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문화 바꾸기 강사를 준비하다가
학교문화 바꾸기 강사를 준비하다가 찜찜한 마음을 어찌하지 못하여 글로 풉니다.
삐딱이와 투덜이 선생이라는 딱지를 떼고 나서 강성이라는 소리를 듣다가 교감이 되고 사람이 달라졌다는 소리를 듣는다.
나름대로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기 위해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의 깊이와 폭에서 세상에 외쳤는데 그것이 사람들에겐 불편했을 것이다. 이런 나에게 기껏 도움을 주는 말들이 "네 말은 다 맞지만 강하면 부러진다 부드러워져라"였다. 나는 지금도 강하지 않다. 그래서 부러진 적도 없다. 이어서 정말 강해서 부러져 본 자만이 부드러움의 가치를 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식한 내 지식의 범위에서 민주적인 학교 문화를 만들겠다고, 정의로운 학교를 만들겠다고 깽판 친 것이 부끄러워서 많은 공부를 했다.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하면 할수록 남 탓하며 내 말이 맞는데 왜 함께하지 않느냐고 깽판 친 내가 부끄러워진다. 그렇다고 후회는 하지 않는다. 지식이 짧아서 두루 살피지 못한 내가 부끄러울 뿐이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지난날의 모순적인 삶들이 자꾸 떠 올라서 말 하나 행동 하나의 시작이 조심스럽다. 한 학교문화는 우리나라의 사회변화, 우리나라의 교육형태, 그 학교의 환경과 구성원들이 수십 년간 만들어 낸 산물이다. 그래서 이 산물을 혁신 아니 바꾸기 위해서는 통찰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만들자고 하면서 한 가지 방법-병폐가 만천하에 드러난 신자유주의 시대에 유행한 자기 개발서나 리더십 책에서 차용한-만이 옳다고 강조하며 모든 학교에 이 방법을 적용하고자 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주장하며 사람의 마음까지 통제하려는 위험한 발상에 대해 위험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민주적인 학교문화를 주장하면서 다양성과 창의성을 자신의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모순을 발견한다.
사람은 어떠한 방법으로든 성장한다. 그리고 자기의 성장만을 강조하면서 타인의 성장에 둔감하거나 관심을 갖지 않으려는 경향 또한 있다. 나아가 자신의 성장을 남에게 강요하는 결함도 있다. 나도 그렇다.
평범한 일상에서는 이런 결함들이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들어주고 회피하고 뒤돌아서서 "에이 잘난 놈!" 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결함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할 때에는 많은 지식과 지혜들로 결함을 메우거나 많은 이들의 결함을 포괄적으로 수용하려는 합리적인 태도여야 한다.
학교문화를 바꿔보자고 주장하고 시도하는 것은 정말 좋다.
하지만 그 방법이 민주주의와 정의에 어긋나지 않는지 크게 돌아봐야 된다.
그리고 한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주인공은 그 학교의 구성원들이다. 그리고 비민주적인 학교문화의 가장 큰 피해자와 그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써는 이들도 그 학교 구성원들이다. 그런 그들을 선민의식에 의한 계몽의 대상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그런 그들의 노고를 위로하고 함께 길을 찾아보는 것으로 마쳐야 한다. 찾은 길을 가느냐 가지 않느냐는 그들의 선택이고 그들의 역량으로 해결해야 한다. 역량이 미약하여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학교문화는 바뀐다. 그렇게 바뀐 학교문화는 뿌리가 깊어서 쉽게 뽑히지도 않는다.
어떤 이는 우리가 민주주의에 대한 경험이 없다고 말한다. 어떤 근거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미 어떤 형태든 민주적인 국가에 살고 있고, 더 민주적인 나라를 만들기 위해 혁명도 했다. 다만 내가 참여하지 않았을 뿐이다. 학교도 이미 민주적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이 다를 뿐이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더 민주적인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 지금도 투덜이와 삐딱이 강성이라는 못된 소리를 듣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참여하지 않은 자신을 뒤돌아 보지 않고 지식을 도둑질하거나 남의 경험을 빼앗아 학교를 민주적으로 만들겠다는 당찬 각오는 어디서 오는지 궁금하다.
완벽해야 다른 이 앞에 설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그 사람으로 현재의 그 사람을 판단하여 비난하는 것도 아니다.
최소한 나의 주장이 옳으려면 나의 궤적에서는 언행이 일치해야 한다.
학교문화에 대한 통찰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공부를 더해야 된다.
사족: '모순'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하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것 또한 바람직한 학교의 변화에 방해꾼이 되지 않기 위한 모순 때문이다. 찜찜한 마음으로 강사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며칠 고민하다가 결단을 내려야겠다.
#교감일기
#나쁜교사불온한생각으로성장하다 / 김상백 저
#내수업을간섭하지마라 / 김상백 저
#착하게사는지혜 / 김상백 저