

  나는 농단당하지 않았으니까

  마침내 관리자가 나를 비난하고 모함할 때는

  나와 함께 항의해줄

  그 누구도 남아 있진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