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3월 8일 목요일

멋지다! 김샘! 2018. 3. 8. 23:57

비 오는 목요일이다. 봄비하고는 좀 많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어제처럼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아이들의 등굣길을 도왔다.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가 많다. 인사를 하지 않는 아이에겐 내가 먼저 인사한다. 그러면 대부분의 아이들은 인사를 한다. 이런 아이가 내일 만나면 먼저 인사한다. 교사 시절에 터득한 나의 인사 지도법이다.

기획회의에서 부장들이 진행하고 있는 과정을 공유하자는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 관련 공모는 우리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한 아이들의 삶이 배움이 되는 것이 참신하니까 올해는 이런 방향으로 응모하자고 했다. 코-티처를 기간제 교사가 맡고 있는데 전보 가산점이 있어서 도움이 되는 교사로 바꾸자는 협의회가 있었다. 교장선생님이 교육지원청의 전보 가산점 규정을 참고하여 가산점 중복이 되지 않는 교사가 있으면 희망을 받아서 협의한 후 내부 기안으로 하자고 하셨다. 2명의 희망교사가 있었는데 1명이 통합반을 맡고 있어서 가산점 중복이 되어 다른 분이 코티-처를 하기로 했다. 전보 가산점 규정까지 생각 못했는데 교장선생님의 생각대로 하니 선생님이 나의 능력으로 착각하는 듯하다. 교장선생님 덕분에 능력 있는 교감이 되었다.
교육과정 설명회에서 학부모가 급수대 설치에 대한 건의가 있었다. 오늘 협의를 했다. 설치가 되는 방향으로 결정이 거의 났다.
돌봄 전담사에 대한 민원이 있어서 점심시간에 돌봄 전담사와 담당교사 교장선생님과 협의를 했다. 민원에 대하여 아주 구체적으로 돌봄 전담사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다그칠 목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고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후에 아주 객관적인 상황에서 해결하려고 함이었다. 돌봄 전담사와 담당교사 적당하게 사과하겠다는 내색을 비췄는데 교장선생님은 강하게 반대하셨다. 잘못한 것도 없는 데 왜 사과를 할 것이냐?-나도 이 부분에 찬성을 했다. 이렇게 하면 분명히 이 민원인은 또 똑같은 민원을 제기한다고 했다.- 오해가 있었다면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오해를 풀면 되고 서로가 잘못한 일이 있다면 서로 사과를 해야지 우리가 민원인들의 하인과 하녀도 아닌데 무조건 굽신거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교장선생님이 이렇게 해결할 것이라고 하신다. 교직 경력에서 이렇게 민원을 해결하는 분은 없었다.
만약 나에게 똑같은 상황이 닥치면 이렇게 대처할 수 있을까? 말은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크게 자신이 없다. 내공을 많이 쌓아야겠다.

선배 교감선생님들이 초보 교감을 도와준다고 계획서를 메일로 보내 주신다. 정말 고마웠다.
늦은 점심을 먹고 교장선생님과 차를 한잔했는데 교감이 참석할 수 있는 각종 연수회에 교장 눈치 보지 말고 참여하라고 하신다. 교감이 학교에서 사무만 보는 것이 오히려 능률적이지 않다. 많은 사람을 만나서 정보를 교류하라고 하셨다. 그리고 학교에서 교감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재미도 없으니 그런 연수회를 통해 풀라고 하셨다. 고맙다고 뜻을 전하며 필요하면 의논하겠다고 했더니 교장의 업무 지시니 두 번 거론하지 말라고 하셨다. 정말 고마웠다. 학교 교원 현황 및 정원 외 교사 공문을 작성하고 보냈다. 바르게 한 것 같은데 늘 찜찜하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선생님들이 각종 계획서, 공모 계획서, 학부모 민원에 대한 안건으로 협의를 요청해 오셔서 나름대로 정리했다. 이 부분은 교장선생님이 권한을 나에게 주셨기 때문에 자신 있게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다행으로 전기가 차단되어 승진 축하를 해 주신 분들에게 전화를 했다.
첫 발령지에서 만난 선배 중에 교장이 된 분이 있는데 어디서나 늘 응원하고 있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하신다. 좀 찡했다. 다른 교대의 어떤 후배는 직접 축하하려 오겠다고 해서 지금은 정신이 없으니 천천히 만나자고 했다.

오늘 선생님들을 도운 것은 공문 잘못된 것을 반려하지 않고 내가 수정해서 결재했다. 공문이 하나면 시간이 별로 안 걸리는데 여러 건의 공문이 올라온다. 확인하고 수정하고 차후 간단한 보고 공문을 내가 하기 위해 필요한 첨부물은 별도로 저장하고 하는 일에 예상외로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긴급을 요하는 공문이라고 전화나 메신저로 알려온다. 자리 비우기가 쉽지 않다.

오늘도 아주 바빴다. 양치질하고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을 정도다. 많은 것을 한 것 같은데 딱히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
내일은 금요일이다. 친구 만나 술 한잔해야겠다. 일기는 토요일 오전에 쓰는 것으로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