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5일
마음이 바빴다. 학부모들이 안전 등교 도우미를 하기 때문에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된다는 생각에 출근을 서둘렀다. 공사 인부들의 금연 준수, 공사장 근처에 있는 쓰레기 분리배출 장소 변경에 대한 학부모의 건의가 있어서 행정실장에게 전달하여 수용하기로 했다. 학교 공사로 인하여 선생님들 연구와 휴게 장소가 없어서 건의하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뾰족한 방법이 없어서 교무실을 이용하도록 했다. 물론 교무실도 협소하고 불편한 것은 마찬가지다. 건의를 해결할 방법이 없어서 교무실을 이용하도록 했지만 그 선생님은 괜히 말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교사에게 교무실은 태생적으로 싫은 곳이까. 교사는 있어도 스승은 없다는 신문 기사를 읽고 교무실에서 나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교사다 스승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칠 자격증을 가지고 임용고사를 합격한 국가직 교육공무원이다. 교사로서 충실하면 된다. 과거에도 높은 도덕성을 갖춘 교사는 드물었다. 그렇다고 비난을 받을 정도의 교사들도 예나 지금이나 많지 않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중적인 관점으로 교사를 바라본다. 교권을 침해할 때는 국가공무원에게 항의하고 따지는 것이 뭐가 잘못되었냐는 식이고, 국가공무원으로서 법령을 준수하며 객관적인 생활인의 삶을 지향하면 높은 희생정신과 도덕성을 내포한 스승이 그럴 수 있나는 식이다. 나는 현재의 아이들, 현재의 학부모, 현재의 사회 현상에 맞도록 교사가 공부하여 효율적으로 대처하자는 주장을 한다. 막연한 스승이 되기보다 현실에 맞는, 사회 변화를 예견하는 미래지향적인 자세로 교사의 전문성에 접근해야 한다. 과거와 같은 아이들과 학부모, 사회 분위기 절대 돌아오지 않는다. 과거에 집착하면 할수록 시간만 낭비된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활동과 교사들의 연수도 과거 집착보다 미래지향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이들에게 미래역량이 중요하듯 교사들에게도 미래역량이 중요하다. 단도적으로 학교나 교육청에서 교사에게 요구하는 활동 대폭 줄이고, 변화되는 시대에 교사로서 생존할 수 있는 활동을 늘여야 한다. 육아시간에 대해 근본적으로 찬성한다. 단, 학교의 중요한 교육활동이나 다른 교사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육아시간 신청은 자제하면 좋겠다. 신청하지 않고 있다가 귀찮은 일이 생기면 늦게 신청하는 것은 동료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당신의 행동을 동료들은 알고 있다. 당신이 힘들면 도와줄 사람이 누구인가 동료이다. 그 동료를 생각하자. 지혜롭게 행동하면 좋겠다. 학교 공사가 걱정되어 부모님들과 교장선생님이 면담을 했다. 물론 나와 행정실장이 참석했다. 아이들의 안전에 대해서 학부모들의 걱정이 많다. 공사를 매뉴얼대로 하기를 강하게 요구했다. 학교도 공사 업체를 두둔할 마음 전혀 없고 매뉴얼대로 준수하도록 촉구한다고 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이고, 공사에 관하여 학부모가 궁금한 정보는 언제든지 공개하겠다고 했다. 그 외 학생들의 안전을 걱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협의하여 개선하자고 했다. 학교에 있는 모든 분들도 학부모 이상으로 아이들의 안전을 걱정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꼭 알면 좋겠다. 이런 일을 할 때마다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래도 우리 학교 학부모들은 대체로 갈등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관점으로 접근해서 좋다. 앞으로 학교 시설 개선을 위한 요구와 자체 예산으로 공사를 할 경우에는 관계되는 모든 분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예상되는 어려움과 갈등을 극복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욕심으로만 접근하면 시설 개선보다 부작용이 더 많다. 피곤하다. 결정 권한이 없어서 더 그렇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