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언설

학교 민주주의 복잡성에 대하여

멋지다! 김샘! 2018. 8. 17. 10:26

학교는 단순하지 않다.
학교를 아이들을 가르치는 공간으로만 보면 아주 초간단 사회다. 하지만 학교를 초간단 사회의 관점으로 보면 학교의 문제의 해결할 수 없다. 대한민국의 영향력을 받는 특별하고 공간적으로 작은 대한민국 체제로 인식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교의 문제(모순)을 관통하여 해결할 수 있다.

학교 민주주의도 마찬가지다.
학교 민주주의를 학교 안으로 한정하면 관리자의 인적쇄신과 선출 보직제와 같은 제도의 변형이라는 해답을 쉽게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적쇄신이 성공하려면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강한 열망과 역량을 바탕으로 현실적 관계의 불편을 감내하는 실천 능력이 있어야 한다.
교장 선출 보직제는 분단국가로서 체제 유지나 대통령제 하의 안정적인 정권 유지를 위해서 쉽게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예상이다. 지난 정권에서 직선제 대학 총장을 임명제로 바꾸려는 반민주적인 시도를 보았고, 자본주의를 대표하는 돈의 유혹에 처참하게 무너지는 대학의 현실도 보았다. 이 과정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며 목숨을 바친 분들도 있었다. 지난 정권에서 왜 대학 총장을 임명제로 바꾸려고 했겠는가?
감히 주장하지만 민주주의에 입각한 완전한 교장 선출 보직제는 통일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다.  

민주주의는 개인과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다원적 민주주의,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는 공화적 민주주의로 구분할 수 있다. 학교는 어떤 형태의 민주주의여야 하는가?
학교도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 분야의 전문가 집단의 의견-공론-을 우선시하느냐, 아니면 여론 형성 집단의 의견을 우선시하느냐의 문제가 항상 유발되고 있다.
전문가 집단의 공론을 실천하기 위해서 여론을 형성하고 실천하는 학교 구성원들이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공론과 여론의 대화도 필수적이다.
여론 형성 집단의 의견을 우선시하는 경우 전문성 결여에 의한 시행착오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학교의 시행착오는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므로 줄이는 것이 가장 좋다. 이런 관점에서 여론 형성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의 공론과 대화는 필수적이어야 한다.
어떤 정권에서는 어용 전문가들에 의한 공론만을 믿어서 국민들의 삶을 피페시킨 정책도 있고, 여론만으로 정책을 추진하여 시행착오를 겪은 정권도 있다. 또 공론과 공론, 공론과 여론, 여론과 여론의 대결로 정책이 파행적으로 추진된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의사 결정의 문제와 판박이인 것이 학교다. 다만 영향력이 미치는 범위와 예산의 차이뿐이다.   

학교장만 바뀐다고 학교 민주주의가 저절로 되는 것 아니다. 민주주의에 대한 학교 구성원들의 확고한 소신과 실천 의지와 학교 특색이 융합된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민주주의 모델이 있어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의 형태는 각 학교마다 다를 수 있다. 어느 한 형태만이 학교 민주주의라고 고집하는 것 또한 파시스트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학교 민주주의의 최우선은 아이들의 성장과 발전이어야 한다. 학교 구성원의 원초적인 안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육행정의 민주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교육부, 도교육청, 지역 교육지원청은 학교를 위해서 존재한다. 하지만 현재는 학교가 이들을 위해 존재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요한 공문 요청할 수 있다. 행정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상부 기관이라 하여 갑에 의한 행정 관행 그대로 답습하면 안 된다. 방학 중에 특별한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보도자료도 냈다. 도교육청 공보과에서 연락이 왔다. 한 지역 언론이 취재를 하고 싶은 모양이었다. 보도자료에 학교 담당자 연락처가 있다. 언론사가 학교 담당자에게 바로 연락하면 된다. 그런데 왜 기자가 도교육청을 통하고, 도교육청은 해당 기자에게 학교로 바로 연락하라 하지 않고 학교에 전화하는가?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배려와 존중에 어긋난다. 출장 중에 도교육청에서 직접 취재를 오겠다는 연락이 있었다. 전화 달라고 했다는 교무 행정원의 전화가 있었다. 근무가 끝난 금요일이고 토요일, 일요일이 이어져 있었다. 전화하지 않았다. 월요일에 출근해서도 전화하지 않았다. 교무행정실무원이 걱정하며 전화를 종용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오후에 전화가 왔다. 전화하라고 했는데 왜 안 했느냐고 했다. 말싸움하지 않고 부드럽게 넘기기 위해 출장 중 퇴근시간 후였고, 토요일, 일요일이었고, 막 전화를 할 생각이었다고 했다. 사실은 전화를 먼저 할 생각 추호도 없었다. 만약에 이 일로 화를 먼저 냈으면 논리적으로 따질 생각이었다. 원만하게 해결되었다. 도교육청에서 필요하면 전화하라고 할 것이 아니라 적당한 시간에 전화를 다시 해야 되는 것이 맞다. 심하게 말하면 갑에 의한 횡포와 행정 편의 중심의 비민주적인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교육청에서 학교의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현재 학교장들이 비민주적이라서 학교 민주주의가 안 되는 것이라고 호도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주장 이전에 교육행정은 얼마만큼 민주화되었는지 자문하고 진정한 환골탈태의 노력을 학교에 보여주어야 한다. 주장하는 주체가 모범이 되어야 신뢰에 의한 동행이 가능하다.

학교 민주주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단순하게 접근하면 안 된다. 생각보다 복잡하고 얽혀 있다. 차분하게 논리적으로 풀어나가지 않으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새로운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유발된 갈등을 당당히 헤쳐나갈 수 있는 교원들 생각만큼 많지 않다. 제도적으로 민주화되어 있는 학교 민주주의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과 새로운 갈등을 헤쳐나갈 수 있는 역량을 길러야 하는 이중 과제 극복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교 민주주의 가볍게 접근하여 주장할 사항 아니다.
냉철한 현실 인식, 교육기관과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소양, 자신의 삶과 업무-교육활동, 교육행정-처리가 민주주의에 바탕을 두고 있는가를 현실 부정에 가까운 비판적인 관점에서 성찰해야 한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학교 민주주의 실타래는 내가 풀어야 한다. 제도나 권력자가 힘주어 풀다가 실을 끊는 잘못을 범할 수 있다.
나와 또 다른 내가 힘을 조율하며 풀어나가야 한다.
학교 민주주의는 결과만큼 과정이 가치로워야 한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