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의 유휴교실은 초등학교에 더 필요합니다.
초등학교의 남는 교실을 이용하여 어린이집으로 활용하자는 국민청원에 대한 논란이 많습니다.
이번 청원으로 정치인들이 교육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아는 확신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번 청원을 제기한 사람 스스로는 정치인이 아니라고 하지만 본인의 책에서 '정치는 국가를 경영하거나 그 경영에 영향을 끼치는 행위다.'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평범한 국민이 국민청원한 것과 지난 정권에서 장관 및 주요 결정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국민청원을 한 것은 대중과 현재의 정치권이 다르게 받아들인다는 것은 알고도 남습니다. 벌써 한 언론에서는 현재의 정치권에서 장난스러운 러브콜을 보낸다는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청원을 제기한 사람은 국민이 아닌 정치인이 한 행위입니다.
그리고 비교적 국민의 삶과 교육의 현실을 잘 아는 정치인이 청원한 이번 내용으로 정치인들이 교육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는지 알 수 있는 확실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정치인에게 교육이란 정치적 수단에 불과하다.'
초등학교에 유휴교실이 생긴 주요 원인은 도심 인구의 이동입니다.
전체적인 인구 감소에 의한 것보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를 따라 이동하는 것에 의해 생긴 현상이 많습니다. 전체 인구가 감소한다고 전국의 초등학교 학생 수가 평균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아파트 단지의 초등학교는 예상한 교실 수 보다 더 많은 교실이 여전히 필요합니다. 반면 사람이 떠난 지역의 학교는 학생 수가 대폭 감소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때 발생하는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인구가 모여든 지역에 공공 어린이집이 필요한가 아니면 인구가 떠난 지역에 공공 어린이집이 더 필요한가?
버스를 운행하면 된다고 할 것입니다. 새벽부터 어린이들이 감당하기 버거운 시간만큼 버스를 타고 어린이집으로 오면 아이들의 상태가 어떨까요? 그래도 아침은 그나마 괜찮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들이 마치고 집으로 가는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전업주부가 아닌 경우는 어린이집으로 아이를 데리러 올 것입니다. 직장을 마치고 한참의 거리를 이동하고 이것도 교통사정에 따라 불규칙합니다. 이런 사회적 비용과 아이들의 심리적 건강 상태를 고려하면 공공 어린이집을 인구가 떠난 지역에 설치하는 것이 과연 옳을까요?
실제로 먼 거리를 버스 타고 등교하는 초등학교 저학년과 유치원 아이들을 본 경우가 있습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잠이 덜 깨어서 정신을 못 차립니다.
교실에서 한참 동안 잡니다.
애잔합니다.
초등학교 유휴교실은 초등학교에 더 필요합니다.
일반교실 외 특별교실은 학생 수에 비례하여 갖추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특별교실 외에 갖추어야 할 특별교실은 교육과정이 다양화되고 창의적인 체험학습이 강조되는 현시점에서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그러나 유휴교실이 없어서 유휴교실이 있어도 예산이 없어서 엄두도 못 내고 있습니다. 제도화된 특별교실의 경우도 사용하고픈 시간에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시간에 한정되고 있습니다. 체육관(강당, 다목적관)은 체육시간에도 사용하기 힘듭니다. 특별교실 설치 기준이 현시대와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설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조치가 필요합니다.
이런 사정을 제대로 알고 국민청원을 했을까요? 아니면 알지 못하고 했을까요?
어느 경우든 잘못되었습니다. 전자는 겉으로만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던 버릇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결과이고 후자는 국민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그 사람답지 못한 행위였습니다.
초등학교에는 교원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공간이 없습니다.
교사들이 체육복을 갈아입으려면 화장실을 이용해야 합니다. 학생들과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초등학교도 많습니다. 별개지만 현재 대부분의 초등학교 여학생 화장실이 부족한 것도 시급히 개선되어야 합니다.
교사가 몸이 아파도 마음 편히 잠시 누울 공간도 없습니다. 따뜻한 차 한 잔으로 동료와 이야기 나눌 공간도 없습니다. 세미나 공간을 비롯한 교사 연수실을 갖춘 초등학교는 정말 희귀합니다.
심지어 방과후학교 강좌에 교실을 빼앗겨 오도 가도 못하는 교사도 많습니다.
학생과 학부모와 마음 편히 상담할 공간도 많이 부족합니다.
이런 사정을 국민청원을 신청한 그분이 몰랐을까요? 개인적으로 그분의 글을 좋아하여 몇 권의 책을 읽었습니다. 철두철미한 팩트로 글을 쓰는 분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런 분이 왜 이번에는 팩트에 근거하지 않았을까요?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정치인들의 습관(?)이 드러났다는 생각입니다.
언론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린이집이 들어올 만한 환경을 갖춘 초등학교는 거의 없습니다. 보통의 초등학교는 교문 하나로 등하교가 이루어집니다. 어린이집 원아와 초등학교 학생들의 동선을 현실적으로 분리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집 원아들이 초등학교 1층을 사용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도 미숙합니다. 각종 안전사고 대비를 위해서 1층은 1학년과 2학년들의 안전지대입니다. 학교급식, 놀이시설, 체육관(강당, 다목적관)을 비롯한 특별 교실을 어린이집과 나누어야 합니다. 그리고 나누는 만큼 행정업무는 늘어나겠죠? 초등학교의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엉뚱한 것과 창의적인 것의 공통점은 새로운 것이고 차이점은 생산적인 가치가 있느냐입니다. 이번 국민청원이 국민들의 복지를 위하여 새롭다는 것은 인정하더라도 생산적인 가치를 생각하면 초등학교 교육을 망치는 아주 자극적이며 단순한 엉뚱한 생각입니다.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초등학교에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강구하는 하는 것이 교육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창의적인 발상입니다.
초등학교 유휴교실은 초등학교에 더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