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교감 일기를 시작합니다.

멋지다! 김샘! 2018. 2. 25. 22:54

교감이 되었습니다.
정확하게는 3월 1일부터 시작입니다.

교감이 되려고 교사를 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집이 가난해서 대학 갈 형편이 안 되어서 가까이 있는 교육대학교에 갔습니다.
대학시절엔 교사가 하기 싫어서 대학 방송국에서 살다시피 했습니다. 학점은 당연히…
임용고사가 생겨서 교사가 되지 못할뻔했는데 미달이 되어서 다행스럽게 교사가 되었습니다.

발령받은 첫 학교의 교장은 그 지역의 3대 악당이라는 분이었습니다.
악당이 맞았습니다.
교장이 저렇다면 교장 안 할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내 뜻으로 교사된 것은 아니지만 이왕 교사하는 것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학교에 있는 만큼은 아이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습니다.
교육대학교 다닐 때 하나도 안 본 교육학 서적 읽기 시작했습니다.
교육학을 몰라도 아이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고 믿은 나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졌습니다.
학급 운영을 비롯한 다양한 선배 교사들의 노하우가 담긴 책들도 참 많이 읽었습니다.

학교 업무도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학교 업무에 대한 별다른 비판이 없었기에 주어지는 모든 업무를 완벽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성격은 강하지만 일 잘하는 교사로 제법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고 관리자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바뀐 적은 없습니다.

강사도 많이 했습니다.
교육청 일도 참 많이 했습니다.
인정받는 기쁨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관리자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바뀌지 않았습니다.

관리자에 대한 불만은 커졌습니다.
경력이 쌓여서 학교에 대해서 많이 알면 알수록 관리자에 대한 불만은 커졌습니다.
학교문화로 관리자에 대한 불만을 해결하기 위하여 '멋지다! 김샘!'을 시작했습니다.
많은 이들로부터 격려와 질타를 받았습니다. 
'내 수업을 간섭하지 마라', '나쁜 교사'라는 이름으로 책도 두 권 발간했습니다.
격려하는 분은 소수고 우려와 질타하는 분들이 다수였습니다.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격려하는 그분들이 학교문화를 조금씩 바꿀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책에 대한 무한 책임은 두려운 마음으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러설 마음은 없습니다.

곧 교감이 됩니다.
질적연구를 좋아합니다.
의심이 나거나 확신하는 영역은 실천과 관찰로 고찰했습니다.
이중적인 교사가 되지 않기 위해 우리 반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것 두 아들에게도 똑같이 실천했습니다.
실제와 현실은 다르다고 남들이 비웃었지만 꾸준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잘 자라고 있습니다.
거창한 목표의 이벤트 교육활동보다 체화를 위하여 기본을 우리 반 아이들과 꾸준히 실천했습니다.
기본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결론입니다.
똑같은 마음으로 교감 일기를 시작합니다.
교감이 어떤 일을 하는지, 교감이 필요 없는 존재인지, 교감이 교사보다 행복한지, 교감이 교사보다 할 일이 없는지, 교감이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 교감이 무엇 때문에 욕을 듣는지, 교감이 비난받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인지 개인 능력의 문제인지…

가능하면 사람에 대한 판단은 제외하겠습니다.
교감의 업무와 역할을 중심으로 실제로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을 기록하겠습니다.
의문이나 갈등은 선배 관리자나 교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겠습니다.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교감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기겠습니다.
그리고 교감에 대한 평가는 누군가에게 맡기겠습니다.

교감 일기를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