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학예회
학예회를 마쳤습니다.
기대 이상으로 호응이 좋았습니다.
사실 걱정을 좀 했습니다.
학예회를 풍자한 짧은 동극이었는데 웃자는 것을 죽자고 덤비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었습니다.
걱정하는 동료도 있었지만 죽자고 덤비지 않아서 재미있게 마무리했습니다.
학예회에 대한 찬반이 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학예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교육적인 폐단을 지적하는 이들과 일 년에 한 번 아이들의 재능과 끼를 보여주는 것도 교육이라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는 전자에 해당합니다. 학예회를 폐지하고 아이들이 즐기는 축제 형식을 주장하지만 아직까지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보여주기 위한 학예회를 불성실하게 준비하지도 않습니다.
나의 학예회 즉, 교사의 학예회가 아닌 우리들의 학예회로 성격을 바꿉니다.
교사가 좋아하는 내용으로 하지 않고 아이들이 좋아하고 잘하는 내용으로 준비합니다.
아이들이 원하는 내용은 거의 수용합니다.
노래, 춤, 태권도(무), 악기 연주, 공중 제비, 마술 등 다양한 내용들이 포함됩니다. 올해는 노래, 방송댄스, 막춤, 태권도만 원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
형식은 동극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니 준비가 쉽습니다.
교사는 배경음악, 음향효과, 대사 녹음을 편집합니다.
아이들은 편집된 대로 자기가 원한 역할을 무대에서 즐기면 됩니다.
'학예회는 부모님들에게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너희들은 오랜 준비와 연습으로 최선을 다해서 공연하는 배우와 같은 마음이어야 한다. 그리고 공연이 끝난 후 아주 큰 박수를 받아야 한다. 최선을 다하자!'
연습 과정에서 아이들에게 강조하며 되풀이하는 말입니다.
의외로 몰입도가 높습니다.
학예회가 가까우면 잘해야 하는데 떨리고 긴장된다는 아이들이 생깁니다.
연습한 만큼 잘해야 되겠다는 욕심이 그렇게 만든 것입니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무대에 오르기 전 아이들이 저보고 잘 보이는 곳에 있어라고 합니다.
저를 보고 있으면 긴장이 덜 된다고 합니다. 기분이 좋습니다.
무대에 오르고 음악이 흐르면 우리들의 공연이 시작됩니다.
예상한 아쉬움도 있지만 아이들은 훌륭하게 마무리합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울립니다.
아이들이 활짝 웃습니다.
무대를 내려와서는 하나같이 잘했냐고 물어봅니다.
끝내줬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웁니다.
학예회의 교육적 효과는 분명히 있습니다.
학예회를 해석하는 관점에 따라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는 정도가 다를 뿐입니다.
교사의 관점이 아닌 아이들의 관점으로 학예회를 해석하는 학교 문화를 많이 기대합니다.
학예회 때문에 들뜬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이 조금 힘들지만 자신감으로 부푼 아이들의 빵빵한 얼굴에서 우리들의 학예회를 추억합니다.
【아래 동영상 파일은 공연을 위해 편집한 파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