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 일기(2018~)

2018년 9월 27일

멋지다! 김샘! 2018. 9. 27. 16:35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대학교 2학년 큰 아들과 고3 둘째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의 추석 연휴는 정막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 집의 전통인 명절 앞날에 가족이 다 같이 영화 보는 것은 지켰다.

연휴의 끝날과 그다음 날의 출근일은 마음이 고되다.
일찍 출근하니 급식소 리모델링 공사가 확장되어 정문이 좁아 보였다. 우리는 익숙한 일이지만 차량 출입로와 학생들의 등교 길이 같아서 보는 이에 따라 불안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그러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다.
첫 번째는 예산을 좀 더 많이 책정하여 학교 공사는 휴일과 야간작업도 하면 좋겠다. 물론 노동자들의 휴식 시간 및 안전에 대한 것이 고려된 후의 일이다.
두 번째는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교직원들은 대중교통이나 걸어서 출퇴근한다. 차를 가지고 출퇴근하는 교직원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없는 조건이거나, 시간 소요 정도 및 경제성 등에서 자가용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경우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자가용 등교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이분들도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운전을 매우 조심한다. 간혹 교직원들의 차량이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서 일리가 있다고 생각은 하지만 교직원들을 잠재적인 위험 인자로 분류하여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은 자제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교직원의 차량에 아이가 다치게 되면 그 후폭풍이 엄청나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고, 교육자적인 양심으로 아이들은 보호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교원이다.
여기에 덧붙여 차량 통행길과 아이들의 등교길이 동일한 학교 중에서 물리적으로 학교의 여건이 허용되면 별도의 안전한 등교길을 신설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하는 것은 어떨까? 물론 도교육청이나 나라에서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

기획회의를 했다.
기부 채납 공사의 내용이 주가 되었다. 규정과 절차대로 한다는데 변함이 없다.
학교장의 권한에 대해 조그마한 권력이 있는 사람을 통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학교의 현안 사업이나 장기적으로 필요한 사업, 학교장의 교육철학에 의한 사업 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상부 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맞는다는 생각이다. 조그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을 이용하여 상부기관에 압력성 민원을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상부기관도 이런 비정상적인 민원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조그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도 적폐라는 생각이다. 청탁과 무엇이 다른가도 생각해 볼 문제다. 조그마한 권력을 가진 사람들도 그 권력을 정상적으로 사용하여 우선순위대로 순서가 뒤바뀌지고 않고 예산이 집행되는지를 감시하고, 법적인 절차를 준수한 기관이 최우선적으로 수혜를 받도록 정의롭게 그 권력을 사용하면 좋겠다.

2019학년도 시도 간 유초등 교원 인사 교류 추진 계획과 초등 1급 정교사 자격연수 대상자 추천 공문을 휴직 교사를 포함한 전 교원에게 알렸다.
도시락 급식 건으로 국민 신문고에 민원이 제기되었다고 영양 선생님이 알려와서 있는 그대로 사실만을 알려줘라고 했다.
육상대회 참가 여부를 물어와서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지 말라고 했다. 교육적인 연습도 하지 않았고, 6학년 수학여행과 겹치고, 기부 채납 공사와 급식소 공사로 인한 안전 문제도 있고, 제일 큰 이유는 1학기부터 육상대회를 염두에 두고 교육적인 연습을 지시했는데도 이런저런 핑계로 공문이 오면 지도하겠다는 것이었다. 성적 내기 위해서 출전하는 대회가 아니라며 관심 있는 아이에게 교육적인 지도가 우선이라고 강조했지만 따르지 않았다. 출전할 이유가 없다. 교장 선생님의 뜻도 나와 같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출전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단호하게 말했다.

점심을 먹고 주위 선생님들과 우리나라의 민원 제도의 문제성에 대해서 잠시 의견을 나누었다. 민주국가에서 민원을 막으면 안 된다. 하지만 억지 민원으로 행정력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무조건 우기면 된다와 우기다가 아니면 말고 식의 민원에 대해서는 단호해야 된다. 상부 기관에서도 하부 기관의 결정에 힘을 실어주는 민원 해결이 억지와 악성 민원을 근절하는 대책이라고 생각한다. 법과 절차, 상식으로 결정한 하부 기관의 결정을 상부 기관에서 존중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 상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조용히 퇴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수학여행 관련 건으로 학교운영위원장의 전화가 있어다고 해서 6학년 부장과 교장실로 갔다. 차량 대수와 관련된 내용인데 오늘이 수학여행 경비 마감일이고 인상된 금액으로 수정하여 안내하면 더 큰 혼란이 야기되고, 추가로 차량으로 계약하기도 힘든 사정이라서 원안을 고수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원안이 수학여행 매뉴얼에 위배되거나 법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학교 사정을 고려한 계획이었다. 6학년 부장에게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수학여행이 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회의록도 대충 적으면 안 된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조건 민원을 제기하는 현 상황이 안타깝지만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있는 그대로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생각이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