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5일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어제저녁부터 내린 비가 출근길을 불안하게 했다. 콩레이의 불안보다 우리 학교의 분위기가 더 불안정하여 콩레이에 관심이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출근하여 간담회 한다고 보지 못한 공문을 확인했다.
기획회의에서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개인적인 의견을 전제로 이렇게 결정하면 두 가지가 우려된다고 했다.
첫 번째는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억지만 부리면 해결된다는 학습효과를 가질 수 있다.
두 번째는 개인이나 집단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체의 성장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렇게 무조건 수용하면 우리의 대화 수준이 성장하지 못한다. 그래서 임시 휴업을 주장하는 학부모의 의견이 타당하다면 자신들이 타당성을 검증할 수 있는 증거를 제출받고 이 증거를 교육지원청에 임시 휴업을 보고 할 근거로 삼아야 하며, 만약 타당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기부 채납 공사의 안전성을 문제 삼아 휴업을 계속 주장하면 기부 채납 자체를 반납하고 업체가 기부 채납 비용을 지자체에 납부하도록 하여 우리 학교의 환경이 개선되지 못함을 깨우쳐야 억지가 가져오는 폐해를 알게 된다. 물론 이번 사태 한 번으로 무조건 억지 부리는 현상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런 반복적인 경험으로 개선된다는 생각이며 이런 경험을 빼앗는 결정이 당장은 조용히 넘어가지만 오랫동안 억지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며 결국 우리의 성장도 그만큼 느려질 것이라고 했다.
교장 선생님이 임시 휴업의 권한이 시도교육청에 이관이 되었으니 이번 우리 학교의 경우가 임시 휴업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도교육청에 긴급히 공문을 보내어 회신을 받도록 했다. 어떤 회신이 올지 궁금했다. 오후에 학교장이 결정할 내용이라는 예상한 내용의 회신이 왔다. 안전총괄 담당과와 시설과 애는 행정실장이 우리 학교의 공사 성격이 학기 중에 실시하면 안 되는 공사인지를 판단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행정실장이 이런저런 핑계로 주저해서 교장 선생님 직접 공문을 보냈다. 퇴근할 때 까지 회신 공문이 안 왔다. 학부모들이 도교육청에 전화를 했을 때 분명하게 학기 중에 실시하면 안 되는 공사임을 강조하면서 필요할 경우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라고 일러 준 이들이 도교육청에 있다. 교장 선생님이 보낸 공문으로 고민이 많이 될 것이다. 분명 어정쩡한 내용의 회신이 올 것이라고 예상은 하고 있다. 학교만 변하라고 하지 말고 도교육청이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면 좋을 시기다. 학부모에게 뺨 맞았는데 한쪽 빰마저 때리려 한 것이 예전이었다면 이제는 어루만져 주는 온기를 기대한다. 임시 휴업이 적법하니 아니니 등에 대한 감사 운운하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학교장의 결정만을 강요하고 결과를 검증하겠다는 이런 태도의 사람들이 과연 학교의 변화를 요구할 수 있는가?
논리적 비약은 있지만 박정희 정권의 초기에 가장 부패한 집단인 군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주장한 것과 무엇이 다른가? 결과는 불법적인 정경유착만을 가져오지 않았던가?
교육지원청 장학사의 임시 휴업 여부가 결정되면 조속히 교육지원청 초등교육과와 도교육청 초등교육과에 공문을 보내라는 전화가 왔다. 확정되면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라고 했다. 아니 반드시 해야 될 사항이다.
교장 선생님, 교무부장, 연구부장과 우리 지역 도서관과 청소년수련관을 들러서 휴업 기간 중 아이들의 돌봄 공간을 점검했다. 관장님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셔서 다행이었다. 의사 결정의 과정, 인권, 권력의 정의에 대해 나와는 생각이 다르지만 끝까지 아이들을 걱정하는 모습은 내가 배워야 한다.
학교운영위원장이 어제 간담회에서 예의에서 심하게 어긋난 몇 분을 만나서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설득을 할 테니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해서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으니 안정이 되고 나면 자연스럽게 만남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곤란하다고 말했다.
결정되지 않은 사항을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서 학부모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선생님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수긍하며 미안하다고 했다. 이 또한 우리의 성장이다.
이런 와중에도 학교의 온갖 일들은 돌아가야 한다. 임시 휴업이 결정되면 정해져서 계약이 체결된 6학년 수학여행, 체험학습, 한차례 연기된 수업연구교사 공개수업 등의 학사일정의 조정이 필요한 데 한계가 있다. 방법은 생길 것이지만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피곤하다. 피곤하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