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18년 4월 5일

멋지다! 김샘! 2018. 4. 5. 19:30

꽃샘추위가 지나간 줄 알았는데 쌀쌀하다.
교통봉사 아이가 초록불인데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서 깃발을 펼치지 않는다고 했다. 교통신호는 반드시 지켜야 되며 특히 스쿨존에서는 더 잘 지켜야 된다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교무실에서 혼이 빠졌다. 언제 성과상여금 등급을 알려는데 잘못된 것이다. 나는 서열 명부를 정리할 때 순위가 높은 대상자를 윗쪽으로 정리한다. 그래서 성과상여금의 프로그램도 총점이 높은 교사 순으로 정리된 것이라고 확신해서 끝부분의 총점을 확인하지 않고 등급 비율대로 알린 것이다.
최대한 빨리 수습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교무행정실무원에게 사과 문자 메시지를 부탁했다. 최대한 빨리 보내달라고 재촉하면서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업무메일을 확인하여 수신확인이 안 된 메일은 회수했다.

국제 교육교류단이 학교를 방문했다. 교장실에서 짧은 소개와 인사를 나눴다. 나는 영어를 잘못한다. 그렇다고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우리말로 자신 있게 말하고 담당 교사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담당 교사의 수업을 보고 교장실에서 차 마시는 시간을 가졌는데 호주 교사에게 몇 가지를 물었다.

문) 호주에서는 학교 안의 안전지도는 어떻게 하는가? 특별한 인력이 있는가?
답) 특별한 인력이 없고 아이들이 활동하는 곳엔 반드시 교사가 있다.
문) 학교 방문자 통제는 어떻게 하는가?
답) 수위가 신분을 확인하고 옷깃에 방문자라는 표식을 달아준다.
문) 호주의 학교폭력은 어느 정도이며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이 있는가?
답) 학교폭력보다 왕따에 더 신경을 쓴다. 왕따 예방 프로그램이 특별히 있는 것이 아니고 교사가 수업시간에 지도한다. 간혹 특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나 교사도 있다.
문) 호주의 교감, 교장이 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답) 경력과 관계없이 교감이나 교장프로그램을 1년 동안 거치면 자격이 주어지는데, 우리나라의 학교운영위원회와 비슷한 곳에서 채용이 되어야 한다. 교감이나 교장을 그만두고 교사를 하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계속 교사만 할 것이다.
문) 호주에서 교감과 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답) 수업 상담, 수업 지원, 교육활동을 위한 다양한 행정 지원 활동 등을 한다.(우리나라와 하는 역할은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단 중에 교감과 교장 경험이 있는 교사가 있었다. 내가 행정업무하는 것이 너무 싫다고 했더니 본인도 종이문서 작업을 하는 것이 너무 싫어서 다시 교사가 되었다고 했다. 행정업무 많은 것은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양이다.

방문단이 간 후 급하면서도 꼼꼼하게 총점을 살피고 등급을 매겨서 업무메일로 성과상여금 등급을 알렸다. 초임 교감이 큰 실수를 했다고 정중하게 사과드렸다. 메일을 받은 선배가 격려의 답을 해줘서 정말 고마웠다.

점심을 먹고 교장선생님과 다음 주 일정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다음 주부터 교장선생님이 스웨덴과 덴마크 국제교육 교류단으로 출장이기 때문에 논의보다 당부가 많았다. 여러 가지 처리 방법도 알려줬다. 교장선생님이 안 계실 때 애매한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 할까 했는데 걱정을 덜었다.
어떤 교사가 부장에게, 나에게, 교장에게, 관계되는 다른 교사에게 수시로 협의를 하는데 내용이 다 달랐다. 내가 모르는 이야기를 교장선생님이 하시길래 솔직하게 담당 교사에게 듣지 못했다고 했다. 퇴근 전에 관계되는 교사가 또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래서 내일 이번 일과 관계되는 모든 분이 모여서 결정하자고 했다. 협의는 갈등을 조정하기 위한 것인데 조장하는 느낌이다. 협의 방법을 단호하게 안내할 생각이다.
교육활동의 진행사항을 묻는데 헷갈려서 자신 있게 말을 못했다. 아니 결재를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내용을 꼼꼼히 살피고 필요한 경우는 메모를 하는데도 이 모양이다.

교육장 표창 추천이 와서 지난번 인사위원회에서 결정된 내용을 전체에게 알리고 정한 기한까지 신청하라고 했다.
학교운영위원회가 열려서 가볍게 인사를 했다. 교장선생님이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앉으라고 했는데 업무 핑계로 빠졌다. 성과상여금 때문에 빠진 혼이 좀처럼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밀린 공문 몇 건 처리하고 일과를 마쳤다.

아직까지 정신이 멍하다. 남이 한 문서를 챙길 때는 전체부터 부분까지 정말 꼼꼼히 살펴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너그럽게 이해하고 받아 준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 성과상여금은 반드시 폐지되어야 한다.

내일은 한바탕 소리를 지르는 모임이 있다. 마음껏 떠들어서 스트레스를 날려야 되겠다.
내일 교감일기는 토요일에 작성합니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